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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고혜림 2022년 9월 27일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관한 경고 아닌 경고가 수차례 있었다. 우리는 이를 목격하기도 하고 경험하기도 하면서 그 사태의 심각성을 점차 깨닫고 있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포도를 다루는 와인메이커와 포도 재배자도 기후 변화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서리, 가뭄, 산불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과 따뜻한 겨울에 대응하기 위해 포도 수확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 외에도 그들은 장기적 대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포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최종 산물인 와인도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나 상파뉴(Champagne) 지역은 따뜻한 날씨 덕을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서리나 서늘한 기후로 포도가 제대로 익지 못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해당 지역 와인은 균등한 품질의 와인을 비교적 수월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후 변화는 포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최종 산물인 와인도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령, 산도는 낮아지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와인메이커들은 점차 다른 지역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포도 재배 가능 지역 또한 점차 북반구 북쪽으로 남반구 남쪽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피노 누아(Pinot Noir)나 샤르도네(Chardonnay)는 척박한 토양과 궂은 날씨를 벗 삼아 자라야 당도, 산도, 타닌의 삼박자가 환상적인 와인이 탄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와인메이커들은 예전에는 포도 재배가 어려웠던 국가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미 5년 전, 떼땅져(Taittinger) 샴페인 하우스는 영국에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그곳의 백악질 토양과 기후 조건이 샴페인 양조를 위한 최적의 포도 수확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떼땅져 샴페인 하우스는 영국 Kent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약 40헥타르 규모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샴페인을 양조할 예정이며 2023년이면 우리도 마셔볼 수 있다고 한다.]

상파뉴(Champagne) 지역은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재빠르게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농법(오가닉,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등)과 이산화탄소 저감 캠페인 등을 적극 실천해왔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샴페인 병 무게를 줄이는 것인데,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샴페인 양조에 사용하는 품종을 늘리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온도 상승으로 인해 톡 쏘는 느낌과 톡톡 튀는 산도가 줄어듦에 따라 아로마 집중력이 강화된 스틸 와인 양조에도 힘쓰고 있다. 이름하여 코토 샹프누아(Coteaux Champenois).

부르고뉴(Bourgogne)의 와인메이커들은 포도 수확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에 고민을 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포도 수확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데, 과도한 햇빛에 포도가 노출되면 자칫 부르고뉴 와인 특유의 산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포도 양조에 있어도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부르고뉴 와인 알코올 도수(ABV)가 예전과 달리 꽤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면 천연 효모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고 세균 증식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니 철저한 위생 관리나 발효 시 온도 조절 그리고 적절한 이산화황 사용 등 와인메이커의 세밀한 손길이 필요하다.

부르고뉴 지역 일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도밭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포도나무를 다시 심으려면 휴경 기간이 필요하고 포도나무가 제대로 자라서 와인을 양조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다른 품종을 재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보르도(Bordeaux)는 어떨까? 보르도 지역도 예상하지 못한 서리, 산불, 태풍, 수확 시기의 엄청난 비 그리고 가뭄 등을 경험했다. 해당 지역은 토양에 주목하면서 생물학적 다양성에 초점을 두었는데 포도밭의 나열이 아니라 숲을 재건하고 다른 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노력은 카본 싱크(carbon sink, 넓은 삼림지대로 지구온난화 저감 효과가 있음)를 형성하고 동식물 활동을 장려한다.

또한, (부르고뉴 지역보다는) 다른 품종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4개 레드 품종 [아리나르노아(Arinarnoa), 카스테(Castets), 마르슬랑(Marselan) 및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과 2개 화이트 품종[알바리뇨(Alvarinho) 및 릴리오리아(Lilorila)]가 새롭게 도입되어 최대 10%까지 블렌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프랑스 와인메이커들은 기후 변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비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 호주, 칠레, 스페인 등 와인을 만드는 국가 또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후 변화는 이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고 더 많이 바꿀 거라는 거다.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어떠한 와인을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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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림

와인 덕질 중인 본캐 번역가 / hk@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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