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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히면 묵힐수록 더 빛나는 ‘와인 매직’

묵히면 묵힐수록 더 빛나는 ‘와인 매직’

임지연 2023년 7월 10일

최근 고급 와인을 수집해 되파는 일명 ‘주(酒)’ 테크가 열풍이다. 기존의 음용 목적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주요 투자 종목으로 고급 와인이 떠오른 것인데, 이 같은 주테크 열풍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사례가 공개돼 화제성을 더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50여 년 전 구매해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이를 재판매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데 성공한 사례를 집중 조명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남성 마크 폴슨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즈음이었던 1971년 세계적인 와이너리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의 와인 한 병을 구매했는데, 구매 직후 그는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는 자신의 주택 지하 창고 골판지 상자 안에 이를 넣어뒀고 수십 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자신의 와인이 창고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잊고 무심한 세월을 보냈다. 당시 그가 와인 한 병을 구매하는데 지출한 비용은 단 25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우연한 기회에 지하 창고에 들어갔다가 오래전 자신이 구매해 소중하게 저장해 뒀던 와인을 발견하게 됐던 것.

마크 폴슨은 “이 긴 세월 동안 지하 창고에 와인이 있었다는 기억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면서 “더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어서 고급 와인을 찾는 적격자들을 찾아 판매할 결심을 세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971년 당시 그가 250달러를 지출해 구매한 와인 가격은 수십 년 동안 오르고 내리는 것을 반복했던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계산할 경우 현재의 약 1,889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환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이 와인을 경매에 되파는 데 성공할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마크 폴슨을 기대했던 셈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와인을 전문적으로 경매해 온 이들에게 문의한 결과 최저 5만 달러, 많으면 8만 달러라는 높은 경매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소식을 전달받았다.

현재 경매가격을 확인한 마크 폴슨은 곧장 영국 경매 업체인 본햄스에 자신이 소장한 생산된 지 50년이 훌쩍 넘은 와인을 경매에 부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그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고가 8만 달러 이하의 경매가 성공만 해도 흡족할 것이라고 여겼던 마크 폴슨의 와인이 무려 경매가 10만 달러 이상의 금액까지 치솟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본햄스 경매 무대에 올려진 그의 50년 된 와인 한 병의 가격은 무려 10만 6,250달러까지 치솟는 등 성공적인 경매를 마친 상태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마크 폴슨의 귀한 와인은 3L 유리병에 든 것으로 당시 그가 이 와인을 구매할 무렵 마크 폴슨은 캘리포니아에서 화가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화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때마다 그는 희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와인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질 수 있었고, 당시 이 와인을 그에게 소개하며 구매하도록 조언한 이들 역시 미국의 와인 시음 동아리에서 만난 와이너리 소유주들이었다.

본햄스 경매에 나온 마크 폴슨의 로마네 콩티 와인, Credit: Bonhams Skinner

특히 마크 폴슨이 당시 구매한 와인은 희소성이 높기로 유명한 제품으로, 일명 더블 매그넘으로 불리는 ‘여로보암’(Jeroboam, 와인이나 샴페인을 저장하는 커다란 통)이었다. 보통은 3L 분량의 와인을 넣을 수 있도록 제작되는데 이는 기존 스탠더드 와인인 750mL 총 4병이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의 것이었다. 매년 1,300개의 표준 사이즈(750mL)에 담긴 와인이 생산되지만, 마크 폴슨의 와인처럼 3L 유리병에 담겨 출시되는 경우는 그 사례의 희소성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더 큰 희소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경매 업체 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3L에 달하는 큰 유리병의 성질상 오랜 기간이 지날수록 그 와인의 맛과 풍미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와인 자체의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큰 와인병 속에 담긴 와인은 외부의 민감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덕분에 큰 병에서 와인을 숙성시킬수록 더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작은 병에 있는 와인보다 큰 병에 있는 와인에 산소가 유입될 가능성이 작고, 그 때문에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와인의 대부분이 보통의 매그넘 사이즈 대비 약 두 배 크기의 유리병에 담겨 유통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거기에 더해 마크 폴슨의 거주지인 캘리포니아의 천혜의 날씨와 지하 창고 안의 골판지 상자 속 와인이 긴 시간 동안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풍미를 더할 수 있는 충분한 세월이 있었다는 점도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와인의 경우 오래 보관할 시 약 13~18도의 낮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온도의 변화가 적은 지하 창고 환경 덕분에 와인의 잦은 팽창이나 수축으로 인한 코르크 마개의 밀봉력 문제, 와인병 안쪽으로 산소가 유입될 우려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도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두운 지하 창고에 보관된 와인은 무려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빛이 와인에 닿을 위험을 방지할 수 있었고, 와인은 지하 창고 유리병 안에서 단백질과 반응해 혼탁해질 위험성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그야말로 와인 전성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자칫 지하 창고에 그대로 방치될 수도 있었던 와인이 50년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와 경매에 부쳐졌고, 결국 수십 년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고 해도 당초 구매 가격 대비 수십 배의 차액을 얻는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남길 수 있게 됐다.

마크 폴슨은 이번 경매 성공 사례에 대해 모이는 관심과 관련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높은 값어치를 받는 와인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와인이야말로 감가상각이 없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투자 상품이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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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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