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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와 전통주] 돼지 안심과 전통주 ②

[돼지고기와 전통주] 돼지 안심과 전통주 ②

이재민 2023년 11월 20일

돼지 안심 장조림


간장과 설탕, 맛술로 맛을 내어 한 시간가량 중약불에서 몽글몽글 끓인 돼지고기 안심 장조림은 물컹하게 잘 씹히는 것과는 별개로 지방이 없어서 뻑뻑한 식감을 준다. 그럼에도 한국인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극강의 단짠 조합을 가진 터라, 장조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이끌림을 자아낸다. 장조림에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뿐만 아니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특징이자 장점이 있다. 많은 반찬가게의 진열대와 가정집 냉장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돼지 안심 장조림에는 이런 친근함을 고려하여 서민의 술의 원조 격인 막걸리를 준비하여 페어링을 진행했다.

1) 배금도가 수제 막걸리 (탁주, 12%)


– 술의 특징
경상북도 김천에 있는 배금도가 양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다. 참외의 달콤함, 초콜릿의 달콤씁쓸함, 포도의 새콤씁쓸한 향을 풍기는 술이다. 맛에서도 향과 비슷하게 느낄 수 있으며 이 중 가장 강렬한 맛은 산미다. 요구르트보다 살짝 묵직한 바디감으로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며 목을 넘긴 뒤엔 쌀 특유의 구수한 맛과 함께 침이 고이기도 한다.

– 돼지 안심 장조림과의 궁합
장조림은 짠맛이 강하고 술은 신맛이 강한 터라 너무 자극적인 맛을 띄게 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서로 어느 정도 비슷한 체급의 풍미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크게 충돌하는 맛 없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술의 중후한 산미가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만약 다짜고짜 입천장부터 자극하는 가벼운 산미였다면 무겁게 내려앉은 음식의 풍미와 만나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난잡한 조합을 만들었을 텐데, 다행히도 술의 산미가 중후한 덕에 음식과 마찬가지로 혓바닥 위에 살포시 잘 자리 잡게 됐고 음식의 맛과도 잘 엉킬 수 있었다.

2) 이상헌 탁주 (탁주, 14%)


– 술의 특징
충청남도 아산에 있는 이가수불 양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다. 단맛이 하나도 없는 참외씨를 먹는 것처럼 드라이한 게 특징이다. 목을 넘긴 뒤엔 텁텁함이 살짝 묻어나긴 하지만 술의 알코올과 산미가 적당히 깔끔하게 씻어준다.

– 돼지 안심 장조림과의 궁합
술의 풍미가 비교적 약하고 단조로워서 그런지 음식과 엉키는 맛이 따로 논다. 그러다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기의 뻑뻑함과 술의 쓴맛과 텁텁함이 만나 물 없이 가루약을 먹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준다.

3) 감천 막걸리 (탁주, 6%)


– 술의 특징
부산에 있는 벗드림 양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다. 사과 맛 요구르트를 닮은 달콤새콤한 풍미를 갖고 있으며 옆에 식빵이라도 놔둔 듯 구수한 풍미도 느낄 수 있는 술이다. 다소 묵직한 바디감에 비해 가볍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갖고 있다. 목을 넘긴 뒤엔 화이트초콜릿 같은 산미와 달콤씁쓸함이 은은하게 퍼진다.

– 돼지 안심 장조림과의 궁합
술의 푹신한 질감이 뻑뻑한 살코기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 준다. 전체적으로 음식과 술 모두 묵직하고 달콤한 맛을 갖고 있어서 평범하게 잘 어울리는 편이다. 대신 단맛이 계속 중첩되어 쉽게 물리게 하기도 한다.

4) 돼지 안심 장조림에 어울리는 술


장조림은 지방(기름)이 하나도 안 들어간 음식으로, 부드럽게 잘리는 살코기와 별개로 뻑뻑한 식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돼지 안심 장조림에는 뻑뻑한 식감을 살리는 씁쓸하거나 텁텁함을 남기는 술은 피하는 게 좋고, 새콤함과 촉촉한 수분감으로 계속해서 입안을 리프레시 해줄 수 있는 술들이 좋다.

돼지 안심 페어링으로 찾은 페어링 인사이트
준비한 음식과 술의 풍미 강도는 비슷한 게 좋다.
음식과 술 모두에게 신맛이 있는데 강도의 차이가 난다면 신맛이 약한 쪽은 신맛 이외에 한가지 이상 더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신맛의 강도가 약한 쪽에서 신맛 외에 더 느낄 맛이 없다면 더욱 강한 신맛에 가려져 무에 가까운 맛을 띄게 된다.
푸석푸석하거나 뻑뻑한 식감을 나타내는 요리라면 씁쓸하거나 텁텁함을 남기고 가는 술은 피하는 게 좋다. ex. 40% 이상의 도수 높은 술, 밀로 만든 술, 드라이한 술, 타닌이 강한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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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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