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카니발이 한창이다. 재의 수요일 전날까지 열리는 카니발 행사는 이제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의미가 더 크다. 가면을 쓰고 행진하는 사람들 사이로 바삭한 카니발 디저트를 파는 상인들이 줄을 선다. 항상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 길거리는 비에 젖어 미끄러웠지만 그래도 시린 손에 디저트 봉지를 들고 가면서 행렬의 뒤를 졸졸 따라 걸었던 기억이 있다.
[카니발(Carnival) 이란?]
카니발(Carnival) 또는 사육제(謝肉祭)는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매년 2월 중하순경에 열리는 대중적인 축제이다. 종교적으로 무관한 우리나라에서는 어색한 행사이지만 카톨릭 국가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사육제는 정확히 주현절(1월 6일 주님공현대축일)부터 기름진 화요일(Mardi gras)까지의 기간을 의미하지만 요즘은 의미가 변화하여 기간 자체보다는 이 기간에 열리는 다양한 행사를 뜻하는 의미가 커졌다. 이 기간에 축제를 여는 것은 이 기간이 끝나면 금육, 사육과 절제의 기간인 사순절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마음껏 신나게 놀고먹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까르네발레(Carnevale) 즉 ‘고기를 금한다’는 뜻인 사육제는 carne(고기, 살)와 levare(없애다, 탈하다)로 구성된 합성어이다. 옛날에는 유럽 곳곳의 대도시, 시골마을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의 다양한 까르네발레 행사가 많이 있었지만, 이 기간 동안 로마 카톨릭 교회의 금식 전통을 엄격히 지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현대에는 많이 사라졌다.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몇몇 카니발들은 애초의 종교적 의미로부터는 완전하게 동떨어진 크고 화려한 볼거리로 변하고 있다. 대부분 가면이나 화장으로 분장하고 기괴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나 대형 인형들을 앞세워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니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미국의 뉴올리언스, 스위스의 바젤 등이 카니발 즉 사육제의 행사로는 아직까지 유명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는 카니발이 봄을 맞아 풍작과 복을 비는 축제가 되어 가면을 쓰고 가장행렬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전통은 이때 먹는 디저트일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이 기간에 먹는 디저트가 다르지만 그래도 기본은 달콤하고 바삭거려 기분을 좋게 만드는 단맛이 잔뜩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디저트를 나누고 즐기며 바로 이튿날인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의 고통을 잊게 되는 것이다.
[카니발의 디저트]
끼아끼에레(Chiacchiere), 카스타뇰레(Castagnole), 달콤한 라비올리(Raviole Dolci), 토르텔리 튀김(Tortelli Fritti) 등은 이탈리아에서 카니발 기간 동안 발견할 수 있는 디저트의 각기 다른 이름이다. 지역마다 이름, 만드는 방법 등이 다르지만 주요 성분은 밀가루, 설탕, 달걀, 버터 및 알코올 성분(일반적으로 그라빠 또는 브랜디, 마르살라) 등이다. 이 재료를 잘 섞어서 보통 30분 정도 휴지시킨 후 얇게 밀어 지역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모양으로 만들어 준 뒤 기름에 튀겨내어 바삭한 질감의 과자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