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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태양은 더 붉었다.

비아 라비카나 Via Labicana의 거리를 계속해서 걷다 보면, 왼쪽 귀퉁이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콜로세움이다. 내가 평소 유적지 여행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는데, 콜로세움만은 달랐다. 마치 영화 속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학생 때부터 인쇄물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봤었던 그 건축물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진짜’가 나타나고 나니, 경외감 마저 들었다. 콜로세움 앞에 다다를수록, 관광객과 잡상인들도 들러붙었다. 정신 못 차리다가 소매치기당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눈은 계속해서 콜로세움을 훑고 있었다. 낮에 보는 콜로세움과 밤에 보는 콜로세움은 확실히 다르다.

[사진 001] 낮의 콜로세움

[사진 001] 낮의 콜로세움

[사진 002] 밤의 콜로세움

[사진 002] 밤의 콜로세움


고대 로마가 시작되고 가장 번성했던 시기의 중심지였던 콜로세움. 콜로세움은 ‘거대하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콜로세움 앞에 세워졌던 네로 황제의 거대한 동상 때문에 그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서기 72년경, 고대 로마 시민들의 최고의 사교, 유흥 장소였다. 고대 로마 유적 중 가장 큰 원형경기장으로 본 명칭은 플라비오 원형극장 Flavio Amphithetre. 콜로세움은 지름 156~188m, 둘레 527m, 높이 48.5m의 4층으로 된 타원형 건축물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검투사 경기를 보러 찾아드는 5천여 명 가량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 경기장은 또한 해상 전투를 재현하거나 고전극을 상연하는 무대로도 사용되었다. 검투사들은 보통 노예나 전쟁 포로 중에서 운동 실력이 출중하고 용맹하게 잘 싸우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서로 결투를 벌이거나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사냥해 보여 로마 관중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대결이 끝나면 승자가 패배한 검투사를 죽여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그 몫은 오로지 황제에게 주어진다.

[사진 003] 고대 로마의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콜로세움.

[사진 003] 고대 로마의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콜로세움.


중세에 콜로세움은 교회로 쓰였으며, 그 이후에는 프란지파네 가문과 안니발디 가문이 요새로 사용했다. 시간이 흘러 이 건물은 지진의 피해 혹은 약탈로 인해 손실이 가중되었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생긴 현대의 공해에 시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아직도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아 아직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콜로세움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신 7대 세계 불가사의 중에 하나로 선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 가면 주로 하는 본인 인증하기. 얼마 전 한 러시아 관광객이 콜로세움 벽에 알파벳 K를 새겼다가 2만 유로(약 2,7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고 한다. 괜한 손찌검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유의하자.

[사진 004] 콜로세움 앞은 관광객으로 장사진이다.

[사진 004] 콜로세움 앞은 관광객으로 장사진이다.


콜로세움이 세계적인 스테디 관광지이다 보니, 그 주위에는 다양의 상권이 형성된다. 그중에 펜치 하나로 수제 팔찌를 만드는 장인이 눈에 띈다. 특히, 여성들의 정착지 중에 하나다. 다소 서툴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증폭된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만들어 준다는 기대감.

[사진 005] 철사로 예술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상인.

[사진 005] 철사로 예술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상인.


베네치아 광장은 로마 중심부에 있는 광장이다. 1871년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베네치아 대사들이 거주하던 궁전 앞에 지어져서 베네치아 광장으로 명명했다. 광장 북쪽으로는 명품 상점들이 많이 들어선 코르소 거리 Via del Corso가 뻗어 있으며, 광장 중심에 보이는 하얀 건물이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이탈리아의 제1대 국왕이 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념관이다. 기념관은 현재 통일기념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 기념관을 등지고 왼편에는 있는 황토색 건물이 베네치아 궁전으로, 무솔리니의 집무실로도 사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무솔리니가 궁중을 상대로 연설하던 베란다가 유명하다. 현재 르네상스 예술품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006]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념관.

[사진 006]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념관.

로마에 와서 ‘굳이 한 곳만 보고 가라고 한다면’, 나는 ‘트레비 분수’를 꼽겠다. 트레비 분수는 세 갈래 길 Trevia이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전설 때문에 24시간 관광객이 몰린다. 전설인지 마케팅인지는 몰라도 분수 앞에서 독사진을 찍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분수는 1732년 공모전에 당선된 니콜라 살비의 작품으로 1762년에 완성되었다. 폴리 궁전의 벽면을 이용해 바로크 양식으로 조각한 분수다. 중앙에는 두 마리의 해마가 끄는 조개 마차를 타고 있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있고, 그 양쪽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인 트리톤 Trition(만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어리얼의 아버지)이 조화를 이루어 세워졌다. 포세이돈 신 좌우에 있는 석상은 풍요와 건강을 상징한다. 이 분수의 물은 기원전 19년 아그리파에 의해 축조된 수로를 통해 들어오는데, 왼쪽 상부에 있는 부조는 아그리파 수로 축조에 관한 사실을 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원석으로 조각되었다는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트레비 분수도 낮과 밤 모두 와서 감상해야 하는 곳이다.

[사진 007] 트레비 분수 앞의 광경

[사진 007] 트레비 분수 앞의 광경


트레비 분수 앞에서 동전 던질 때, 분수를 등지고 오른손에 동전을 쥔 채 왼쪽 어깨너머로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빌어야 한다. 던지는 동전의 숫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른데, 1개는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개는 평생의 연인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장면도 이곳을 한층 낭만적인 장소로 기억하게 한다. 이 동전들은 모아서 자선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사진 008] 분수를 등지고 오른손으로 동전 던지는 순간.

[사진 008] 분수를 등지고 오른손으로 동전 던지는 순간.

복잡한 인파를 뚫고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아니 맥주 한잔의 여유를 찾았다. 이탈리아 맥주 포레티. 이 양조장은 1877년 12월 26일에 Birrificio Angelo Poretti가 처음으로 맥주를 제조하였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이탈리아 맥주가 유럽 전역에 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스트리아나 보헤미아, 바이에른 지역을 돌며 맥주의 양조법을 배웠다. 그는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왔을 때, Valganna 지역에 양조장을 차리게 되었다. 그는 맥주를 제조하는데 홉의 역할을 중시했으며, 맥주의 종류마다 정교한 방법으로 홉을 투입한다. 또한, 맥주마다 적합한 요리를 매칭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맥주 홈페이지에는 맥주 종류별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요리를 고르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선택한 맥주는 4 Luppoli Originale(5.5%) Lager다. 4개의 홉을 배합해서 넣었으며, 과일 아로마 향이 난다.

[사진 009] 포레티 라거 맥주 한잔.

[사진 009] 포레티 라거 맥주 한잔.

포폴로 광장은 큰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민중의 광장’이라는 뜻이 있다. 집회가 종종 열리기도 했다. 2013년에는 정부의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있었다.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기원전 1세기에 이집트 정복을 기념해 세워진 오벨리스크가 광장 중앙에 있다. 그 주변으로 사자 모양의 분수가 물줄기를 뿜어낸다. 광장 주변에는 쌍둥이 성당, 포폴로 문, 핀초 언덕 등이 있는데, 나무숲으로 길이 나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핀초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이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광장의 모습이 장관이다. 쌍둥이 성당 맞은편에 있는 포폴로 문을 통해 당시 많은 사람이 로마로 들어올 수 있었다.

[사진 010] 핀초 언덕에서 바라본 포폴로 광장.

[사진 010] 핀초 언덕에서 바라본 포폴로 광장.


핀초 언덕은 오르기 편하게 S자로 길이 나 있다. 이곳은 과거 나폴레옹이 그의 아들을 위해 별장과 조경 시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언덕 위에는 야자수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바닥은 작은 돌로 깔려있다. 이곳은 원래 로마 제국 당시 핀초 Pincio 가문의 땅이었다. 나폴레옹이 지은 별장은 현재 프랑스 아카데미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해 질 녘 이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노을이 기가 막히다. 2012년 이 광장은, 3만 명이 운집해 싸이의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진 011] 핀초 언덕 위에서 즐기는 관광객

[사진 011] 핀초 언덕 위에서 즐기는 관광객


드넓은 로마에는 광장도 많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할 무렵, 일행 한 명이 젤라토 아이스크림 상점을 찾았다. 그런데 그녀는 있어야 하는 데 왜 없냐는 눈치다. 원래 스페인 광장이 유명하게 된 데는 이 젤라토 아이스크림이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 하나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어 ‘줘야’ 한단다. 하지만 이제는 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을 하면 벌금을 지급해야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계단에 하도 흘려서 미관상 보기 안 좋다는 이유에서다. 역시나 앉아 있는 사람 중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광장을 벗어난 후 사 먹었다.

[사진 012] 로마의 또 다른 별미, 젤라또 아이스크림

[사진 012] 로마의 또 다른 별미, 젤라또 아이스크림

이 광장의 계단은 137개이며, 그 위에는 트리니타 성당이 모습을 보인다. 계단 위에서 바라보는 정면의 작은 골목이 인상적인데 명품 상점이 많은 콘도티 거리 Via di Condotti이다. 광장 중앙에는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르트 베르니니가 제작한 바르카치아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테베레 강의 물이 범람해서 우연히 와인 운반선인 바르카챠 Barcaccia가 스페인 계단 앞까지 흘러들었는데, 이때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쯤에서 왜 로마에 스페인 광장이 있는지 궁금할 터. 17세기에 이 광장 주변에 스페인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 광장은 화려한 로코코 양식으로 제작되었으며, 괴테, 바그너 등 당대의 유명한 예술인들이 쉬어간 곳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들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잡담을 나눈다. 물론 나처럼 지도를 펴들고 이후 이동 경로를 고민하는 이들도 꽤 보인다.

[사진 013] 스페인 광장의 계단은 사람들로 인산인해.

[사진 013] 스페인 광장의 계단은 사람들로 인산인해.

파스타를 먹으러 이탈리아에 갈 정도로 파스타에 미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특히 그 생면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는데, 로마의 파스티피초 Pastificio는 그 곳 중의 최고다. 이곳은 1918년에 오픈했으며, 파스타 요리를 하면서 생면도 판매한다. 로마의 스페인 계단으로 가는 골목 거리에 위치한 이 파스타 전문점. 테이크 아웃도 가능한 파스타 요리는 단 4유로에 판매한다. 로마의 물가에 비해서는 상당히 경제적이다. 대신 종류는 매일 다르고 한정적이다. 보통 2종류가 판매하는데, 오후 1시부터 판매가 시작하고 정해진 양만 판매하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맞춰야 한다. 내가 이 가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이미 가게 정리도 마무리되었다. 주문하면 바로 일회용 접시와 포크가 제공된다. 이탈리아에서 먹는 이탈리아 음식은 (한국인이 느끼기에) 생각보다 짜기 때문에 이곳도 비슷하리라 본다. 그래서 페트병으로 놓여 있는 생수통이 눈에 간다. 물과 와인이 무료다. 가게가 협소해서 테이블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가게 안쪽 둘레를 바로 인테리어해서 파스타를 받아 빈자리에 앉아 먹으면 된다. 가게 안쪽에는 직접 면을 뽑는 기계가 보인다. 우리나라 시골의 제면소를 보는 듯하다.

[사진 014] 파스티피초 앞.

[사진 014] 파스티피초 앞.

[사진 015] 파스티피초 내부 모습.

[사진 015] 파스티피초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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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발로 기억하는 보헤미안, 혀로 즐기는 마포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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