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와인 한 병은 750ml. 소주 한 병이 360ml이니 2병이 조금 넘는 양이다. 스탠더드(Standard) 사이즈의 와인 딱 2배 되는 크기를 보통 매그넘(Magnum, 1.5L), 4배 되는 크기를 제로보암(Jeroboam, 3L)이라 부른다. 매그넘 샴페인, 크기만 커졌을 뿐 뭐가 다를까?
스탠더드 병에 비해 매그넘 병 속 내용물은 2배가 더 많지만, 병목 크기는 동일하다. 그러다 보니 병 크기와 상관없이 공기량은 같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엣 샹동(Moet & Chandon) 관계자에 따르면 샴페인이 천천히 숙성되면서 복합미(complexity)와 밸런스(balance)가 좋아진다고 한다.
드라피에(Drappier) 샴페인 관계자는 매그넘 샴페인이 더 섬세하며, 데고르주망(disgorgement) 공정 시 병에 유입되는 산소의 양이 스탠더드 샴페인과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라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유명 샴페인 하우스는 공통적으로 매그넘 크기 샴페인에서 두드러진 몇 가지 특징을 꼽았다. 다양한 아로마에 산도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섬세함과 집중력이 돋보인다는 것.
실제로 동일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샴페인을 병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지 입증하는 실험을 진행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경험상으로도 매그넘 샴페인이 훨씬 더 맛있다. 병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을 다 알지 못하지만, 동일한 브뤼(Brut) 샴페인 맛이 병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물론 데고르주망 시기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기에 모든 변수를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같은 종류의 샴페인을 스탠더드 크기와 매그넘 크기를 비교해보니 확실히 달랐다. 입안 가득 퍼지는 아로마의 향연과 여운이 주는 기대감은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스탠더드 병에 비해 매그넘 병 내 산소의 영향은 적을 것이다. 유리병이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하지만, 코르크를 통해 조금씩 들어오는 산소는 와인이 숨을 쉬도록 한다. 그 느린 속도에 맞춰 타닌은 부드러워지고 다양한 아로마와 깊이가 느껴지는 와인으로 발전한다.
샴페인 전문가들이 내놓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매그넘 샴페인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샴페인 잔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10명 이상이 함께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이다 보니 함께 하는 즐거움이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가격이다. 매그넘 크기가 스탠더드 크기에 비해 비싸다. (크기만 고려해 딱 2배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유리병 두께가 더 두껍고 크기가 커진 샴페인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또, 출시 전 이를 보관할 장소나 포장 방식 등을 생각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명 샴페인 하우스는 매그넘 샴페인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홈파티를 계획 중이라면 오래 숙성할 수 있고 맛도 좋고 특별한 느낌까지 주는 매그넘 샴페인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