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위치한 호텔 드 크리용(Hotel de Crillon)의 헤드 소믈리에인 Xavier Thuizat은 로즈우드(Rosewood) 호텔 그룹의 유럽 와인 포트폴리오 역시 총괄하고 있다. 그는 2016년에 로즈우드에 합류하여 2017년 호텔 드 크리용의 리오프닝 작업에 참여했다. 2020년에는 일본 사케 양조 협회와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일본 사케 업계 최고의 영예인 ‘사케 사무라이(Sake Samurai)’ 칭호를 받은 두 번째 소믈리에가 되었다. 2022년에는 프랑스 ASI 베스트 소믈리에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차기 베스트 소믈리에 오브 더 월드(Best Sommelier of the World)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모든 와인은 손님들을 그 와인의 원산지로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깊은 신념이다. 일본 사케를 맛보면 그 장소의 영혼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사케는 맥주처럼 만들어지고, 와인처럼 음용된다. 사케의 세 가지 주재료는 쌀, 물, 그리고 지식이다. 첫 번째 단계로는 특별히 엄선된 쌀을 제분하고 ‘도정’하여 쌀 속의 전분을 드러내고 누룩 가루를 얹어 며칠 동안 찌고 방치하는데, 이 쌀에서 추출한 곰팡이가 쌀의 전분을 당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시킨다. 그 후 쌀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옮겨 물과 효모를 추가한다. 사케는 탱크 내에서 두 가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유일한 발효 음료로, 전분은 계속해서 당으로 전환되고, 효모는 당을 알코올로 전환한다. 이 과정은 2~3주가 소요되며, 그 후 사케를 여과하고 저온 살균하여 병입한다. 이처럼 제조 과정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빈티지 사케를 매우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 2023년 첫 사케는 2월 초에 출시되었을 정도이다.
섬세한 예술
사케의 시그니처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쌀이다. 전체 사케의 절반가량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야마다 니시키(Yamada Nishiki) 쌀은 펜넬과 초록 사과 향이 어우러진 표현력이 풍부한 쌀의 종류이다. 반면, 다른 종류의 쌀인 오마치(Omachi)는 맑고 순수한 녹색의 풍미, 산미, 신선함 등의 캐릭터가 더 섬세하게 느껴지는, 마치 쌀 계의 소비뇽 블랑과 같은 느낌을 나타낸다. 신세계 와인들이 포도 품종을 명시하듯, 쌀의 종류는 대부분의 사케 레이블에 명시되어 있다.
사케는 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물은 사케의 맛에 큰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이다. 거의 모든 사케 양조장은 강, 우물, 샘 등 양질의 물이 풍부한 수원지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물은 토양의 종류에 따라 다른 맛을 지닌다. 사케에 사용되는 일본의 물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물의 단단함은 일반적으로 °dH로 측정하는데, 일반 물, 예를 들어 에비앙의 경우 13dH인 반면, 사케 양조용 물의 일본 평균은 3.5dH로 매우 부드럽다. 단단한 물은 사케에 해로운 철분과 망간이 포함되어 있다.
사케는 와인과 달리 탄닌이 없고 입안에서 지속되는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사케에서는 물의 순수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는 긴조 또는 다이긴조라고 표시되는데, 이는 쌀이 더 많이 도정되었음을 의미하고, 이로써 더 섬세하고 우아한 캐릭터를 나타내곤 한다. 레이블에 도정 후 남은 쌀의 비율이 표기되므로, 그 숫자가 낮을수록 품질이 높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빈 캔버스
사케는 매우 다양하게 서빙될 수 있다. 서빙 가능한 온도는 5°C~35°C로 범위가 넓다. 다이긴조 사케를 차갑게 서빙하면 섬세함과 신선함이 강조되어 시트러스 드레싱을 곁들인 데친 아스파라거스 또는 레몬을 곁들인 굴 등과 매우 잘 어울린다. 겨울에는 따뜻한 사케에 푸아그라 혹은 송아지 고기나 아티초크를 함께 즐기면 안성맞춤이다. 와인과의 매칭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사케가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레드와인과 같은 텍스쳐와 풍미를 지니지는 않지만, 음식의 텍스쳐 및 풍미를 한껏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사케의 주재료는 쌀과 물이 전부이지만, 7°C 이하에서 보관하지 않으면 산화되고, 온도 관리가 필요한 운송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본 외 지역에서는 가격이 비싸고, 사케 레이블을 이해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일생에 한 번쯤은 사케를 마셔보기를 권한다.
작성자 Xavier Thuizat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