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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와인과 세계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와인과 세계

Decanter Column 2018년 10월 8일

앤드루 제퍼드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위치와 와인 애호가들의 선택지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2016년 UCL 에너지 협회에서 작성한 무역 수송선 경로 지도 / 사진 제공: UCL 에너지 협회/Shipmap.org

와인 한 잔은 그 자체로 홀로 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글을 보면 와인을 그런 대상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말이다. 와인은 그저 세상 속의 한 가지 물건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물건일까?

무엇보다도 와인은 농산품이다. 그런데 단순한 농산품은 아니다. 여러 측면에서 와인은 하나의 문화로서 ‘농업’의 정점에 있다. 와인의 생산은 몇 군데 유명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그중 일부는 수 세기 동안 알려지고 칭송받는 곳들이다. 처음 포도를 재배한 농부에 의해 와인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국제 무역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논의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와인들에 매겨지는 어마어마한 가격은 곧 포도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농경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와인은 포도 농부들을 세계적인 슈퍼스타들로 만들었다. 디캔터 웹사이트에 매달 50만 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접속한다는 사실은 이 문화의 비길 데 없는 독특함과 귀중함을 잘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이 정도 유명세를 누리는 다른 농산품은 없다.

그럼 이번에는 세계, 그중에서도 지금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놀라운 시대로 넘어가 보자. 그런 다음 와인과 세계를 합쳐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시대는 얼마나 대단한가? 예로 들 사례가 필요한가?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전 세계 정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의성 다분한 모욕과 중상모략, 거짓말, 군사적 마찰에 종지부가 찍힌 뒤 세계에서 펼쳐지는 체계적인 여론 조작과 선출 과정의 전복, NATO 회원국에 의한 언론인의 투옥과 독립 사법관 기반 흔들기, 그리고 권력을 손에 넣고 법적 권리를 빼앗기 위한 포퓰리즘의 와중에서 불운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이민자, 난민 깎아내리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은 디스토피아적인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오르내린다. 일방주의, 협박, 가식, 약자 괴롭히기, 제재가 다자주의와 합의를 대체해버린 세상에서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분열의 와중에 재앙과 같은 기후 변화는 현대 인류에 존재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직 다자간 협력과 공동 대응으로 맞설 수 있다. 와인 생산을 포함해 농업은 앞으로 벌어질 어떠한 재앙에서든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것들을 “정치적” 문제로만 생각하고 와인은 정치와 관련이 없다고, 아니 그것을 넘어서 정치에 질린 사람들에게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나 또한 공감하고 일종의 향수까지 느낀다. 하지만 이것들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통치의 사소한 내용들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도덕적인, 심지어 존재론적인 문제다. 거짓말을 하고, 약자를 괴롭히고, 중상모략에 합당한 변명이 있는가? 외부의 행위자가 선거나 투표의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회적 응집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합법적이었던 적이 있었는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어떠해야 하는가? 환경적 피해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으며, 우리의 후손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와인 한 잔을 즐기는 것은 물론 평화와 고요 속에서 그것을 마실 수 있는 미래를 물려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뚜렷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모든 확신이 이제는 얼마든지 붕괴될 수 있고, 도덕적 잣대가 하나, 하나 바르르 떨리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와인과 와인 애호가를 포함해 우리 삶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모두 도덕적인 존재들이다. 경제적인 동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어느 정도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므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어떤 행동을 하든 그것이 오늘날의 이 특이한 시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과거에도 이런 시기가 있었지만(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1930년대 후반) 오늘날에는 그 위험성이 더욱 높다. 핵전쟁에서는 그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 환경 위기는 대규모 인명 살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때 우리 지구를 공유했던 많은 동식물에 그러했듯)

전에 보이콧 운동은 “역효과를 낳아 때로는 도우려 의도했던 사람들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이 험난한 시기의 혼란에 맞서고, 도덕적 잣대를 바로 세울 방법들은 많다.

농산품 측면에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것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만 와인을 새 유리병에 담아 전 세계로 이리저리 운송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와인 생산은 소수의 대규모 생산자뿐 아니라 전 세계에 무수히 많은 재배자와 생산자들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이 재배자들은 유명 와인 생산지역에서 그 나름의 사회적,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다. 대규모 생산자들은 한 국가의 수출 공동체 안에서 상징적이고 유명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와인은 다른 어떤 농산품보다도 더 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와인 생산국가의 국외 무역에서 가시적인 요소가 된다. 고급 와인은 지위가 높은 농업 상품이다. 국가와 기업은 각자의 와인 이미지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다.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이유로 와인 생산에 관여하고 싶어 한다.

소매업자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와인은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자사의 이미지를 고급화시키고, 와인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스스로를 연관시킬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국 정부들도 와인 소매와 소비에 큰 관심을 갖는다. 알코올성 음료로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도 와인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와인 애호가들의 견해는 큰 여파를 미친다.

당신의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길은 많다. 어떤 와인 생산자에게든 무거운 유리병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내놓는 대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유통업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정책과 취급하는 와인의 종류에 대한 제안서를 갖춰야 한다. 정부 정책에도 딴지를 걸 수 있다. 그 국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인권과 법치에 대해, 약자의 보호에 대해, 국제 조직에 대한 후원 여부에 대해, 기후 변화에 대응 방식에 대해 말이다.

미국 와인 생산자에게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 다른 국가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업으로서 시각을 묻는 것은 얼마든지 정당하다. 헝가리 와인 생산자들에게는 헝가리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돕는 행위를 법률로 금한 것에 대해, 망명 신청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규모 와인 수출업자들에게 내무부 장관이 인종별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이민자와 소수 민족에 경멸을 표하고, EU를 욕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칭송한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모든 것이 중요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더 이상 그들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나온 응답을 소셜 미디어에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의 응답이 아니다.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것으로 인해 와인 애호가로서 당신과 당신의 우려는 경제,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갖춘 누군가의 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 당신의 관여는 특정한 행동의 “부정적인 결과”다. 그 자체는 가볍지만 하찮지는 않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묵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3년 1월 독일 수상으로 임명되었다. 영국의 와인 애호가들은 그 이후 6년 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모젤 카비넷과 슈페트레제를 홀짝였어야 할까? 아니면 그런 와인들을 구입하는 것을 멈추고 수고스러워도 독일 와인 생산자와 공급업체들에게 왜 구입을 중단했는지 설명했어야 할까?

와인은 그들이 바라는 만큼 결백하지 않다. 와인 세계는 정치로부터의 피난처가 아니다. 와인 자체가 홀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만큼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기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으로 미래를 만들어간다. 그 점에서는 하지 않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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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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