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겨울 제철 ‘핫 칵테일’이 왔어요

겨울 제철 ‘핫 칵테일’이 왔어요

이재민 2023년 12월 21일

날이 꽤 추워졌다. 아무리 내복을 껴입어도, 두꺼운 점퍼를 걸쳐도, 모자·장갑·귀마개 등 방한용품으로 무장을 해봐도 몸이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몸을 이렇게나 덮었는데도 추운 걸 보면 겉이 아닌 속이 차서 추위에 벌벌 떠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그렇다면 따듯한 칵테일 한잔을 곁들여 몸을 녹여내 보는 건 어떨까? 추워 죽겠는데 언제 또 이것저것 재료를 사 오냐고? 걱정하지 말자. 집 앞 슈퍼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술들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들로 준비했다.

[뱅쇼]


뱅쇼는 프랑스어로, 와인을 뜻하는 뱅(vin)과 따뜻함을 의미하는 쇼(chaud)가 만나 만들어진 단어다. 여기서 따듯한 와인이란 단순히 데운 와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와인에 향신료나 과일을 넣어 끓여 만든 일종의 핫 칵테일을 말한다. 술을 끓일 때 사용하는 과일과 향신료에는 대표적으로 계피, 정향, 오렌지, 레몬 등이 있다. 유럽인들이 추운 겨울에 감기를 예방하고 기력을 회복하고자 마셨던 음료답게 감기에 도움을 주는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뱅쇼를 끓이는 방법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다. 와인에 향신료나 과일을 넣고 끓이면 된다. 당도는 꿀이나 설탕 등을 넣어서 맞추면 된다. 뱅쇼를 만들 때 레몬이나 정향 등이 없어 넣지 않는 건 그나마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와인이 없는 상황과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 뱅쇼는 뜨거운 와인이다. 다른 재료가 풍부하게 갖춰졌더라도 와인이 없다면 뱅쇼를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뱅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뱅쇼에 어울리는 와인의 조건으로는 풍부한 과실 향, 높은 당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저렴한 가격’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저렴한 가격의 와인이란 퀄리티가 조금은 떨어지는 와인들을 말한다. ‘저렴한 와인은 모두 다 안 좋은 와인이야‘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저렴한 와인과 비싼 와인이 있다면 비싸 와인이 상대적으로 좋은 와인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뱅쇼는 어차피 당과 과일, 향신료를 넣어 맛을 내는 음료이기 때문에 밸런스가 탄탄한 와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비싸고 좋은 와인에 무언가를 첨가한다면 그건 되레 와인의 가치를 해치는 일에 가깝다. 끓여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도 많은 양이 증발하기 때문에 비싸고 좋은 와인은 효율 면에서도 좋지 않다.

이번에 뱅쇼로 추천하는 와인은 진로 와인이다. 가격은 2,650원. 포도 주스 같은 진한 단맛이 특징이다. 뱅쇼에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진로 와인으로 뱅쇼를 끓일 때는 제일 마지막에 설탕을 넣어 당도를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모주]


모주는 쉽게 말해 막걸리 또는 술지게미에 생강, 계피, 배, 대추 등을 넣어 끓여 만든 조선의 핫 칵테일이라 할 수 있다. 이름이 모주로 불리게 된 유래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광해군 때 제주도로 귀양을 간 선조 아내의 어머니는 지게미를 이용해 술을 만들어 팔았는데, 왕비의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의미로 대비모주로 불리다가 나중에는 대비를 빼버리고 모주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술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해독에 좋은 재료를 넣고 만들었다 하여 모주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름의 유래 말고도 과거에 모주는 해장술과 아침밥으로 즐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늘날에 모주는 감기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겨울마다 뱅쇼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주에 들어가는 재료가 감기에 좋다고 알려진 뱅쇼와 비슷하다. 술을 고르는 기준도 같다. 저렴한 막걸리를 사용하면 된다. 쉽게 볼 수 있는 저렴한 막걸리, 장수나 지평 모두 모주를 끓이기에 괜찮다. 편의와 효율을 위해 상업용 막걸리를 추천하는 것이지 과거에는 모주를 만들어도 집에서 빚은 막걸리로 만들었을 거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 문화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상업용 막걸리가 싫다면 전통주로 취급하는 막걸리 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막걸리를 선택하여 모주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사용한 막걸리는 집 앞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수 막걸리다. 모주에서 핵심 재료는 계피와 생강, 설탕이다. 그중에서도 설탕은 색을 위해 갈색이나 흑설탕을 추천하는데, 없다면 백설탕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외에 추가할 수 있는 재료로는 감초, 대추, 배 등이 있다.

장수 막걸리로 모주를 끓이면 계피와 술의 달큰한 풍미와 더불어 새콤한 맛이 도드라지는데, 이럴 땐 설탕으로 산미를 가려주면 된다. 약간의 텁텁함도 있다. 만약 텁텁함을 싫어한다면 막걸리 고형물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맑은 부분으로 절반을 붓고, 병을 흔든 후 다시 절반만 부어 모주를 끓이는 것을 추천한다.

[핫초코]


여기서 말하는 핫초코란 술이 들어간 핫초코를 의미한다. 맛의 측면에서 술과 초콜릿은 궁합이 좋다. 핫초코에 럼을 넣어 만든 쇼콜라쇼 오 럼이나 베일리스 핫초코, 술이 들어간 초콜릿 등의 제품들이 이를 증명해 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초콜릿의 단맛이 술의 씁쓸함을 잘 덮어주며 기분 좋은 맛을 끌어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좋아하게 된 건 아닌가 싶다.

이번 핫초코에 사용한 술은 ‘잭다니엘’. 우리나라 전통주 말고, 다른 술은 모르는 편이라 가장 친숙한 술을 골라봤다. 동시에 스모키한 오크통 풍미가 달콤씁쓸한 초콜릿과 조화로울 것 같기도 했다.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따듯한 우유와 핫초코 가루, 잭다니엘을 컵에 부어 섞어주면 된다. 우유를 데울 때 표면에 얇은 막이 생겼다면 이는 제거하고 만드는 것이 좋다. 당연히 먹어도 되는 성분이긴 하지만, 좋지 않은 외관과 식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잭다니엘 핫초코의 맛은 상상한 대로였다. 핫초코의 따듯한 단맛과 알코올을 타고 퍼지는 잭다니엘의 화사한 쓴맛의 조합이 정말 좋았다.

겨울철 뜨거운 음료 한잔의 맛은, 감히 봄과 여름·가을이 흉내 내지 못할 맛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핫 칵테일의 제철은 겨울이라 할 수 있다. 핫 칵테일의 맛이 한껏 올라왔을 때, 찬바람을 안주 삼아 따듯하게 즐겨보길 바란다.

Tags:
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