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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와인

기후변화와 와인

정아영 2016년 5월 12일

 

drought

사진출처 : pixabay

지난 2015년은 유난히 국제 행사가 많았던 해이다. 그러나 많은 행사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행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이하 COP21)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196개국 국가 수장과 국제기구, 정부간기구 대표는 2015년 11월에 파리에 모여 신기후체제 논의를 시작했다. 그 논의는 지난 4월 22일 각국이 파리협정에 서명을 하며 막을 내렸지만, 그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에 만전을 기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때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도재배 및 와인 관련 국제기구인 OIV(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도 COP21 논의에 참가하였다.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OIV의 회장 Ms Monika Christmann과 사무총장 Mr Jean-Marie Aurand는 COP21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속가능한 포도재배 방식을 홍보하는 등 농업 분야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온실가스 배출, 온난화, 급증한 엘리뇨와 라니냐, 해수면 상승 등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영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우리는 따뜻한 겨울 날씨, 난데없는 3월의 폭설, 빈번해진 태풍, 짧아진 장마로 인한 가뭄 등 많은 자연현상의 변화를 목격했다. 이러한 기후의 변화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농사에 영향을 끼쳤으며 우리가 사랑하는 와인의 재료인 포도 재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루어진 많은 연구는 이러한 영향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나 영국의 한 언론매체에서는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의 10대 음식 중 와인을 꼽으며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와인 시장을 더욱 침울하게 만들고 있다.

하바드 대학교와 NASA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프랑스와 스위스의 포도 수확은 획기적인 수준으로 앞당겨 졌다. 앞당겨진 정도는 약 2주이나 1600년부터 2007년이라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보았을 때는 매우 큰 발견이다. 때이른 수확은 와인재배에 있어 기후변화가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위협이 난데없이 닥쳐온 소행성의 충돌처럼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런 일은 아니다. 1950년부터 1999년까지 약 5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1.26도 상승했으며, 지금까지 이러한 온도 상승은 걱정이나 우려의 근원이라기 보다 와인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짧다고 하면 짧은 최근 20년간 유럽에서 좋은 빈티지가 줄줄이 출시되었던 것이 그 일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경험했던 50년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50년이다. 2050년까지 평균기온은 추가로 2도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전통산지가 많은 북반구에 더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북반구는 남반구에 비해, 바다보다 대지가 넓어 쉽게 열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산업화로 인해 온난화에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인을 연구 하는 학자들은 2050년에는 그동안은 와인 생산에 적합했던 지역의 73%가 이제는 부적합한 곳으로 변해버릴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산지인 프랑스의 보르도, 론 지역,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등 말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주요 와인산지들이 큰 타격을 받으리라 예상된다며 증거를 들이밀고 있다.

또 하나의 우려가 될만한 점은 현재 서늘하다고 여겨지는 지역 보다 현재도 따뜻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의 피해가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현재도 따뜻한 생장기를 가지고 있는 포르투갈, 캘리포니아, 호주에서의 기후 변화는 단순히 와인의 품질을 좌우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산지들은 와인 품질의 저하가 우려되는 정도가 아니라 포도나무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트려 궁극적으로 와인의생산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단지 온도의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업에 꼭 필요한 요소인 수자원과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칠레의 마이포, 카차포알, 콜차구아 밸리 같은 경우, 빙하가 녹은 물로 농업에 필요한 수자원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농업 방식은 강수량 혹은 강(담수)을 이용하는 방식보다 온난화 상황에서 수자원 고갈이 가속화되어 더욱 취약하다. 

또한, 지금도 물 공급에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호주도 기후변화의 영향력에서 예외는 아니다. 잦은 가뭄으로 템프라니요, 그르나슈(가르나차), 무르베드르(모나스트렐)과 같은 가뭄에 잘 견디는 새로운 포도 품종을 들여오는 등 각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모든 전통산지들이 위험에 빠졌다면 새로 떠오르는 샛별 같은 산지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온도 상승으로 포도 재배를 위한 현재 설정한 북방한계선은 점차 허물어질 것이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의 북유럽 지역이 포도 재배가 충분히 가능한 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와인산업 뿐만 아니라 국제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자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변화가 올 것이 자명하다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충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포도 재배와 와인생산에 있어서 기후변화는 앞으로 와인 산업의 지형을 뒤흔들 제2의 필록세라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아메리칸 루트스탁을 찾아 현명하게 필록세라 위기를 넘겼던 것 처럼 또 슬기롭게 이 또한 지나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Gregory Jones et al. Climate Change and Global Wine Quality. 2005

Hannah Lee et al. Climate Change, Wine and Conservation.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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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영

WSET 고급(with distinction). 3개국어+a 가능. 국제학 석사. 20여개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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