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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레바논 레드 와인

앤드루 제퍼드가 레바논 레드 와인이 선사하는 풍부한 즐거움을 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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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레바논의 눈 덮인 포도원 / 사진 제공: 샤토 케프라야

“지형이 바다에서 산으로, 고원으로, 다시 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기후 면에서는 열대 기후에서 지중해성 기후로, 여기에서 다시 대륙성 기후로 갔다가 사막으로 끝나지요. 그것도 단 80킬로미터 만에요.” 레바논 와인 생산자 익시르의 공동 소유주 하디 카할레의 말이다. 오랜 전쟁과 내란을 겪은 레바논 와인 업계의 어려움은 기록으로도 잘 남겨져 있다. 하지만 지형과 기후와의 싸움은 어떠한가?

북쪽의 열곡(裂谷)

사진: 에드 가문이 소유한 템프라니요 포도원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사진: 에드 가문이 소유한 템프라니요 포도원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레바논의 3,000헥타르 포도밭 대부분(이 중 2,300헥타르는 와인용으로, 나머지 700헥타르는 아라크 술용으로 쓰인다)이 베카 ‘계곡’에 위치해 있다. 이곳이 바로 하디 카할레가 언급한 대륙성 기후의 고원이다. 사실 이곳은 갈릴리해와 사해를 지나 홍해로, 그러고 나서 동아프리카를 따라 그레이트리프트밸리에서 모잠비크로 이어지는 거대한 단층 체계의 일부다.

베카의 서쪽으로 레바논 산이 있는데 이곳의 삼나무들은 여전히 겨울에 내린 눈을 짊어지고 있다.(이 대산괴의 정상은 3,088미터에 이른다) 동쪽으로는 나무가 조금 더 적은 안티레바논 산맥의 구릉선이 헤르몬산(2,814m)과 만났다가 남쪽의 골란 고원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에 놓인 땅은 고도가 대략 1,000미터에 달한다. 그러니 이곳은 고도 면에서 아르헨티나 멘도자(고도 747미터)의 포도원들보다 높을 뿐 아니라 위도도 높다. 베카의 행정 수도이자 레바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자흘레는 위도 33°50N이고 멘도자는 32°53S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날씨는 어떨까?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서늘한? 맞다. “여름의 기온은 낮에 보통 35°C에서 37°C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15°C에서 20°C까지 떨어집니다. 여름마다 40°C에 육박하는 날도 사나흘씩 되죠. 오후에는 산들바람이 불고, 밤에 시원하다 보니 나무에 수분이 응결되어 그것으로 건조한 날씨를 이겨냅니다.” 레바논의 최대 와인 생산자 샤토 크사라의 와인메이커 제임스 팔게의 말이다.

기후의 리트머스 검사지와도 같은 눈

그와 지난 11월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5월 이후로 단 한 차례의 비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레바논의 기후 변화 중에서도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강수량 저하라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겨울입니다. 전보다 눈이 훨씬 줄었어요.” 1994년 처음 레바논에 왔을 때 팔게는 지면에 90cm의 눈이 쌓여 있던 것을 기억한다. 원래 레바논 산의 눈은 7월 중순까지도 완전히 녹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정도의 눈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크사라는 메를로와 시라의 성숙 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관개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겨울은 여전히 매우 추워서 2014년 1월에는 –20°C 밑으로 떨어져 눈 덮개를 제대로 씌우지 못한 포도나무들이 얼어 죽고 말았다. 이러한 대륙성 기후와 일교차는 베카의 카베르네 소비뇽 성장 주기(개화에서 성숙까지 115일)가 보르도의 것보다 긴 이유다.

드 부아르와 고도의 정복

사진: 휘베르 드 부아르(중앙)와 그의 아내 엠마누엘 드 포상, 그리고 하디 카할레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사진: 휘베르 드 부아르(중앙)와 그의 아내 엠마누엘 드 포상, 그리고 하디 카할레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앙겔뤼스의 휘베르 드 부아르가 1996년부터 지금까지 레바논의 포도원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사야 팀을 위해서였지만(역시 보르도 출신인 도미니크 헤브라르와 샤토네프 비유 텔라그라프의 부르니에 형제와 함께 사미와 람지 고슨을 위해 일했다) 최근에는 유통업자 에티엔 드바네와 르노-니산의 카를로스 고슨과 함께 하디 카할레가 소유한 익시르에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익시르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페니키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레바논의 오랜 와인 역사를 강조하며 그런 풍부한 역사와 자신이 와인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익시르는 최고 1,800미터에 이르는 여러 고원에서 와인을 만들 열매를 얻는다. (그들이 북반구에서 가장 높은 포도 생산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베카의 계곡 바닥에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레바논 산 서쪽의 바트론 말고도 레바논 산에 있는 네 곳(아이나타, 데르 엘 아흐마르, 니하, 카브 엘리아스)과 레바논 남쪽 제진에서도 포도를 가져온다. 드 부아르에 따르면 이런 곳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하면 지나친 획일화를 막고 더욱 신선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레바논 와인 생산자들은 높은 고도의 포도원이 가져다주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 기반 시설에 문제가 많고 전반적으로 물이 부족하다 보니 관개가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파나 바로사 밸리와 마찬가지로 계곡 바닥의 토양(오래된 호수 퇴적물과 충적토가 석회석 위에 덮여 있다)이 베카의 언덕보다 수분을 오래 머금는다. “베카의 높은 언덕 지역에서는 가뭄의 문제가 더 큽니다. 타닌이 숙성하지 않고 산도가 너무 높아 균형이 잘 맞지 않지요.” 제임스 팔게가 이렇게 말했다. 최소한 다른 두 명의 와인 생산자들(워디의 다이애나 살라메와 케프라야의 파브리스 기베르토)도 이에 동의한다. 팔게는 또한 레바논 산에서도 지중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서쪽의 구릉 지대 포도원들은 베카의 서늘한 밤 영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균형을 찾아서

레바논 대부분의 와인 생산 지역이 뜨거운 열기와 가뭄으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내가 받은 인상(레바논에서 맛본 와인과 프랑스로 돌아온 뒤 맛본 샤토 무사르 와인을 바탕으로)은 고대 이후 이곳의 레드 와인만의 두드러진 특징을 만들었던 과일의 당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졌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달콤함과 화려함이 바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레바논 와인을 사랑하는 이유다. 특히 그것이 이곳 과일이 갖는 이국적인 향과도 비슷한 스파이스 풍미에 이곳 와인이 타고난 훌륭한 타닌 스타일과 합쳐지면 말이다.

타닌이 열쇠다. 레바논의 프랑스 와인 문화 덕분에 레드 와인 생산자들은 두드러지는 산도(베카에서는 수확을 빨리 하거나 보정 작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보다는 자연스러운 껍질의 타닌을 통해 맛의 균형을 이루고자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놀라운 타닌의 수치(과도한 추출 과정 없이도 IPT 125 혹은 그 이상)에 깜짝 놀라며 비슷한 기후의 남반구 레드 와인은 왜 이것이 불가능한지 의아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군침을 흐르게 하는 이 지역의 타닌은 레바논 레드 와인을 구원하는 존재이며, 분명 그들이 갖는 또 다른 독특한 특징, 즉 숙성되지 않았을 때 예상한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수익성까지 높이며 보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불완전한 미래?

그러나 기후가 계속해서 변화한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레바논에서 재배하는 기존의 레드 품종들(모두 수입한 것이다)이 유전적인 조작 없이 점점 더 더워지고 건조해지는 환경을 이겨내리라 보기는 힘들다. 거기다 열매가 이보다 더 달콤해질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고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베카의 계곡 바닥 지형이 가져다주는 통통하고 풍부한 느낌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노력이 많이 들고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교배 품종으로 변화를 꾀하거나(샤토 크사라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크르나슈를 교배한 마르셀랑, 그리고 타나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교배한 아리나노아를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다) 남유럽과 아시아에서 많이 재배하는 성숙이 늦은 품종을 쓰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은 다른 많은 와인 생산 지역에서도 직면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레바논의 레드 와인 테이스팅 노트

Iksir, Grande Réserve Limited Edition 2013 (익시르, 그랑드 레저브 리미티드 에디션 13)
이 짙은 색의 고원에서 자란 ‘그랑 뱅’(시라와 카베르네 소비뇽 블렌딩)은 붉은 자두와 체리 맛을 느낄 수 있다. 풍부하고 입안을 가득 채우며, 매끄러운 풍미에 계곡에서 자란 다른 와인에 비해 탄닌이 가벼우며, 과일이 신선하고 부드러운 산도에 비교적 드라이하다. 그럼에도 스파이스와 대추야자, 초콜릿 여운이 독특한 레바논 와인을 느끼게 한다. 90점

Ch Kefraya 2007 (샤토 케프라야 2007)
케프라야의 ‘그랑 뱅’ 블렌딩은 매년 다른데, 2007년은 카베르네 소비뇽 51퍼센트와 시라 41퍼센트, 무르베드르와 카리냥이 같은 비율로 블렌딩되어 있다. 오랜 숙성으로 인한 고기, 민트, 버섯 풍미가 느껴진다. 당도를 조절하여 놀랍도록 신선한 맛이 난다. 입안에 오래 머금고 있을수록 그 풍부하고 촉촉한 탄닌과 초콜릿, 스파이스 향이 느껴진다. (훌륭한 베카 레드 와인은 언제나 인내심 강한 사람만을 위해 무언가를 숨겨두고 있는 느낌이다.) 92점

Ch Ksara 2010 (샤토 크사라 2010)
크사라의 ‘그랑 뱅’은 베카 서쪽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베르도가 블렌딩되어 있다. 2010 빈티지는 소규모 버티컬 테이스팅에서 끝에서 두 번째로 꼽힌 와인이었고, 그때 1999와 2002도 아주 좋았다. (점심 식사와 함께 들었던 아주 섬세한 1960도) 아로마 면에서 2010은 진하고 건장한 스파이스와 향의 풍성함을 엘더베리 과일의 단맛과 함께 느낄 수 있다. 입 안에서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부드러운 풍부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스파이스가 매우 강해 탄닌마저 스파이스에 흠뻑 적셔진 느낌이다. 순수하고 평화롭다. 92점

Ch St Thomas 2001 (샤토 생 토머스 2001)
샤토 생 토머스의 ‘그랑 뱅’은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를 재배하는 조그만 구획에서 나온다. 2010, 2002 빈티지와 함께 맛본 이 2001 빈티지는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베카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조 투마가 만드는 고품질 메를로를 더욱 밝게 조명한다. 가죽과 트러플, 검은 과일 향에 잘 정제되고 우아한 스파이스, 그리고 유연한 질감에 생명력이 살아있다. 94점

Ch St Thomas, Le Merlot A 2005 (샤토 생 토머스, 르 메를로 A 2005)
투마는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그 다음으로 나온 것이 2009와 2013이다) 계곡 바닥 위 카브 엘리아스에서 생산한 열매로 100퍼센트 메를로 와인을 만든다. 아직도 색이 진한 이 와인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 잘 익은 포므롤과 비슷하다. 흰 버섯과 은은하게 끓인 자두 향은 정통 우안 메를로를 연상시키고 크리미한 풍미와 풍성하면서도 매끄러운 타닌 역시 그와 잘 어울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레바논 와인 만의 기본적인 당도(구운 자두와 초콜릿)와 향 같기도 하고 아니스 같기도 한 여운이다. 잘 넘어가는 맛이다. 93점

Domaine des Tourelles, Marquis des Beys, Grande Cuvée Pierre L. Brun 2012
(도멘 데 투렐, 마퀴 데 베이, 그랑드 퀴베 피에르 L 브륀 12)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멘 데 투렐에서 인간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파우지 이사가 오래된 나무 구획에서 얻은 열매로 매우 농축된 시라-카베르네 소비뇽 블렌딩 와인을 만들어냈다. 색은 어둡고 자두, 서양자두, 초콜릿 향을 느낄 수 있다. 맛은 향 만큼이나 달콤하고 풍부하며, 삼나무와 시가 잎이 브랜디에 담근 과일 맛을 상쇄시킨다. 무엇보다도 균형을 잡아주고 휑뎅그렁한 달콤함의 암흑 속에서 신선함을 지켜주는 건 바로 풍부하고 진한 타닌이다. 94점

Domaine des Tourelles, Cinsault Vieilles Vignes 2014 (도멘 데 투렐, 생소 비에유 비느 14)
50년 된 포도나무에서 생산한 순수한 생소. 아니스와 말린 체리의 달콤한 향이 느껴지지만 입에서 느껴지는 맛은 후추와 스파이스가 매우 강렬하다. 89점

Domaine Wardy, Ch les Cèdres 2009 (도멘 워디, 샤토 레 세드르 09)
이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메를로 블렌딩 와인은 지금은 매우 어두워 약간의 뿌리 스파이스와 트러플 향에다가 매우 농축된 과일 향, 향의 은은한 내음과 함께 놀라운 타닌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야심찬 레바논 레드 와인의 달콤한 과일이 너무 과하다고 느낀다면 조금 더 드라이하게 세심히 다듬은 워디만의 스타일을 전달하는 이 와인을 맛볼 가치가 있다. 94점

Domaine Wardy, Cinsault 2013 (도멘 워디, 생소 13)
이것은 생소를 단독으로 만들 가치가 있다는 레바논 와인 전문가 마이클 카람의 이론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와인이다. 진득하거나 과도한 열기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향기로운 달콤함이 느껴진다. 교묘하게 잡아낸 석류 풍미에 이 품종에서는 미처 만나보지 못한 단단한 타닌이 어우러져 있다.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서도 권위 있다. 91점

Ch Musar 2004 (샤토 무사르 04)
2004 무사르(카베르네 소비뇽과 생소, 카리냥 블렌딩)는 짙은 붉은색이지만 지금은 맑고, 라즈베리, 석류, 대추 야자 향을 느낄 수 있다. 입 안에서는 부드럽고 관능적이며 달콤하고 우아하여, 비슷한 다른 와인들과 다른 가벼움과 잘 표현된 과일이 좋다. 형태가 잘 잡힌 산도가 타닌만큼이나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역시 진정한 베카만의 느낌은 살아있다. 초콜릿, 자두, 버섯, 덤불 풍미가 매혹적이고 더 마시고 싶은 와인을 만들어낸다. 2009년 빈티지도 맛 볼 기회가 있었는데 2004 빈티지가 훨씬 나았다. 92점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12.09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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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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