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아니 그 전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빵 가게, 케이크 전문점에서는 밖으로 케이크를 쌓아 놓을 정도로 일 년 중 가장 많은 케이크를 만든다. 사실 크리스마스가 우리의 축제가 아니듯, 이때 먹는 대표적인 디저트도 막상 따지고 본다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유럽의 크리스마스 디저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지 않고 이름난 레스토랑, 디저트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보다 우리가 더 빠르게 크리스마스를 빛나게 해주는 디저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케이크 파네토네 Panettone]
파네토네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의 밀라노에서 1900년경부터 많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 지역의 전통 빵이다. 전문적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져 이탈리아와 외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한 때는 2005년부터이고 2008년 이후 거의 평균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약 1억 개, 6억 유로의 파네토네가 생산되며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빵으로 인식되고 있다.
파네토네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전해지는 전설도 많다. 그중 그래도 파네토네의 달콤한 맛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밀라노의 콘트라다 델레 그라지에(Contrada delle Grazie) 마을에 살던 매사냥꾼 메세르 울리보 아텔라니(Messer Ulivo degli Atellani)는 이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알리사(Alglisa)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을의 유일한 빵을 굽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딸을 사랑하는 남자가 도저히 할 수 없는 미션을 주며 둘 사이를 방해한다. 바로 사냥꾼에게 빵 가게에 들어와 판매도 잘되고 맛있는 빵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좋은 질의 밀가루에 달걀, 버터, 꿀, 건포도를 넣고 반죽을 한 다음 오븐에 구웠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빵으로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좀 현실적이고 믿음이 가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스포르자 가문의 루도비코 일 모로(Ludovico il Moro)의 집에서 일하던 요리사는 크리스마스 정찬 메뉴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븐에서 익고 있는 케이크를 체크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메뉴를 준비하던 그는 케이크가 거의 타버린 것을 알고 절망했다. 부엌에서 일을 도와주던 요리사 토니(Toni)는 남아 있는 밀가루, 버터, 달걀 그리고 말린 과일, 건포도를 넣고 빠르게 빵을 만들었다. 디저트가 없는 테이블은 상상할 수 없는 이탈리아 귀족들을 위해 토니는 이 빵을 디저트로 서브하고 커튼 뒤에 숨어서 반응을 지켜봤다. 귀족들은 그 맛에 매료되었고 이 빵의 이름을 궁금해했다. 원래의 케이크를 태워버린 요리사는 “L’e I Pan del Toni 이 빵은 토니의 빵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pane di Toni’가 ‘panettone’가 되었다고 한다.
파네토네는 앞서 잠깐 재료의 설명이 나오듯 물, 밀가루(박력분), 소금, 달걀 또는 달걀노른자, 우유, 버터, 설탕, 말린 과일(특히 오렌지 껍질 말린 것), 건포도, 바닐라(가루 또는 스틱), 천연 발효종이 들어간다. 파네토네는 반죽 후 2번의 발효를 거쳐 모양을 만들고 둥근 틀에서 또 한 번 발효를 거친 후 오븐에서 익혀준다. 파네토네는 다른 빵과는 비교되는 천연 발효종, 발효의 횟수 등으로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12~18도의 온도에서 6~7개월 정도 보존이 가능하다. 파네토네는 크리스마스 정찬의 마무리에 디저트로 먹는다. 이때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스터드 크림 등을 곁들여 서브할 수 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케이크, 슈톨렌 Stollen]
독일의 파네토네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이해가 빠르지만, 슈톨렌의 어원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으나 ‘말뚝’, 또는 ‘나무 기둥’이라는 고대 독일어 슈톨로(Stollo)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슈톨렌은 건포도와 설탕에 절인 과일, 아몬드, 계피, 넛맥, 카다멈 등의 향신료를 넣고 구운 빵에 버터를 바른 뒤 슈가 파우더를 넉넉히 뿌려 완성한다.
슈톨렌은 크리스마스에 먹는 케이크로 예수(Christ)를 붙여 크리스트 슈톨렌, 또는 독일어로 크리스마스 이브 바이나흐트를 붙여 바이나흐츠슈톨렌(Weihnachtsstolle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329년 독일 나움부르크의 제빵사 조합 결성을 승인한 주교 하인리히 1세(Heinrigh I)에게 감사의 의미로 슈톨렌을 바쳤다는 유래가 있다. 슈톨렌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달콤하면서도 고소하고 향긋한 맛을 갖고 있으며 만든 후 바로 먹는 것보다 숙성시켜 먹어야 제맛이 나므로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두고 슈톨렌을 만드는 전통이 있다. 슈톨렌으로 가장 유명한 드레스덴(Dresden)에서는 1994년부터 슈톨렌 축제가 열리며 이때는 무게가 수 톤에 달하는 대형 슈톨렌을 선보인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케이크, 뷔슈 드 노엘 Bûche de Noël]
뷔슈 드 노엘은 얼핏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케이크의 둥근 모습은 아니고 굵은 통나무의 모양을 본떠 만든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이다. 달걀에 설탕을 넣고 중탕하여 밀가루와 녹인 버터를 섞어 만든 제누아즈(génoise)에 초콜릿 혹은 커피, 버터, 생크림, 슈가 파우더 등을 첨가하여 만든다.
프랑스어로 뷔슈는 장작을, 노엘은 크리스마스를 뜻하며 뷔슈 드 노엘이라 하면 크리스마스 장작을 의미한다. 유럽인들은 예로부터 다음 해의 풍작을 기원하며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래 탈 수 있는 장작을 골라 적어도 삼 일 밤낮, 또는 새해까지 불을 지피던 전통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난로가 점차 사라지자 19세기 후반경부터는 과거의 전통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뷔슈 드 노엘이라는 디저트를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