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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갑지 않은 기후변화, 북유럽 국가에겐 오히려 ‘득’?

달갑지 않은 기후변화, 북유럽 국가에겐 오히려 ‘득’?

임지연 2023년 9월 21일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지역의 이상 기후로 인한 포도 흉작과 풍작으로 전 세계 와인 생산 지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부 유럽의 기후가 바뀌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와인 강국들에는 비관적인 이상 기후가 오히려 북유럽 국가들에는 포도 생산에 최적화된 기후를 만들어 주면서 예전에 보기 어려웠던 포도 풍작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스웨덴의 와인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금껏 그 누구도 스웨덴을 떠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와인 생산 국가라는 이미지를 연상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머지않아 이들의 생각을 완전히 변화시켜야 할 시점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와인 강국으로 꼽혀왔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지역의 이상 기후로 지난 몇 년 사이 역대급 포도 흉작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스웨덴의 포도 풍작 소식은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인은 포도로 만들고, 포도는 땅과 공기 그리고 온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으며 재배된다. 그 때문에 사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비결이란 의외로 좋은 환경의 포도밭에서 재배에 가장 탁월한 기후 환경에서 포도를 정성껏 가꿔 와인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말과 일맥 한다. 더우면 포도가 빨리 익는데, 천천히 자연스럽게 익어 열매가 늦게 맺히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야 풍미가 가장 좋기 때문에 기후는 포도 재배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스웨덴 기상연구소는 지난 30년 사이 스웨덴 남부의 기온이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 덕분에 스웨덴 내 포도 농장의 평균 포도 재배 기간이 이전보다 무려 20일 정도 더 길어져 기대 이상의 포도 생산량 달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Kullabergs Vingard / 출처: AP

북해 근처에 있는 14헥타르 규모의 컬라베르그 빈가드 와이너리에서 수석 양조전문가로 있는 펠릭스 안버그 씨는 “기온 상승이 전통적인 와인 강국에는 예측하지 못하는 피해는 주고 있는 반면 스웨덴에는 오히려 포도 생산량 증가라는 새로운 와인 산업에 대한 추진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몇 년 전부터는 프랑스 등 국가의 와이너리에 근무했던 양조 전문가들이 하나둘씩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지역으로의 정착을 시도하는 모습까지 목격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됐다.

와인 양조의 기본이 포도밭 농사라는 점에서 북극권 아래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북유럽은 서리에 강한 포도 품종을 다량으로 재배할 수 있는 탁월한 기후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Astad Vingard에서 재배되는 포도 / 출처: astadvingard.se

그중에서도 스웨덴은 지난 2021년 유럽연합이 스웨덴에 아펠라시옹 와인에 하이브리드 품종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하면서 고품질의 포도 생산량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에 스웨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노균병과 흰가루병 등 와인 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바이러스에 강한 포도 품종이 대량 생산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스웨덴에 생겨나고 있는 와이너리에서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품질의 포도를 사용해 ‘오가닉’ 와인 생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현지 와이너리 전문가들은 스웨덴이야말로 차세대 와인 생산 강국으로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양상이다.

특히 백야 현상이 있는 스웨덴에서는 여름 한낮 동안 최장 23시간 해가 떠 있는데, 이 점이 포도 재배를 위한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산미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스웨덴 전역의 포도 농장 규모는 약 150헥타르로 100만 헥타르에 달하는 스페인이나 80만 헥타르의 프랑스에는 아직 견주지 못하지만 그 성장세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 포도 농장의 규모가 매년 1.5~1.8배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대부분의 와인 전문가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조기에 준비하는 것만이 와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빈티지 와인의 대형 소매업체인 ‘벤치마크 와인그룹’의 데이브 파커 대표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예측 불가했던 기후 변화가 오히려 매우 흥미로운 와인을 선택할 여지를 넓혔다. 와인 애호가라면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면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와 같은 기존에는 다소 생소했거나 와인 변방으로 불렸던 국가들의 와인 생산력 증대에 관심을 보였다.

또, 이탈리아 최상급 와인인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의 총책임자인 액셀 하인즈 역시 “지금처럼 와인 컬렉터들에게 좋은 시기는 또 없었다”면서 “최근의 기후 변화는 과거 와인 컬렉터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스웨덴과 같은 국가의 와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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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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