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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잃어버린 와인을 찾아서

잊혀힌 클래식 와인을 찾아 앤드루 제퍼드가 세이셀의 겨울 언덕을 올랐다.

프랑스 남동부 비엔의 잃어버린 와인들. 사진 제공: 하워드 테일러 / 알라미 스톡 포도

와인 세계에 이런 사연은 그리 많지 않다.

필록세라 사태 이후 드넓은 프랑스 포도원 언덕이 코마 상태에 빠졌다. 19세기 후반 이 언덕 지대는 포도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2,000년 전, 플리니우스를 비롯해 많은 로마인들이 이곳의 와인 맛을 칭송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프랑스 인구 중 상당수가 휴가를 위해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 잇는 ‘태양의 고속도로’를 오가며 문제의 이 ‘잊혀진’ 언덕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잊혀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론 계곡의 악명 높은 여름 교통 체증 속 도로에 앉아있던 운전자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숲을 넘어 다시 한 번 면적을 넓혀오기 시작한 포도원들을 알아챘을까?

이곳이 바로 리옹에서 남쪽으로 32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비엔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로마가 론에 설립한 대단한 규모의 화물 집산지였고,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기 위한 로마 제국의 교두보였다. 12,000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리옹에 있는 것은 4,500명밖에 앉지 못한다)을 포함해 오늘날 남은 고고학적 유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당시 비엔나라고 불리던 이곳은 루그두눔(오늘날의 리옹)보다 훨씬 더 중요성이 높은 도시였다. 비엔의 로마 제국 시절 인구나 오늘날의 인구는 약 3만 명으로 거의 비슷하다. 그중에 카이우스 막시무스 파테르누스라는 이름의 와인상이 있었는데, 그의 묘비를 비엔의 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론 강은 바로 이 지역에서 가장 좁은 지점에 이르고, 마을은 다섯 개 언덕에 둘러싸여 있으며, 남쪽으로 언덕이 더 많다. 앙피 위로 코트 로티와 콩드리유는 탱 위의 에르미타쥬만큼이나 와인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언젠가는 세이셀도 이런 이름들과 함께 거론될 날이 올까?

가능하다. 론 강은 이 지점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흐르며 너무나도 가파른 바로 그 남향과 남서향 언덕을 만들어내는데, 이곳의 토양은 화강암과 편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앙퓌 위의 남동향 언덕이 북쪽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코트 로티와 콩드리유 역시 필록세라 사태 이후 수십 년 동안 고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960년대 코트 로티에는 포도원이 50헥타르뿐이었고, 콩드리유는 1982년까지도 14헥타르밖에 없었다. 두 아펠라시옹 모두 거의 사멸할 뻔했다.

세이셀은 한때 정말 사라졌었다. 아니, 필록세라 사태 이전의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펠라시옹으로 선정되지 못했었다. 이런 세이셀의 르네상스는 이브 키에롱, 프랑수아 빌라르, 피에르 가이아르라는 세 명의 생산자들 덕분이다. “이런 단구 지대가 존재한다는 건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차를 몰고 그곳을 지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이브가 ‘담배 한 대 줄까?’라는 말을 하듯 아무렇지 않게 ‘세이셀에 다시 포도나무를 심는 게 어때?’라고 말을 건네 왔죠.” 빌라르가 2001년에 내게 한 말이다. 그들은 함께 이 일에 도전해 1996년 2월 뱅 드 비엔을 세우고 같은 해 후반, 관목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과감한 결정이었다. 생산성 낮고, 돈은 많이 드는 포도원을 뱅 드 페이 데 콜린 로다니엔이라는 미천한 신분으로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나중에 합류한 또 한 명의 개척자인 스테판 오기에가 지적했듯 본전치기만 하려고 해도 “코트 로티에서 생산하는 것과 대등할 정도로 품질이 높아야 했다.”

“뱅 드 비엔 사람들의 모험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뒤를 따르고 싶었죠. 이 언덕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아로마적인 표현이라든가, 탄닌의 구조라든가, 생 조셉 같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복합성과 섬세함이 뛰어나죠.” 오기에가 덧붙였다.

오기에와 그의 아버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곳에는 15개의 생산자가 있고, 올해 두 곳이 추가되어 생산에 들어가며, 총 40헥타르의 포도원이, 세이셀뿐 아니라 샤스-쉬르-론의 가파른 언덕과 비엔까지 3곳의 코뮌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생산자들은 이 언덕 지대에 150헥타르까지 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것으로 잠재 면적을 추산하고 있으나 100년 넘게 버려져 있던 곳곳의 작은 땅 소유주들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가장 큰 생산자 두 곳은 뱅 드 비엔과 비뇨블 드 세이셀(루이 셰즈, 파스칼과 로랑 마투레, 조르주 트레나르의 합작품으로 이 와인은 식스투스와 삭세올룸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로서, 그들의 포도원이 전체 면적 중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아펠라시옹 등급을 받기 위한 긴 여정도 이미 시작했다. 10년에 걸친 준비 작업 끝에 시라로 만든 레드 와인, 그리고 비오니에로 만든 화이트 와인(마르산과 루산도 조금 기르고 있긴 하다)으로 2014년 INAO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물론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이 지역은 단지 코트 뒤 론의 일부가 될 뿐이다. 크뤼 등급으로 오르려면 더 많은 지원서와 함께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다.

축축한 눈이 휘날리던 1월 초의 어느 아침, 나는 안토니 파레와 함께 가파르고 험한 세이셀의 언덕을 올라 A7 고속도로의 시끄러운 소음 너머 그 뒤에 펼쳐진 론 강을 내려다보았다. 여름이 오면 물에 반사된 빛과 온기를 보내주는 원천이다. (안토니는 프랑스 시골에서 전통적으로 눈이 ‘가난한 자의 비료’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눈에는 헥타르 당 약 12킬로그램에 달하는 질소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따뜻한 비엔으로 돌아와 론 강 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관광안내소에서 와인을 맛보았다. 참고로 내 테이스팅 노트는 플리니우스가 남긴 기록과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다. 그 옛날 비엔의 와인은 수지 처리를 했었기 때문이다.

비엔 와인 테이스팅 노트

와인 이름에서 라틴어 분위기가 물씬 풍겨 역사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거기 담긴 와인은 꽤 현대적인 매력을 갖춘 우아하고 매끈한 맛을 내는 와인이다. 시라 맛이 나는 부르고뉴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 자주 들었는데, 루이 셰즈/비뇨블 드 세이셀의 알렉상드르 푸아나르 역시 이 지역 생산자들이 시라를 병에 담는 순간 피노 누아와 비슷해진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렇지만 따뜻했던 2012 빈티지와 상대적으로 서늘했던 2014 빈티지(일부 레드 와인은 덜 익은 느낌이 든다)를 비교해보면 세이셀에서 생산자들이 열매의 성숙 시기를 두고 얼마나 줄타기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콩드리유의 화려함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싱그럽고 매끈한 스타일이다. 섬세함과 농후함을 넘나드는 북부론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종류의 와인 모두 꼭 마셔보길 권한다.

2014 레드 와인

리파 시니스트라, 이브 키에롱 2014

세 명의 뱅 드 비엔 창립자들은 공동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도 세이셀 와인을 생산한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는 그중에서도 키에롱의 와인이 가장 성공적이다. 밝고 화사한 꽃향기와 함께 선명하고 섬세하면서도 균형 잡힌 풍미가 느껴진다. 89점

루시두스 루즈, 루시디 & M. 샤푸티에 2014

미셸 샤푸티에가 이 지구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세이셀 북쪽 샤스 마을에 포도나무를 갖고 있었던 폴 루시디와 함께 합작으로 와인을 생산했다. 산뜻하고, 우아하며, 순수한 느낌의 이 와인은 갖 익은 풍부한 붉은 과일 풍미를 가졌지만 혀에서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라를 심은 상트네를 상상하면 어느 정도 적중할 거다. 89점

엠 새르, M & S 오기에 2014

밝고 꽃향기 가득하며, 세련된 에너지와 신선함이 입에서 느껴진다. 질감은 부드럽지만 톡 쏘는 스파이시한 붉은 과일 풍미가 풍부하다. 90점

세리네, 알랭 파레 2014

시라뿐 아니라 비오니에도 약간 함유되어 있는 이 와인은 내가 마셔본 2014 빈티지 중 가장 잘 익었다. 상큼하며, 밝고, 약간 스모키한 향과 더불어 입안에선 즙이 넘치고 활기찬 라즈베리와 진한 복숭아 풍미가 매력적이다. 92점

에스프리 당탕, 피에르-장 빌라 2014

빌라는 예전에 뱅 드 비엔과 함께 했으나 2009년 자신만의 라벨을 시작했다. 그의 2014 빈티지는 2014 빈티지를 뛰어넘는 소수의 와인 중 하나다. 후추와 베이컨 맛으로 시작해 섬세하지만 입안 전체를 뒤덮는 존재감 사이로 신선한 스파이스가 스며든다. 89점

2012 레드 와인

리파 시니스트라, 이브 키에롱 2012

이 와인의 훌륭한 아로마적 복합성 – 커런트, 담뱃잎, 덤불, 달콤한 가죽 – 은 앞으로 이 지역 와인에 대해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풍미 자체는 아로마에 부응하지 못하지만 와인이 연주하는 조용한 선율엔 여전히 즐길 것이 많다. 90점

엠 새르, M & S 오기에 2012

담배, 바닐라, 가죽 등 2014 빈티지보다 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 풍미는 선명하고, 신선하여 마치 라즈베리와 레드커런트, 붉은 사과를 점묘법으로 그려낸 것 같다. 마시기 좋은 균형감이 마음에 든다. 91점

도멘 레 세린 도르 2012

오랫동안 세이셀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제롬 오기에와 다미앙 로블레는 이 지역이 배출한 최초의 새 ‘원주민’ 와인 생산자로서, 출발이 좋다. 2012 세린 도르는 불에 그슬린 듯한 짭짤한 향기와 함께 감초 계열의 복합미가 뛰어난 생기 넘치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미를 보여준다. 90점

삭세올룸, 레 비뇨블 드 세이셀 2012

아로마뿐 아니라 입안에서도 일관된 시라 열매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생동감 넘치고, 균형 잡히고, 신선하며, 라즈베리와 블랙커런트가 풍부하다. 91점

소타눔, 뱅 드 비엔 2012

이 매력적인 와인은 활기 넘치는 향을 가지고 있는데, 세이셀 와인의 그것은 강을 따라 남쪽으로 갈수록 와인에서 느껴지는 베이컨 기름 냄새보다는 부드럽고 달콤한 훈연 향에 가깝다. 풍미에서도 마찬가지다. 달큰한 탄내가 우아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타닌은 모서리 없이 둥글고 거친 느낌이 전혀 없다. 92점

2015 화이트 와인

프롱티에, 쥘리앙 필롱 2015

쥘리앙 필롱은 아직까지는 화이트 와인만 출시한, 최근에 생산을 시작한 와인메이커다. 달콤한 누가 향에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풍미, 깨끗하고 균형 잡힌 여운이 좋다. 89점

자도르, 도멘 레 세린 도르 2015

달콤함과 신선함의 균형이 매우 매력적이다. 부드러우면서 풍성하고, 균형미가 있으며, 향긋하지만 마지막까지 우아함과 균형을 잃지 않는다. 91점

식스투스 블랑, 레 비뇨블 드 세이셀 2015

두 번에 걸쳐 (성숙 초기에, 그리고 조금 후에) 수확하여 만든 이 와인은 크림과 바닐라, 설탕 입힌 과일의 매혹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다. 풍미는 아로마가 암시했던 것보다 과실 풍미는 더 강하고 부드러움은 조금 덜하면서 신선한 오렌지를 느낄 수 있다. 90점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1.23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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