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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와인의 일본 외도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와인의 일본 외도

Decanter Column 2017년 1월 9일

앤드루 제퍼드가 요즘 와인 세상이 가장 빠져 있는 것, 바로 사케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이걸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수용? 흡수? 채택? 무슨 표현을 쓰든 그 과정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와인 리스트와 와인 잡지에 사케가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최신 유행의 새로운 술에 대해 잘 모르거나 그것을 싫어하는 와인 애호가들은 맹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올해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그러므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고도 할 수 있는) 「와인 애드버케이트」의 비평 글은 보르도 2015에 대한 것도, 나파 2014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중국의 저널리스트 리웬(마틴) 하오가 쓴 사케에 대한 글이었다. (그와는 과거 디캔터 아시아 와인 어워즈에서 함께 와인 테이스팅을 한 적이 있다)

작문과 편집 모두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던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기사에서는 로버트 파커의 사케 테이스팅 노트라는 것을 소개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그것은 그 이후 이어진 어마어마한 매출 증가에 아마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W. 블레이크 그레이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흥미롭기 짝이 없는 한 포스팅에서 밝혔듯 「와인 애드버케이트」에 소개된 사케는 모두 꽤 부풀려진 가격으로 판매가 시작되었다. 그것도 기사가 올라왔던 바로 그 날, 도쿄의 웬 신생 기업이 만든 웹사이트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 웹사이트는 이상하게도 그 이후 바로 사라져버렸다. 블레이크 그레이의 포스팅에 따르면 그 수상쩍은 회사가 일본에서 「와인 애드버케이트」 행사를 조직했던 회사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했다.

리웬 하오의 글이 올라오고 약 한 달 뒤, 잰시스 로빈슨 MW가 2008년에도 한 적 있는 것처럼 「파이낸셜 타임스」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사케에 대해 다루었다. (전반적으로 도수가 높은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잰시스는 놀랍게도 “평균 도수 16퍼센트인 이 시원하고 형언할 수 없이 순수하며, 맑은 술을 마시고 행복하졌다”라고 적었다) WSET에서도 사케 강좌를 연다.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에서도 사케를 심사한다. 디캔터 역시 사케를 다루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모든 일은 사케 생산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다. 일본에서조차 이 술은 유행과는 거리가 멀고 1975년 이후로는 계속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기가 최정상이었던 1975년 당시의 시장점유율에서 거의 3분의 2를 잃어 현재 일본의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8%에 불과하다. 일본의 패셔니스타들은 와인을 선호한다.

내가 사케를 향해 회개의 길을 걸을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나 역시 일본의 역사가 깊고, 복합적이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술을 세계 사람들이 즐기고 받아들이게 된 점에 대해서는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실제로 나 역시 1980년대에 런던의 「이브닝 스탠더드」 지에 실을 글을 쓰기 위해 사케를 조사하려고 일본의 여러 사케 생산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곳에 방문하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당시 시점에서는 영국으로 사케를 수출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미 사케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싱가포르 게이트 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엇 페이버와 하야토 히시누마 공저 『사케, 일본 장인 양조장의 역사와 사연, 예술(Sake: The History, Stories and Craft of Japan’s Artisanal Breweries)』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 문화에 바치는 매우 아름답고 꼼꼼하게 쓰인 글이다.

그런데 이 같은 와인 세계의 새 바람을 접한 뒤 내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맥주는?

알코올이 함유되었든 아니든, 음료는 보통 과일, 곡물, 혹은 잎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차는 잎으로 만들고, 커피는 열매로 만든다.

알코올음료 중에서도 와인, 사이더, 브랜디는 과일(포도와 사과)로 만드는 반면, 사케와 위스키는 곡물(쌀과 보리, 밀, 옥수수, 호밀)로 만든다. 맥주 역시 보리로 만들고, 잎으로 풍미를 낸다. (홉 포엽은 꽃이라기보다 잎에 가깝다)

그런데 엄격히 말해 ‘와인 세상’은 과일만 취급한다. 따라서 와인 세상에서 곡물로 만든 한 가지 술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 왜 다른 술은 안 되는가? 사케가 된다면 맥주는 왜 안 되는가?

아마도 그 답은 사케가 강한 와인이나 주정강화 와인과 대략 비슷한 도수이고, 원한다면 와인처럼 차갑게 식혀서 와인잔에 따라 마실 수 있다는 사실보다 조금 더 복잡할 것이다. 이런 답은 조금 너무 단순해 보인다.

와인과 사케에 닮은 점이 있다면 두 가지 술 모두가 복잡다단하고 오래된 문화에서부터 나온 것이라는 사실일까? 그렇다면 이미 역사가 7,000년이 넘고,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에서 고유한 문화를 자랑하는 맥주 역시 유럽의 와인 전통이나 일본의 사케 전통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 역사는 일단 생각하지 말자. 차이점은 와인과 사케가 맥주에 비해 아로마 면에서 더 섬세하고 풍미가 더 복합적이라는 것인가?

이것 하나만 말해두겠다. 내가 볼 때 섬세함, 미묘함, 그리고 미학적으로나 향락적으로 초월적인 풍미 면에서 고급 와인과 진정으로 경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술은 바로 영국의 캐스크 에일 맥주였다.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의 사케의 반도 미치지 않지만, 벨기에 에일 맥주는 매우 우수하고 때로는 와인의 힘에도 맞서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마이크로 양조 방식 맥주 또한 놀라울 만큼 복합적이고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강하다) 난 사케가 이것보다 ‘더’ 복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각 술의 복합성 범위는 서로 다른 기준에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법의 문제인가? 사케는 쌀을 발효시키기 위해 우마미 맛을 내는 코지 곰팡이(아스퍼길루스 오리자에)를 사용한다. 그런데 맥주 역시 보리를 발효시키기 위해 맥아의 형태로 만든다. 게다가 사케나 와인보다 더 큰 복합성을 내는 다양한 효모를 사용한다. 사케에서는 특정한 수원의 정밀한 특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예를 들어 버튼어폰트렌트 지역의 석고 지대에서 나는 물을 사용해 테루아 같은 효과를 내는 전통적인 영국 페일 에일 스타일 또한 이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케와 맥주 모두 숙성된 버전이 존재한다. (물론 숙성과 함께 발달하는 복합성 면에서는 둘 다 와인을 따르기 어렵지만) 또한 사케와 맥주 둘 다 와인보다 산도는 낮고 pH는 높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사케 팬도, 맥주 애호가도 좋아하지 않겠지만, 곡물로 만든 이 두 가지 술 모두 와인처럼 농산물이라기보다는 공산품에 가깝다. 달리 말해 두 술의 섬세한 맛은 기술과 조리법의 결과이고, 날씨와 관련된 가변성이라든가, 원재료 면에서 어떤 특정한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정 맥주나 사케를 더 만들고 싶다면 원재료를 더 사서 수도꼭지만 열면 된다. 빈티지라든가 테루아 같은 개념은 마케팅 기법을 제외하고는 사케와 맥주의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맥주와 사케는 대부분 저온 살균된다.

아마도 와인 애호가들 중에는 홉 포엽에서 생기는 노란 분말 속 수지와 에센셜 오일에서 나오는 맥주의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사케에는 그런 맛이 없다. 그러나 와인 역시 복합성 중 일부를 쓴 풍미에서 가져오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맥주 대다수는 거의 쓴맛이 나지 않는다. 홉은 일반적으로 ‘아로마 홉’과 ‘비터 홉’으로 나누어지는데 거의 모든 양조 전통에서 고급 맥주는 원칙적으로 더 우수한 아로마 홉으로 맛을 내고, 그를 통해 훌륭한 아로마의 복합성을 얻는다.

내가 볼 때 와인 세상에서 맥주가 아닌 사케를 받아들인 진짜 이유는 그 새로움 – 이건 언제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 과 이국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오래되고 낯익은 맥주는 와인 세상의 지도자들, 사제들, 디자이너들, 문지기들, 그리고 하루살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다. 참으로 불공정한 일이다.

사실 이처럼 편을 가를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떤 경우든 급진적인 자유의지론자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복합성과 흥미를 갖춘 음료, 특히 내가 와인만큼이나 사랑하는 차와 맥주 같은 것에 대해서라면 언제든 글을 쓸 자세가 되어 있다. 그리고 디캔터의 철학과 소명에 큰 대변화가 올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은 다음 주면 다시 와인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11.07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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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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