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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빠지지 않는 탄산과 변하지 않는 맛

중요한 건 빠지지 않는 탄산과 변하지 않는 맛

이재민 2023년 2월 9일

’포장‘은 상품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고 내용물 변질이 안 일어나게 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상품마다 특성이 제각각인 만큼 포장의 방법 또한 다양한 편인데,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주류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먼저, 포장 용기에 따라 캔·병·페트로 분류되는 맥주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캔맥주

집에서 혼술할 때 자주 찾게 되는 캔맥주. 캔맥주는 여느 금속 캔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가볍고, 외관이 튼튼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캔맥주가 처음 등장한 건 1935년 1월 24일이다. 지금의 캔맥주와는 모양이 다르지만, 안전성과 편리함처럼 캔맥주에 기대하는 바는 오늘날과 같았다. 처음 만들어진 캔맥주의 형태는 ’플랫 탑 스타일’이라고 불린다. 말 그대로 평평한 윗면을 가진 캔이었는데, 지금의 통조림 뒷면과 비슷하다. 즉, 손가락을 걸어 딸 수 있는 고리가 없었으며 캔을 따기 위해선 처치키(Church key)라는 맥주 깡통 따개가 필요했다.

캔을 여는 데 불편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양조장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작 상판이 평평한 캔에 액체를 주입할 기계가 양조장에는 없었다는 거다. 영세한 양조장은 새로운 장비를 살만한 돈도 없었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같은 해에 ’콘 탑 스타일‘의 캔도 만들어졌다. 콘 탑 스타일은 병의 입구가 원뿔형으로 살짝 올라온 형태이며 당시의 기존 병입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플랫 탑과 콘 탑을 공존하며 사용하는 도중에 1962년 새로운 스타일의 캔이 또다시 발명됐다. 지금의 캔 형태의 전신이기도 한 ’풀 탭 스타일‘의 캔이다. 처치키가 없어 캔을 여는 데 고생을 좀 했던 미국의 어멀 프레이즈가 개발한 캔으로, 고리를 고정하고 지렛대의 원리로 캔을 딸 수 있도록 설계하여 도구 없이 쉽게 열 수 있다는 게 특징이었다. 그 후 1962년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맥주회사인 아이언 시티 양조장에서 풀 탭 스타일의 캔을 최초로 상업화했고, 1965년에는 미국 전체 캔맥주의 75%가 폴 탭 스타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뒤따랐다. 캔과 고리가 분리되는 탓에 길가에는 고리가 널브러졌고 그로 인해 아이와 동물이 다치는 일도 많았다는 거다.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는 1975년 고리가 따로 분리되지 않는 형태인 ’스테인 온 탭 스타일‘이 개발되면서 해결됐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캔에도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2. 병맥주

병맥주는 식당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맥주다.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의 사람이 같이 즐길 때 많이들 이용하는데, 이 병맥주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맥주는 캔맥주보다 오래됐으며 지금의 우리가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된 시발점이기도 하다. 최초의 병맥주는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미국의 앤하이저 부시라는 양조장으로부터 비롯됐다.

병맥주가 나오기 전 1800년대 당시에는 직접 술을 빚어 마시거나 근처의 양조장에서 받아오는 형식으로 맥주를 소비했다. 하지만 앤하이저 부시의 공동 창립자였던 아돌푸스 부시는 단순히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맥주로 남기보다는 미국의 국민 맥주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멀리 맥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하우스 맥주의 단점인 짧은 유통기한을 해결해야 했고 연구 끝에 해결방안으로 나온 게 바로 병맥주였다. 유리병을 사용한 것 자체가 장기 보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저온살균이 가능해졌고 적은 용량의 포장으로 운반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렇게 1873년 병맥주가 처음 출시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리병은 수공업 제품이라 가격이 많이 비쌌지만, 19세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유리병 생산 자동화가 도입되면서 다른 양조장에서도 병맥주를 출시하곤 했다.

특히 탄산이 담긴 유리병을 보면 항상 따라오는 게 하나 있다. 왕관 병뚜껑이라고도 불리는 크라운 캡인데, 이 병뚜껑은 1892년 윌리엄 페인터에 의해, 탄산음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발명됐다. 인상적인 점은 전 세계의 크라운 캡의 톱니 수는 21개로 모두 똑같다는 점이다. 탄산의 압력을 잘 견디는 동시에 뚜껑을 어렵지 않게 딸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실험을 한 결과 도출해낸 수라고 한다.

3. 페트병 맥주

우리나라에서 페트병 맥주는 그냥 페트병 맥주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용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페트병 맥주다. 국내에 처음 페트병 제품이 출시된 건 2003년 11월. 처음부터 모임에서 사용되길 바라며 1.6L의 대용량으로 출시됐다. 페트병 맥주에서도 중요한 건 당연히 빠지지 않는 탄산과 공기 접촉의 차단이다. 이를 위해 맥주 페트용기에는 3중 막 PET를 사용하고 있다.

페트병 맥주는 병맥주와 다르게 크라운 캡이 아닌 돌려서 여는 뚜껑인 스크루 캡을 사용한다. 스크루 캡을 사용한 이유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자 편의성이다. 캔맥주나 병맥주처럼 한 번에 다 마실만 한 용량이라면 다시 닫을 수 있는 뚜껑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페트병 맥주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다시 잠가서 보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스크루 캡을 사용한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제품의 안전성이다. PET 재질은 유리병 대비 모양 변형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러한 이유로 단단한 병 입구의 홈에 고정하는 방식인 크라운 캡은 적합하지 않다. 모형이 뒤틀려 고정이 잘 안될뿐더러 병 입구와 뚜껑 사이에 빈 곳이 생겨 술이 변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홈술할 땐 캔맥주, 캠핑이나 골프장에서는 병맥주를 찾는 것처럼 포장이란 영역은 감성까지 건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취향을 위해서만이 아닌 맥주를 사랑하는 진심 어린 마음과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만나 개발된 안전하고 편리한 포장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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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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