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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와 전통주①] 돼지고기의 소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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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와 전통주①] 돼지고기의 소비 변화

이재민 2023년 10월 23일

오늘날 돼지고기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양돈 관측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 1인당 돼지고기 연간 소비량은 30.1kg이다. 이는 2022년 한국인 1인당 3대 육류(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소비량인 58.4kg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실 돼지고기가 이토록 사랑받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명나라에 도착한 조선 사신단을 위해 명나라의 영락제 황제가 “조선인들은 원래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소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도록 하라”라고 명령을 내린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먹지 않았던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이유는 애초에 많이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신 동월이 쓴 <조선부>를 보면 조선에서는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키운 건 아니었다. 다만 고기를 먹기 위해서가 아닌 제사에 사용하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했다.

돼지를 키우지 않았던 이유로는 ‘경제적 비효율’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 가축은 농업, 군사, 고기를 위해 길러졌다. 그에 따라 소는 농업, 말은 군사, 닭은 고기를 위해 사육됐는데, 돼지는 이 중에서도 닭과 같이 고기에 해당했다. 하지만 돼지를 1kg 살찌우기 위해서는 4.4kg 정도의 사료가 필요했던 반면, 닭을 1kg 살찌우기 위해서는 1.7kg 정도의 사료만 필요했기에 고기를 얻는 목적이라면 닭을 키우는 게 훨씬 경제적이었고, 자연스레 쓸모가 없어진 돼지는 키울만한 이유 또한 사라졌다. 동시에 돼지와 인간은 먹는 것(혹은 먹을 수 있는 것)이 비슷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안 그래도 부족한 식량을 돼지가 축낸다는 인식이 있어 돼지를 키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돼지를 먹지 않았던 두 번째 이유는 냄새다. 옛날에는 음식물 쓰레기나 인분을 먹여 돼지를 키웠다. 그러다 보니 고기에서 역한 냄새가 많이 났고 좋지 않은 맛과 향으로 인해 돼지고기는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게 된 것이다. 똥돼지라는 말도 인분을 먹고 자라는 돼지를 보고 나온 말이다.

돼지고기의 수요를 떠나 공급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욱 비쌌는데, 이는 <해동역사>에 기록된 소고기는 한 근에 7~8푼, 돼지고기는 1전 2푼(12푼) 이었다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돼지고기의 안정화는 한국 전쟁 이후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는 경제 성장을 이루고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육류 소비가 소고기로 향할 것이고, 그로 인한 물가 상승과 식량 부족의 발생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재래 돼지가 아닌 덩치가 큰 개량 돼지 사육을 장려했다. 또한 인분이 아닌 사료를 먹이며 품질을 개선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양돈 산업의 기업화를 도입하며 삼성그룹과 두산 개발, 진로 그룹, 삼양 그룹이 양돈 산업에 들어서게 됐고, 돼지의 사육두수는 점차 증가하게 됐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주식인 쌀보다도 높은 생산액을 기록했다. 곡물 가격이 오르는 탓에 돼지를 키우기 어려워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고, 일본 수출이 중단되어 가격이 폭락하는 등 여러 사건 사고가 많이 있었지만, 오늘날 돼지고기는 한국인에게 있어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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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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