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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와인 레이블 이야기

[와인바 Talk] 와인 레이블 이야기

Emma Yang 2020년 2월 18일

네 번째 와인바 Talk, 와인 레이블 이야기

대중에게 와인이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와인에 대한 배경지식을 어디까지 갖춰야 편하게 와인을 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소주나 맥주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그 종류가 보통 열 손가락 안에 꼽아 어디를 가든 아는 것 하나 정도는 있다. 하지만 와인은 수백 수천 가지 종류에 왠지 자고 일어나면 새 와인이 생겨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바다 같다고나 할까?

많은 종류의 와인 중 나에게 꼭 맞는 와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와인바에서는 매일같이 와인이 어려워서 머리가 아프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왜 머리가 아픈지 물으면, 와인을 혼자서 고를 수가 없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와인을 고를 때 흔히 소위 말하는 ‘레이블 점’을 친다. 와인 레이블에 표기된 정보는 읽을 수 있어도 이해가 안 되고, 심지어 읽기조차 어려운 단어들이 수두룩하다. 결국에는 읽는 것을 포기하고 레이블의 디자인과 느낌만으로 와인 맛을 판별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레이블 점은 와인 전문가라고 불리는 우리도 가끔 새로 출시된 와인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반반의 확률, 리스크가 참 크다. 하지만 마음을 좀 편하게 가져보자. 레이블에 나와 있는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한 상태에서 레이블 점을 치는 우리도 10병 중에 마음에 꼭 드는 와인 한 병 찾기도 어렵다.

레이블의 디자인이 와인을 맛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이 들겠지만, 정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레이블의 느낌만으로 와인을 선택한다. 와인 업계에서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와인 수입사들은 와인의 기존 레이블이 맘에 들지 않거나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느낌이거나 트렌드에 뒤처진 레이블이라면, 와인 생산자에게 과감히 레이블 교체를 요청한다. 와인 생산자 역시 레이블과 판매의 상관관계를 알아서인지 미팅 과정에서 먼저 레이블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해외 웹사이트에서 와인을 찾을 때 같은 와인의 다른 레이블을 발견할 때도 있다. 실제로 기존에 수입되던 와인의 레이블을 새로 바꾸어 와인 매출 신장을 일으킨 예도 있다. 그만큼 레이블의 디자인은 와인 생산자에게도, 판매자에게도, 구매자에게도 중요하다.

작은 오크통에 받아 마시던 와인은 병과 레이블이 필요치 않았다.

와인을 지금같이 화려한 와이너리가 아닌 우리의 막걸리처럼 집에서 만들고 소비했던 시절이 있었다. 주전자에 한 말씩 받아오던 그 막걸리처럼, 큰 통에 받아와 따라 마셨던 그 와인들은 지금처럼 예쁜 병에 들지도, 예쁜 레이블이 붙어있지도 않았다. 와인을 병에 담아 판매하고 서빙을 위한 기반 시설이 확충되면서 와인의 레이블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와인 라벨은 하얀 바탕에 검은색 글자가 전부였다. 지금처럼 화려하지도, 많은 이야기가 쓰여있지도 않았다. 와인 이름과 빈티지 정도 적혀있던 레이블은 인쇄기술의 발달로 지금과 같이 여러 디자인과 색깔을 지니게 된다.

와인 생산자는 빈 레이블에 자부심을 그려 넣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레이블은 와인 생산자에게는 자부심과도 같을 것이다. 많은 와인 생산자들은 레이블 제작에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해마다 예술가에게 의뢰해 그 해의 와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레이블 제작한다든지, 와이너리가 사진 및 그림 경연 대회를 개최하여 수상자에게 레이블에 자신의 작품을 올릴 기회와 영광을 주기도 한다. 요즘에는 더 나아가 과학과 기술을 레이블에 접목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레이블에 특수 열 감지 기능을 더해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와인의 적정 온도를 쉽게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한 레이블도 있다.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을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스스로 끌어냈다. 자신의 와인을 최상의 조건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한 생산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특허받은 홀로그램 기술로 레이블에 재미를 더한 경우도 있고,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살아 움직이는 레이블에 스토리를 더한 와인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 가장 핫 한 와인 트렌드인 내추럴 와인 역시, 자신들의 와인 색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형식을 벗어난 과감한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전통을 따르는 와인 레이블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독특한 레이블 사이에서 맛있는 와인을 찾아내기 위한 ‘레이블 점’ 치기는 점점 레벨이 높아져만 간다.

빈 병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기록이 되고 추억이 된다.

와인 레이블에 관심을 좀 더 가지면 레이블에 와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쓰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생산 국가, 생산 연도, 생산 지역, 생산자 이름, 포도 품종의 종류가 와인의 앞 레이블에 표기되어 있고, 뒤 레이블에는 더 세세한 내용이 적혀져 있다. 친절한 와인 생산자들은 레이블에 와인의 역사와 자신들의 자부심, 와인의 향과 맛까지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와인 선택에 도움을 준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싸므로 고르는 데 실패 확률을 줄이고 싶다면, 시간을 들여 와인 앞뒤 레이블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와인바에서 와인을 다 먹은 후 병이 예쁘다고 빈 병을 가져가겠다고 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 그 빈 병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기록이 되고 추억이 된다. 대신 병 안에 내용물이 남아있지 않게 잘 헹궈서 보관하자. 가장 중요한 ‘레이블’이 손상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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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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