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그게 무엇이든 ‘적당한 힘겨루기’를 통한 균형 잡기가 참 잘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56개 민족이 다툼 없이 살아가는 베이징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같은 민족끼리도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탓에 수십 년 동안 등을 지고 사는 우리 형편에서 본다면, 말과 글과 역사가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먹고 마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각 민족의 본연의 것이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한 대표적인 도시 베이징에서조차 그대로 보존돼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긴 시간 외지에 나와 생활해야 하는 근로자, 유학생 등 객지 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어느 도시에서든 고향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이나 글은 한족(汉族)의 것인 ‘만다린(普通话, Mandarin)’을 표준어로 사용, 공식적인 문서나 수능시험과 같은 국가고시에서는 이를 사용토록 강제하고 있지만, 먹을거리만큼은 각 민족의 것이 훼손되지 않고 내려져 오는 형편이죠.
그 가운데 중화주의의 중심지인 장강(長江) 이남 지역으로부터 가장 먼 우루무치(乌鲁木齐)에 자리한 위구르족의 먹거리는 단연 베이징에서도 화제로 꼽힙니다.특히 ‘할랄’이라고 불리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정을 지켜야 하는 그들의 문화가 먹거리 문화에도 담겨 있는 탓에, 다리가 셋 달린 것이라면 뭐든 끓이고 튀겨 먹는 지금의 중국의 문화와 정면에서 배치될 법도 하지만, 베이징 곳곳에서 할랄을 지키는 이슬람 전통 레스토랑이 쉽게 눈에 띕니다. 할랄이라는 민족의 전통 의식을 그대로 지키는 이슬람 식당에서는 주로 양고기와 밀가루로 빚어낸 ‘난(naan)’ 등을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절대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은 ‘하람(haram)’이라 부르며, 술과 돼지고기 등은 일절 취급하지 않는 것이 이들 식당의 법도죠.
그 가운데, 베이징시 하이뎬취에 자리한 ‘두니아 무슬림 찬팅(东尼亚 穆斯林餐厅)’은 이 일대 거주하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명물 식당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저녁 시간대에는 식당 밖으로까지 긴 줄을 선 손님들 탓에 늘 북적이는 분위기로도 유명한데, 필자는 실제로 저녁 6~7시 사이 이곳을 찾았다가 몇 차례 손님들의 긴 행렬 탓에 발길을 돌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드디어 오후 5시 저녁 손님으로는 첫 손님으로 입장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위구르 어(ئۇيغۇر مىللىتى)’를 사용하는 주인장과 직원들이 있는 이슬람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그동안 중국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언어로 인사하는 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약시무씨즈(어서 오세요)”라며 위구르족 언어로 환대해줍니다. 유난히 오똑한 콧날과 갸름한 얼굴, 깊은 눈매를 가진 이 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지금껏 알고 지냈던 중국인들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이날 주문한 음식은 이곳의 대표적인 요리인 양고기 꼬치 구이와 밀가루 반죽을 석괴에 구운 난, 양고기를 작게 저며 각종 채소, 밥과 함께 볶아낸 볶음밥, 이슬람식 스파게티 한 그릇입니다.
특히 흰 밥 대신 난을 주식으로 하는 이들의 문화상 일반 식당에서 판매하는 난보다 두껍고 크게 구워낸 난의 풍미가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주인장 설명에 따르면 밀가루 반죽에 섞은 마늘과 양파가 뜨거운 석쇠와 만나면서 특별한 풍미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또, 양고기 역시 토착화된 일반 중국 식당의 꼬치와는 크기에서부터 차이가 났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두툼한 양고기 위에 짭조름한 향신료 가루가 뿌려져 있었습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그동안 먹었던 양꼬치는 다 잊게 만들만큼 ‘충분한 맛’을 담아내고 있었는데, 특히 소금 간으로 간간한 맛을 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것이 특징이었죠. 아마도 이것이 양꼬치 ‘본토’의 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밖에도 이날 함께 주문했던 이곳의 명물 이슬람식 스파게티는 주인장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의 근원이 바로 위구르족의 음식에서 파생됐다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식 스파게티와 맛이 매우 유사했습니다. 다만, 입 안에서 따로 맴도는 듯 한 식감의 유럽식과 달리 이곳의 면은 칼국수 면과 같이 입 안에서 착착 달라붙는 느낌의 식감이었고, 양고기를 풍부하게 썰어내, 함께 조리했다는 점에서 소고기를 주재료로 내어내는 유럽의 것과는 풍미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식당 내부를 장식한 인테리어에서부터 위구르족의 전통 문양과 분위기가 오가는 손님들에게 위구르 전통 음식이 가진 자부심과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듯 보였고, 식당 내부에서 근무하는 이들 모두 위구르 족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도 식당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 이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면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만큼 자리 잡기까지 그간 이민족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을 것이 분명한 이들의 식당에서 잠시나마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던 밤입니다. 그리고 이 곳이 비록 베이징이지만, 이슬람 민족의 문화와 향과 맛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필자는 이날 중국 속의 또 다른 세계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찾아가시는 방법
。주소: 学院路15号北京语言大学校园内
。예약문의: +86 (010)82303695
。베이징 지하철 13호선 우다코우(五道口)역 A번 출구 하차 후 베이징어언대학교 방향으로 도보 5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