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조 3,528억 위안(약 442조 6,500억 원)이 넘는 중국 최대 거대 공룡 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가 국주(國酒)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또다시 가격 인상 방침을 공고해 논란이다.
중국에서는 1병당 700위안(약 13만 원)이 넘는 술에 대해서 ‘고급술’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마오타이는 그중에서도 ‘넘사벽’의 프리미엄 술로 꼽혀왔다. 그런데 최근 돌연 마오타이가 자사 제품의 평균 가격을 20% 이상 올릴 것이라는 방침을 늦은 밤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는데, 이미 1병당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높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대표적인 고급술인 마오타이가 또다시 가격 인상안을 내놓아 비판의 중심에 선 분위기다.
더욱이 매년 이 시기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인 만큼 중국에서는 마오타이를 중요한 지인과 가족들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점에서 공개된 가격 인상 조치라는 점에서 비판이 모이고 있다.
이번에 마오타이의 제조사 구이저우마오타이가 가격 인상 대상으로 꼽은 제품은 자사 제품의 인기 모델인 53도 페이톈(飛天)과 우싱(五星)을 포함한 전 제품이다.
긴 세월 동안 마오타이의 대표 인기 상품으로 꼽혀온 페이톈의 출고 가격은 기존의 969위안(약 17만 2,704원)에서 1,169위안(약 20만 8,350원)으로 20% 인상됐다.
다만 이번 가격 인상안이 소비자 가격은 기존과 동일한 선을 유지한 채 출고 가격만 올랐다는 점이 주요하다. 마오타이의 출고가만 인상하도록 제조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번 가격 인상안의 부담은 고스란히 도매상이 떠안게 된 셈이다. 마오타이 측은 병당 소매가가 상승하는 것을 막으려는 가격제한선을 설정하고 만약 마오타이와 계약한 도매상(위탁판매상)이 임의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판매 계약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엄포도 놓은 상태다.
마오타이의 이 같은 도매상의 부담을 가중하는 가격 인상 방침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5년 전이었던 지난 2018년에도 마오타이 제조사는 자사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대중에 공고한 직후 따가운 비판에 직면했는데, 당시에는 중국에서 물가 안정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 위원회가 직접 나서 중재하면서 결국 소비자가격에는 변동을 두지 않고 오직 출고가만 인상하는 것으로 문제가 일단락된 바 있다.
문제는 마오타이의 가격 인상이 중국에서 가진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마오타이는 대표적인 중국의 국유기업 중 한 곳이자 증시에 상장된 상장사다. 더욱이 상장 회사들 중에서도 마오타이는 매년 최대 시가 총액을 기록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매우 큰 탓에 마오타이의 출고가 인상 소식은 중국 알코올 시장 내의 가격 변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여파를 불러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마오타이 제조사가 페이톈의 도매가격 인상 소식을 공고한 직후 잇따라 중국 주류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졌을 정도로 여파가 컸는데, 이 때문에 최근 들려온 마오타이 출고가 인상 소식에 대해 이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고량주 업계에 추가적인 가격 인상 바람이 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마오타이가 움직이면 다른 주류 업체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들고나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해석했다.
사실상 마오타이의 출고가 인상 소식에 중국 주당(酒黨)들이 뿔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명색이 ‘국주’라는 타이틀을 가진 마오타이가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인데, 마오타이의 출고가 인상은 곧 머지않은 시점에 또 다른 주류 업체 제품의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중국 식음료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마오타이 출고가 인상 조치의 혜택은 모두 마오타이 제조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가 가져간 분위기다. 출고가 인상 소식이 들려온 이튿날이었던 11월 1일 기준, 바이주 주가가 크게 뛰는 등 마오타이의 주당 거래 가격은 최고 상승률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마오타이 출고가 인상이 단행된 당일, 마오타이 주가는 전날 대비 무려 5.72%나 올라, 한 주당 가격이 1,780.99위안(약 32만 9,000원)에 거래됐다. 이로써 마오타이는 출고 도매가격만 인상하고 소비자 가격에는 손도 대지 않는 방식으로 단 하루 만에 마오타이의 시가 총액을 1,214억 7,700만 위안(약 22조 600억 원)을 증가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마오타이는 2000년대에 들어와 10여 차례에 걸쳐 가격을 대폭 인상해 왔다. 한 차례 인상 소식을 공고할 때마다 최소 14%에서 최고 32%까지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 2010~2012년 중국 경제가 호황기를 거칠 무렵, 마오타이는 자사 전 품목에 대해 매년 한 차례씩 총 3회에 걸쳐 14%, 24%, 32%라는 높은 가격 인상을 연이어 강행했다.
‘마오타이’에 문외한인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란스러운 가격 인상안 논란에 불과할 수 있으나, 중국에서 마오타이는 국가가 계획적으로 키운 국유기업이자, 중국 정부가 전 세계 3대 명주 중 하나로 키우고자 했던 전략 상품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가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마오타이를 영국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와 프랑스 코냑 브랜디와 견줄 3대 명주로 키우려는 국가적 전략을 고수해 왔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보다 앞서 주석을 지냈던 후진타오 주석은 그가 구이저우성 당 서기로 부임했을 초창기 시절부터 마오타이 키우기에 나서 ‘마오타이의 국제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중국을 방문하는 외교 사절이나 국가 지도자들을 위한 연회석에는 어김없이 마오타이가 등장했을 정도로 그 위상은 크다. 또, 그에 앞서 마오쩌둥 주석이 집권했을 시절, 외교부장과 국무원 총리를 지냈던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1954년 제네바 회의와 반둥 회의 등의 국제 무대에서 잇따라 마오타이를 들어 건배주로 선보인 일화도 유명하다. 그 덕분인지 마오타이 제조사인 구이저우 공장 앞에는 ‘국주지부’(국주의 아버지)라고 아로새겨진 저우언라이 총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마오타이의 지커량(季克良) 명예회장이 “마오타이가 국주라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