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내에 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MLB 구장을 운영해 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수준급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마스터 소믈리에 에반 골드스타인(Evan Goldstein)을 고용해 화제다. 내셔널 리그 서부 지구 소속의 프로야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최고 수준의 와인 전문가인 에반 골드스타인의 합류 소식을 알린 것인데, 이로써 그는 전 세계 최초의 프로 스포츠와 연계된 소믈리에가 됐다.
올해 62세의 적지 않은 나이의 골드스타인은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협업해 구단이 운영하는 오라클 파크 경기장에서 판매 중인 와인 상품을 선별하고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최상의 조합 스낵들을 선정해 판매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담당하는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협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꾸려오고 있는데, 마케팅 에이전시인 풀 서클 와인 솔루션의 공동 소유자이자, 와인 클럽 ‘마스터 더 월드’의 와인 책임자이며 다수의 와인 저서를 출간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야구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와인을 선별하고 공급하는 일을 담당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가 어려서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이 구단과의 와인 협업이라는 이색적인 업무에 애정을 갖게 된 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와인바와 레스토랑을 겸업했던 그의 모친 덕분에 골드스타인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가게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첫 번째 직업이자 회사는 그의 모친이 운영했던 ‘스퀘어 원’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는 여기서 대중성 있는 와인을 선별해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당시로는 매우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프로그램으로 꽤 많은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후 그는 와인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마스터 소믈리에 지위를 얻는 데 성공했는데, 당시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을 얻은 최연소 전문가라는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그는 와인과 자신의 평생에 걸친 끈끈한 인연에 대해 “샌프란시스코는 와인의 도시이며 미국은 와인을 위한 국가”라면서 “이곳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 모두 와인을 위한 DNA를 타고났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와인을 찾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지난 1977년 프로 구단으로는 최초로 과거 구단이 39년간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캔들스틱 파크 경기장 내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색다른 시도를 시작했고, 현재도 꾸준하게 인근 지역에서 공급되는 신선한 와인 제품들을 선별해 구단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공급하는 데 집중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는 각 층마다 대중성 있으면서도 맛과 풍미가 좋은 고급 와인을 제공하는 전용 와인바가 마련돼 있고 구장 곳곳에는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 시음 체험 장소 7곳이 있어서 홈 구단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비록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신선하게 구워 제공하는 최고급 요리와의 조합을 구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 외에도 간단한 핑거푸드나 핫도그 등 저렴한 가격대의 스낵과도 와인이 충분한 풍미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는 셈이다.
오라클 파크에 공급되고 있는 상당수 와인 제품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나파 밸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해양성 기후로 연중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나파 밸리의 끌로디발은 중요한 사절단이나 외빈을 대접할 때 활용하는 와인으로도 유명세를 얻어왔을 정도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살려 ‘와인+야구’라는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꾸준하게 실천, 지원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골드스타인이다. 와인이라면 의당 세련되고 조용한 분위기의 와인바에서 고상하게 즐길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오라클 파크 경기장에서만큼은 뜨겁게 끓어오른 야구장의 열띤 응원 분위기와도 조합이 꽤 좋다는 것이 골드스타인의 설명이다.
그는 “소믈리에와 야구가 과연 어울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중적인 와인 중에서도 가장 최고급만을 선별해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덕분에 야구를 직관하면서 와인 한 잔을 즐기는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에 경기장은 최고의 장소”라고 했다.
골드스타인이 담당하는 업무는 단순히 와인 공급처를 선정하고 관람객들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와인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야구장을 찾아오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최소 3~4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기 도중 간단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먹거리와 와인의 적절한 페어링을 찾는 데 고심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는 “다양한 와인을 각 지역에서 수송해 관람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만큼, 역시나 그에 걸맞은 다양한 먹거리 조합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도 나의 업무”라면서 “이 일은 나의 업무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스낵을 찾아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관람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최근에는 오라클 파크의 와인에 대한 입소문이 번지면서 인근에서 찾아오는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 맛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진기한 현상도 목격된다.
최고 수준의 소믈리에인 골드스타인의 등장에 ‘야구장에서는 무조건 맥주’라는 공식이 깨지고, 이제는 야구장에서도 의당 와인 한 잔을 즐기려는 팬들도 속속 늘어나는 분위기인 셈이다.
현장을 찾은 와인 애호가들은 “이 세상에는 한 병당 400달러를 훌쩍 넘는 고급 와인도 있지만 한 병당 단 10달러에 불과한 대중성 있는 저가 와인도 충분히 맛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소믈리에인 골드스타인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호평할 정도다.
골드스타인은 “오라클 파크가 와인 생산지 중심에 있는 덕분에 다양한 와인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평범한 와인이 아니라 좋은 와인을 공수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