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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코로나19 ‘집콕족’ 위한 주류 세일

하와이, 코로나19 ‘집콕족’ 위한 주류 세일

임지연 2020년 6월 16일

하와이 사람들은 확실히 술을 좋아한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하와이 주는 미국에서 약 8번째로 애주가가 많은 곳으로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마우이(Maui) 섬에 소재한 카훌루이(Kahului), 와일루쿠(Wailuku), 라하이나(Lahaina) 지역의 주민들이 매년 가장 많은 술 소비량을 보였는데, 이들 조사에 따르면 하와이 주민 가운데 법적으로 술을 구매, 소비할 수 있는 21세 이상의 성인 가운데 약 20.5%의 인구가 ‘과음’ 수준의 술 소비량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역의 술 소비 가능 성인의 약 18%가 애주가 수준의 술을 소비해오고 있다는 것과 비교해 무려 2.5% 이상 높은 수치다.

물론 이 같은 애주가가 넘쳐나는 하와이 주민들의 사정 탓에 미국 전체 대비 하와이의 음주 운전 사망률이 38%로 가장 높다는 숨길 수 없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그 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나고 자란 하와이 주민들의 술 사랑은 미국에서도 가히 알아줄 만한 손꼽히는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하와이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건강한 주(州)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힌다. 하와이 주민의 약 22.3%만이 비만 인구로 판명, 이는 미국 내에서 약 두 번 째로 비만율이 낮은 매우 건강한 지역으로 분류됐다는 점은 인상 깊은 현상이다.

더 흥미로운 조사 결과는 하와이 주의 높은 술 소비량은 하와이 주민들의 높은 소득 수준과 큰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다. 실제로 하와이 주민 가운데 애주가로 구분되는 이들의 상당수가 중산층 이상의 소득 규모를 유지했는데, 이들 애주가들은 연평균 약 7만 5천 달러 이상의 소득 수준을 보유한 이들로 드러났다. 술 소비와 소득 수준의 연관성으로 가장 큰 이유는 하와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주류가 타 지역과 비교해 고가, 정가에 판매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하와이 로컬 만물백화점으로 불리는 ABC STORE에서 최근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류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더욱이 매년 해외 각국에서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하와이의 특성 상 여행자들이 소비하는 대량의 주류 덕분에 하와이는 매년 주류 관련 이벤트와 행사가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국내외 입국 여행자들과 현지에 거주하는 애주가들의 덕분일까. 하와이 주에 소재한 크고 작은 주류 전문 취급 상점에서는 365일 소소한 규모의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이 주로 몰리는 6월 중순부터의 대규모 하계 휴가 시즌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 애주가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 홍보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는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즐비하게 설치된 행사를 알리는 무료 ‘쿠폰북(book)’에 빼곡하게 실리는 주류 할인 정보다.

일명 ‘알코올 스피릿(spirit)’으로 불리며 외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술 할인 정보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와이키키 해변과 호텔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공유된다. 이 덕분에 매년 약 150~20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인근 주류 매장을 찾아가기 위해 현지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올해에는 찾아볼 수 없어서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25일 하와이 주 정부가 내린 팬데믹(pandemic) 선언 이후 지금껏 하와이와 한국을 직항으로 운행하는 항공 노선이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본 또는 미국 대륙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을 경유해 하와이를 목적지로 하는 비행 노선을 간간히 운행 중이지만, 이틀 간의 긴 비행 일정을 소화하는 수고스러움을 감당하기는 직장인 여행자들에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팬데믹 선언 이후의 하와이 주류 취급 전문 업체들도 덩달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매년 이 시기면 대규모로 진행됐던 다채로운 주류 행사를 찾아오는 전 세계 애주가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일본, 미국 등지에서 하와이로 여행을 오는 소수의 여행자들이 간간히 있는 수준이지만, 일평균 800명 수준을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팬데믹 선언 이전 하루 평균 약 3만 명의 인원이 호놀룰루 국제 공항에 도착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 때문일까. 평소 주류 제품에 대해 유난히 엄격한 ‘정가’ 판매 제도를 유지해왔던 ‘ABC STORE(24시간 편의점)’가 다채로운 주류 할인 행사를 시작하는 등 현지 주민들을 겨냥한 자체적인 주류 소비 촉진 활동을 시작해 눈길을 모았다.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위치한 약 45곳의 ABC STORE에서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와이 주의 로컬 자본을 기반으로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약 45개의 편의점이 줄을 이어 영업 중인 ABC STORE는 외국에서 하와이 섬을 찾아온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여겨질 정도로 각종 먹거리와 간편 도시락은 물론이고 바다 수영에 필요한 의류 제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만물 백화점으로 통하는 곳이다. 더욱이 와이키키 해변 인근 호텔에서 주로 투숙하는 외지 여행자들의 경우 늦은 밤 술 한 잔이 생각날 때면 ABC STORE는 유일하게 다양한 술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외부인들이 필요한 모든 제품을 다채롭게 구비하고 판매해오고 있다는 것만큼 유명한 것이 주류 제품에 대한 ‘NO 할인 정책’이다. 모든 주류 제품은 인근의 대형 마트의 판매 가격과 비교해 많게는 2배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는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고가에 판매되는 주류 제품 소비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지의 일부 상점에서는 유독 주류 제품에 대해서 만큼은 ‘NO 할인 정책’을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고질병처럼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무려 60일을 넘긴 긴 팬데믹이 유지되면서 ABC STORE에서도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집 밖 외출이 어려워진 현지 애주가들을 위해 최대 25%까지 대규모 주류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이 같은 대폭 할인된 행사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이어지는 모습인데, 일부 주민들은 1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직접 운전을 하고 찾아와 다양한 주류 제품을 구매해 돌아가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판매 가격에서 ABC STORE 내에 진열된 모든 주류는 기본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 할인 카드 및 할인권을 소지한 회원에 대해서는 최대 20%의 추가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이 같은 주류 할인 소식은 매장 외부의 대형 팜플렛을 통해 인근을 오고 가는 고객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 타임즈(TIMES), 세이프웨이(Safe Way), 롱스(Longs) 등에서도 팬데믹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류 할인 행사가 약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들 대형 유통 업체들은 가격적인 할인 혜택 외에도 미국 대륙 본토에서 공수해 온 신제품 소개에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현지 주민들의 눈길을 모으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로 해당 대형 매장마다 제법 널찍한 규모로 운영 중인 주류 전문 매장 진열대에는 미국 본토에서 바다 건너 공수된 수제 맥주가 매달 한 두 차례씩 소개되고 있는 것.

최근 ‘세이프 웨이’ 주류 진열장 한 켠에는 ‘Zero sugar, Gluten free, Vegan wine, Low alcohol’을 모토로 한 캘리포니아 가정식 수제 와인 ‘brick & mortar’에 대한 판매 개시를 알리면서 오고 가는 애주가들의 눈길을 모으는데 성공한 분위기다. 가정식 수제 와인을 전문적으로 주조, 판매하는 ‘brick & mortar’는 캘리포니아(California), 텍사스(Texas), 코네티컷(Connecticut), 켄터키(Commonwealth of Kentucky),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뉴햄프셔(New Hampshire), 뉴욕,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오하이오(Ohio)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무려 지난 1836년부터 총 8곳의 대규모 포도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주조한 가정식 수제맥주들은 주로 미국 본토 몇 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만 판매되었던 셈인데, 이제는 비록 작은 캔에 담긴 소량의 와인이지만, 하와이에서도 이들이 직접 주조한 ‘Zero sugar, Gluten free, Vegan wine, Low alcohol’의 와인 맛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호놀룰루 시 중심에 소재한 술집들은 팬데믹 선언 이후 줄곧 문이 닫힌 상태다.

한편, 하와이 주 정부는 오는 16일(현지시각)을 기준으로 하와이의 이웃 섬 간의 왕래를 자유럽게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총 8곳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 주에서 주민들의 14일 의무 격리 기간이 해제된 첫 사례인 셈이다. 때문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지난 3월 이후 굳게 잠긴 하와이 입출국의 문이 서서히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 같은 하와이 주에 대한 봉쇄령이 단계적 해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채로운 주류 할인 정책은 현지 알코올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는 19일부터 약 10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거주하는 오아후(Oahu) 섬 소재의 레스토랑과 술집 등에 대한 영업 개시가 전면 허용된 상태다.

더욱이 이 시기를 기준으로 식당 내에서의 알코올 판매 및 섭취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현지 애주가들은 무려 약 65일 간의 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오는 7월부터는 하와이 주와 한국, 일본,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오가는 항공 노선이 조금씩 재개를 시작할 것이라는 주 정부의 입장이 공개되는 등 향후 하와이를 목적지로 하는 국내외 여행자들에게 희소식이 전달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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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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