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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키지(Corkage): 이제부터 이 와인바는 제겁니다?

콜키지(Corkage): 이제부터 이 와인바는 제겁니다?

이재민 2023년 1월 25일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그 순간을 더욱 빛내줄 수 있는 술 한 잔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보통은 바로 술을 주문하겠지만, 그 술이 만약 와인이라면(혹은 와인만 판매하는 곳이라면) 살짝 망설여지기도 한다.

맥주와 소주에는 보통 취향이 없다. 있어도 소맥 비율 정도다. 대중적인 맛을 가져서라기보단 소주하면 떠오르는 맛과 맥주하면 떠오르는 맛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즐기는 소주와 맥주에는 다양성이 없다는 거다.

반면 와인은 마셔보기 전까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맛의 다양성을 띠고 있다. 너무 많다 보니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을 바라기는커녕 내 입맛에 맞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세계에서 제일가는 소믈리에와 쉐프가 추천하는 페어링이라고 한들,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의미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와인을 맛보기에 앞서,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내 입맛에 맞는 술을 처음부터 들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콜키지(Corkage)라 부른다.

콜키지의 의미

콜키지는 코르크 차지의 줄임말로, 와인병을 막고 있는 코르크(cork)와 비용을 의미하는 차지(charge)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다. 콜키지는 가게에서 수백 수천 가지에 해당하는 와인을 모두 갖출 수 없을뿐더러, 모든 손님의 취향에 맞는 와인 또한 준비할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도입된 시스템이다.

요즘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나 전통주 등등 다양한 주종들도 가게에 가져가 즐기곤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 또한 콜키지라 불리고 있다.

콜키지 안에는 잔 제공 외에도 디캔팅이나 칠링 등의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콜키지 문화가 잘 자리잡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콜키지를 주류 반입비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여담이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실제로 콜키지의 우리말은 주류 반입비이기도 하다.

콜키지 차지가 병당 발생하는지, 인원수에 따라 발생하는지는 가게의 재량이며 콜키지 무료인 곳도 많이 있는 편이다.

콜키지 매너

1. 콜키지 가능 여부 확인하기

당연히 콜키지 시스템이 없는 곳도 있다. 콜키지라는 개념을 잘 몰라서 도입하지 못한 곳도 있겠지만, 제공할 기물이 부족하거나 서비스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콜키지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미 판매하고 있는 음식과 맞춘 훌륭한 주류리스트가 갖춰진 곳도 콜키지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콜키지를 위해 무작정 술을 갖고 가기보단, 콜키지가 가능한 곳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2.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류 피하기

콜키지가 가능하다고 모든 술이 반입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류리스트는 피해야 한다. 꼭 피해야만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예의에 가깝다. 가게에서 파는 술과 같은 술을 갖고 온다면, 마진 측면에서도 가게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어서 유쾌한 상황이 연출될 리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서라도 콜키지 할 상품을 미리 가게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유는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서비스받는 입장에서는 더욱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끝으로 콜키지는 원하는 술을 가성비 좋게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어떻게 보면 가게의 배려 덕이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문화가 지속하려면 소비자도 마찬가지로 가게를 위한 배려를 해야 한다. 꼭 금전적으로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예의만 차려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식문화가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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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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