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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의 한 해

매년 1월, 사람들은 한 해의 새로운 목표와 희망을 계획하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과정을 다른 날씨와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 포도 생산자는 때에 맞는 일로 나무를 보살피며 묵묵히 그들의 길을 걷습니다. 모든 와인 한 병에는 가지치기나 포도 수확 외에도 노동 집약적인 포도밭에서의 노동이 사시사철 필요하기에 대부분의 포도 생산자들은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지요. 포도밭, 일 년의 과정을 보며 오늘의 와인 한 병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셔보는 것이 어떨까요?

겨울 가지치기(Pruning)를 기다리는 프랑스 론 남부 지역의 포도밭 풍경

포도나무는 여러 해를 사는 식물입니다. 100년 넘는 오래된 포도나무가 지반 깊이 뿌리를 내려 연륜을 담은 와인의 맛을 자랑하듯 환경만 갖춰진다면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식물이지요. 포도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 포도 열매를 맺어 가을에 수확을 하고 겨울엔 겨울잠을 자며 다음 해를 준비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사람이 힘과 노력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덩굴처럼 엉키듯 자랄 수 있는 식물 인지라 포도나무가 잠든 추운 겨울에도 한 해의 농사를 위해 대부분의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나무를 정렬하고 가지치기를 하며 최적의 수확 조건을 만드는데 바쁘게 지냅니다.

겨울 가지치기 작업 중인 와인 생산자

1월과 2월(남반구는 6월과 7월), 한 해를 준비하는 때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는 가을의 추수, 두 번째는 겨울 가지치기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포도나무에 잎이 하나도 달려있지 않아 벌거벗은 듯 외로운 식물의 외관을 유지하는 것은 추운 날씨와 눈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포도나무의 방어 전략과도 같습니다. 포도는 지난해 자란 가지에 형성된 눈에서 새 가지가 자라나고 열매를 맺기 때문에 지난해의 가지 중 새로운 싹을 피우기에 적합한 가지를 남기고 잘라냅니다. 이때 지역과 기후, 품종과 와인 생산자가 원하는 방식에 맞춰 다양한 가지치기를 수년간 반복해 포도나무의 특정한 형태를 잡아가게 됩니다. 포도 생산자들은 2월 말경 새로운 포도나무 묘목을 밭에 심는 일도 합니다.

프랑스 생 시니앙(Saint Chinian)에서 묘목을 심는 2월

3월과 4월(남반구는 8월과 9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시기
3월에도 포도나무는 여전히 휴면상태이지만, 3월 중순이 되면 먼저 싹을 피우는 품종의 나뭇가지에 수액이 활발히 돌고 싹을 틔웁니다. 한 해의 농사를 결정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우박 등으로 어렵게 피운 싹을 잃어버리고 나면 사람이 포도밭에서 사람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내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싹이 자라고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 포도밭에서 나무에 밑을 향해 자라나는 싹을 잘라내기도 합니다. 보통 많은 양보다 품질이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순치기 작업으로 포도나무당 생산될 포도의 양을 조절하는 시기이며, 4월에는 포도밭의 잡초도 제거합니다.

작은 포도송이가 보이기 시작하는 5월의 샴페인

4월과 5월(남반구는 9월과 10월), 꽃피는 시기
북반구에서는 4월에 대부분의 포도나무에 수액이 오르고 싹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싹이 부러지기도 하고 덩굴에 가려지기도 하는데, 이 시기 캐노피를 관리하고 해충과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첫 번째 예방 작업을 하는 시기입니다. 원하지 않는 잡초를 제거하는 등의 보살핌을 받는 포도나무에 남은 싹은 햇빛과 토양의 양분을 흠뻑 먹고 꽃을 피웁니다. 포도의 꽃은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속에 같이 있고 꽃이 꽃뚜껑으로 덮여 있습니다. 수꽃의 꽃실이 커지며 압력으로 뚜껑이 떨어져 나가면 암술과 수술이 노출되어 수분과 수정이 곤충의 도움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6월 프랑스 남부의 포도밭

6월과 7월(남반구는 11월과 12월), 열매를 맺고 성장하는 여름
대개 6월에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고 작은 송이가 열리며 시간이 갈수록 열매가 커지니 포도송이의 모양을 갖춰갑니다. 6월은 비가 내리면서 수확을 마칠 위험성이 있어 날씨가 매우 중요한 달입니다. 포도가 힘차게 익어야 하는 여름, 포도 재배자는 포도를 최대한 만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여름의 중반과 후반에 이르러 포도송이가 익어가며 그 색을 바꾸는 베레종(Véraison), 포도알의 색상은 녹색에서 품종에 따라 노란색, 황금색, 분홍색과 보라색을 담은 붉은색으로 변해가는데 이때, 포도송이에 전달되는 영양분과 햇빛의 노출이 집중될 수 있도록 녹색의 포도송이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포도송이는 땅에 떨어져 자연 비료가 됩니다. 포도송이처럼 나무의 가지도 색상이 나무색상으로 짙어지고 단단해지며 포도 송이는 포도알의 당분을 높여갑니다.

빠르면 8월부터(남반구는 1월부터), 시작되는 수확의 계절
매년 빨라지는 포도 수확의 시기를 보며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와인 생산지의 위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엔 스페인은 물론 유럽 전체적으로 8월부터 수확을 시작한 생산지역이 많았지요. 포도를 수확하기 위한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에놀로지스트(Oenologist)는 포도가 원하는 당분과 산도에 도달했는지를 매일 분석하고 샘플링합니다. 수확시기에 가장 우려되는 보트리티스나 곰팡이가 퍼지지 않도록 매우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포도 수확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도가 완벽하게 성숙했을 때 가능한 큰 수확팀을 한시적으로 투입하여 최대한 빠르게 포도를 수확합니다. 줄기 제거, 압착 등의 과정이 바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추기도 합니다. 포도는 후숙되지 않는 과실이라 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포도알의 성숙을 멈춥니다. 디저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수분을 줄여 당도를 높여야 하는 포도송이는 남겨두고 대부분의 포도를 수확합니다.

11월과 12월(남반구는 4월과 5월), 낙엽의 시기
포도를 수확하고 나면 엽록소를 통해 탄수화물 생산을 멈춰 포도나무의 잎은 색상을 잃고 겨울이 되기까지 땅으로 하나둘 떨어지며 또다시 겨울의 프루닝을 기다리는 포도나무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포도나무의 잎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기엔 가지치기도 이루어집니다. 겨우내 계속되는 가지치기와 함께 밀듀 포자를 제거하기 위한 아황산염을 뿌리거나 퇴비를 밭에 뿌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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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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