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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와 전통주] 돼지 안심과 전통주 ①

[돼지고기와 전통주] 돼지 안심과 전통주 ①

이재민 2023년 11월 6일

[돼지 안심]

갈비 안쪽에 있는 안심은 운동량이 적은 부위로 부드러운 식감을 갖고 있다. 운동량이 적을수록 짱짱한 결합조직이 잘 발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은 지방도 거의 없는 편에 가까워 다소 푸석푸석한 식감을 주기도 한다.

사진출처: 아이엠윤지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안심은 소고기 안심만큼 사랑받는 부위가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불에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직화구이가 발달해 있는데 기름기 하나 없는 안심을 불에 구워봤자 뻑뻑해지기만 할 뿐이라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익혀 먹었더라면 그나마 촉촉하게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옛날에는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돼지고기는 무조건 바싹 익혀 먹곤 했다. 하지만 촉촉하게 구웠다고 한들 달라질 게 없는 게, 안심은 그다지 풍미가 강한 편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방이 없다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입맛 당기게 하는 맛도 없어서 굽기의 정도를 떠나 강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돼지고기 안심을 먹는다고 한다면 돈가스나 찹스테이크, 장조림, 그리고 버터를 녹여 촉촉하게 구운 스테이크가 있었다.

페어링
돈가스는 등심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고, 스테이크 같은 경우에는 결국 고기를 굽는 기술까지 더해져야지만 촉촉하게 구울 수 있어서 비교적 만들기 쉽다고 생각한 찹스테이크와 장조림을 선택하여 전통주와 페어링을 해봤다.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

찹스테이크는 고기와 채소에 케첩, 우스터 소스, 스테이크 소스 등의 양념을 넣어 구운 음식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갖고 있다. 찹스테이크를 보면 와인과 함께 즐기는 모습이 머릿속에 바로 그려져서 함께 즐길 술로는 과실주를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페어링할 땐 가격 부분에서도 체급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와 비슷한 가격대라고 생각되는 1~3만 원대 술을 준비해 봤다.

맛을 기준으로 둔 페어링 공식은 어느 정도 존재하는 편이지만, 사실 음식과 술의 궁합을 맛으로만 결정할 수는 없다. 결국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먹기 전까지는 술과 음식의 맛에 대해 알 수 없으므로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과 최소한의 기준을 바탕으로 술을 선정했다.

1) 오미로제 투게더 (과실주, 12%)
술의 특징
경상북도 문경에 있는 제이엘 양조장에서 오미자로 만드는 와인이다. 강도 높은 산미와 적당한 단맛을 갖고 있으며, 여운으로는 오미자 특유의 씁쓸함을 남긴다.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와의 궁합
음식을 먹고 난 뒤 술을 마시면 술의 단맛이 음식의 단맛을 따라가지 못하여 오미자를 담가둔 새콤한 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술을 마신 후에 음식을 먹으면 오미로제 투게더가 남기고 간 오미자 특유의 씁쓸함을 음식이 잘 정리해 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잘 정리만 해줄 뿐, 서로의 개성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2) 동진부안참뽕와인 (과실주, 13%)
술의 특징
전라북도 부안에 있는 내변산 양조장에서 오디로 만드는 와인이다. 블루베리, 딸기, 포도를 닮은 단맛을 갖고 있으며, 목을 넘긴 뒤에 올라오는 산미와 다크 초콜릿을 닮은 씁쓸함이 매력적이다.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와의 궁합
술을 마시고 나면 앞서 말한 단맛과 신맛의 여운은 입안 중앙에 머물고 쓴맛의 여운은 목구멍 근처에 머무는데, 이때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를 먹으면 음식의 새콤달콤한 맛은 술이 남기고 간 단맛과 신맛의 여운과 조화롭게 엉키고 그 외의 양념 맛은 목구멍에 있는 쓴맛을 갖고 함께 내려간다. 단맛과 산미가 있다는 점이 비슷하고 풍미의 강도도 서로 비슷해도 큰 충돌 없이 잘 어울린다.

3) 여포의 꿈 (드라이) (과실주, 12%)
술의 특징
충청북도 영동에 있는 여포와인농장 양조장에서 3가지 품종의 포도(머스켓 베리 에이MBA, 캠벨얼리, 산머루)를 혼합하여 만드는 와인이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풀처럼 신선하게 포도 향을 풍기며 드라이한 맛과 산미 짙은 맛을 가지고 있다.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와의 궁합
술과 반대로 음식에는 단맛이 있어서 그런지 음식을 먹은 뒤에 술을 마시면 술의 산미가 상대적으로 더욱더 강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무거운 바디감을 가진 음식의 영향으로 술의 바디감은 더욱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과 술이 서로 잘 논다는 개념보단 술의 산미가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가 남기고 간 여러 풍미를 잘 정리해 줘서 잘 어울리는 듯하다. 그렇다고 술과 음식이 합을 못 맞추는 건 아니다. 술의 풍미가 미스트처럼 옅게 퍼지는 형태라 음식의 맛은 가리지 않은 상태로 포도 향이 사뿐히 음식에 내려앉아 더욱 풍성한 맛을 구현해 준다.

4)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에 어울리는 술

양념 옷을 입은 안심은 강한 풍미를 갖게 된다. 이에 맞춰 술 또한 너무 가벼운 것보단 중간 이상의 바디감이 있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술의 산미가 돼지 안심 찹스테이크보다 낮으면 음식의 맛으로 술의 맛이 가려지기 일쑤니, 산미를 포함해서 2가지 이상의 맛이 도드라지는 술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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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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