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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봄의 맛

앤드루 제퍼드가 상세르와 푸이 퓌메의 개성을 파헤쳐본다.

사진: 샤비뇰 위 상세르의 포도밭 / 사진 제공: 로버트하딩/알라미

봄의 특징이 무엇인가? 열기가 없는 빛. 반대로 가을은 빛이 없는 따뜻함의 계절이다. 대기가 잘 움직이지 않아 기온은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에 의한 빛의 정밀함과 주기적인 변화에 맞추지 못하고 힘겹게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따라서 남반구에 있건 북반구에 있건, 낮이 점점 더 길어지는 동안에도 한겨울의 가장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 봄은 춘분과 함께 찾아오지만, 심지어 그때에도 거북처럼 느린 기온은 여전히 토끼 같은 빛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각 계절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내는 듯한 와인들이 있다. 풍부한 빛과 그에 어울리는 온기의 부재를 잘 요약해놓은 봄 같은 품종을 고르라면 소비뇽 블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소비뇽 블랑이나 해당되는 건 아니다.

테루아 연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토양과 지형의 섬세한 부분처럼 토양 윗부분까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이나 시각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대기와 토양, 지형, 이 세 가지가 협력해야 하긴 하지만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최고의 작품이 까다롭고 조건부로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높은 위도의 상세르와 푸이 퓌메 하늘 아래에서 만들어진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지역의 위도는 47도 19분 55초로 보르도보다 3도, 뉴질랜드 말보로보다는 6도나 높다.

이는 곧 상세르와 푸이 퓌메는 포도 성장기의 낮 시간이 더 길지만 빛과 열기는 덜 하다는 뜻이다. 각각의 결과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열기가 없는 빛”에 가장 가까운 스타일일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제약이다. 그리고 제약의 미덕은 장기적으로 보관 가능한 고급 클래식 와인 생산을 꿈꾸는 와인 생산자라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한다. 소비뇽 블랑 품종은 티올(땀냄새나 양파 냄새보다는 잘린 상자나 열대/시트러스 과일 쪽에 가까운 황 성분), 메톡시파라진(잔디나 아스파라거스 향), 테르펜(탄화수소나 수지 향)을 연상시키지만, 최고 수준의 소비뇽 블랑은 품종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지 않고, 촉촉함과 군침을 돌게 하는 특성, 식물 같은 산뜻함 면에 있어 가장 봄과 닮았다. 심지어 ‘부싯돌’ 아로마(토양 속 부싯돌 성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황과 관련된 또 다른 향이다)는 최고급 소비뇽 블랑에서는 찾을 수 없다. 반면 과하게 서늘한 지역에서 이 품종은 매우 페놀 향이 강할 수 있다.

지난번에 상세르와 푸이 퓌메에 갔을 때 양조 방식에 대해 많은 생산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방식이 생산자마다 너무 크게 다르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발효 전 침용, 신속한 압착, 야생 효모 혹은 자연 효모, 스테인리스 스틸 통 혹은 오크 통, 유산 발효 등등) 지역 고유의 정체성에 정작 중요한 건 하늘과 언덕, 토양, 그리고 재배와 양조 행위에 더해지는 정성이다. 그 행위가 어떤 것이든 말이다.

반대로 수확 날짜는 모두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이 지역 훌륭한 생산자 중에 수확 일자를 이르게 잡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절대 설익음이나 빈약함을 긴장감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디디에 프리외르의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수확하는 경우도 많아요.” 프랑수아 코타는 이렇게 말한다. “수확의 품질 중 80%는 수확 날짜에 있습니다. 친구가 한 주 빨리 수확해서 열두 달의 노동을 망쳐버리는 걸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프죠.”

상세르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고 그것을 샤블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신호다. 샤블리 또한 열기 없는 빛, 촉촉함, 군침을 돌게 하는 맛, 식물과 같은 신선함을 주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그 두 지역은 기후와 토양 면에서 쌍둥이 같지만, 그저 다른 품종을 재배할 뿐이다. 그리고 훌륭한 토양에서 품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놀랄 수 있겠지만 샤블리가 두 지역 중 더 북쪽에 위치한다)

추신처럼 덧붙이자면 상세르와 말보로(그들은 이곳에서도 클로 앙리를 위해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고 양조한다)의 차이점에 대해 부르주아 가문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들은 뉴질랜드의 다른 기후가 열매 성숙도의 구조를 바꾸어 놓는다고 말한다. “말보로는 우리가 상세르의 더운 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13.5도도 익은 게 아니에요. 14도를 향해 가야 할 때가 된 거죠.” 아르노 부르주아의 말이다.

그들은 말보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열매 크기에만 중점을 두는 재배자들 때문에 수확량이 너무 많고, 재배 밀도가 너무 낮고, 기계 수확(발효 전 껍질 침용이 일부 이루어져 ‘품종 특징’이 두드러진다)이 너무 널리 보급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의 잠재력에 대해 매우 열정적으로 칭찬했다. 이들은 가문 전체가 매년 햇살을 따라, 조금의 온기라도 더 얻기 위해 전 세계를 날아다닌다.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라 코트 데 몽 담네 2016(Henri Bourgeois, Sancerre, La Côte des Monts Damnés 2016)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발효시킨 이 퀴베는 샤비뇰을 내려다보는 담네 산의 킴메리지아 이회토 경사지의 여러 구획에서 얻은 열매를 블렌딩한 것이다. 고운 효모 찌꺼기와 함께 9-10개월 접촉시킨 뒤 병입한다. 색상은 매우 연하고, 자른 사과와 으깬 돌 향기를 풍긴다. 입안에서는 날카로운 산도와 함께 녹색 과일, 수액, 돌, 진한 미네랄워터 같은 와인의 풍미 전체가 그 산도에 잘 어우러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순수하고 흥미진진하다. 기다리지 마라. 91점 (13%)

 

파미으 부르주아, 상세르, 레 코트 오 발레 2015(Famille Bourgeois, Sancerre, Les Côtes aux Valets 2015)

이 아펠라시옹 남쪽 비농이라는 마을에 가까운 ‘바농’의 1.06헥타르 점토-석회암 토양에서 자란 오래된 소비뇽 블랑 나무 열매로 만들었다. 이 역시 스테인리스 통에서만 발효시켰다. 색상은 물처럼 투명하고, 향은 순수한 백도, 바이올렛, 자른 돌 향기에 기교와 섬세함이 가득하다. 입안의 풍미 역시 향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고운 화이트 커런트와 백후추, 수액과 더 많은 돌을 느낄 수 있다. 엄격하면서도 부드럽고, 완전히 드라이하면서도 과일의 순수함이 달콤한 느낌을 낸다. 95점 (14%)

 

파미으 부르주아, 상세르, 레 루숑 2015(Famille Bourgeois, Sancerre, Les Ruchons 2015)

‘파미으 부르주아’ 싱글 빈야드 제품군에 가장 최근에 추가된 것이다. 퐁트네에 1970년에 심어진 포도밭 1.03헥타르 구획에서 나왔다. 푸이 퓌메 아펠라시옹의 북쪽 맞은편, 생 사튀르라는 강가의 작은 마을에 위치했는데, 부르주아 가문은 이 점토 토양의 구획이 “상세르의 다른 어느 곳보다 표면 부싯돌 함량이 높다”고 주장한다. 45% 정도는 바리크에서,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발효시킨다. 전에는 이것으로 당탕 퀴베를 만들었다. 색상은 화이트 골드에 감칠맛, 달콤한 배, 라임, 해초 향이 난다. 입안에서는 상당한 여운과 힘, 과일처럼 촉촉한 즙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다른 와인들보다 더 둥글면서도 상당한 에너지와 메아리를 갖추었다. 흥분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94점 (14%)

 

프랑수아 코타, 상세르, 몽 담네 2016(François Cotat, Sancerre, Monts Damnés 2016)

남향의 가파른 산등성에서 자란 오래된 포도나무 열매로만 만들었고, 프랑수아 코타의 다른 모든 와인처럼 비극적일 만큼 소량(도멘 전체가 4.15헥타르에 불과하다)만 생산된다. 샤비뇰 포도밭의 ‘킴메리지아’ 특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와인은 거의 없다. 코타가 말한 것처럼 이 와인들은 30년까지도 잘 숙성된다. 이 2016 빈티지는 레몬과 이끼의 산뜻함으로 포도밭의 따스한 햇볕 노출을 잘 드러낸다. 입안에서는 순수하고, 풍부하고, 부드럽게 내리는 비에 씻긴 돌과 해초를 느낄 수 있다. 맑고, 길고, 부드럽다. 96점

 

프랑수아 코타, 상세르, 레 퀼 드 보주 2016(François Cotat, Sancerre, Les Culs de Beaujeu 2016)

연녹색이 가미된 투명함에 복합적인 과수원 과일 향기가 유혹한다. 사과와 배 향기가 최소한 향만으로는 부브레이나 몽루이 같은 다른 루아르 포도밭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입안에서는 다시 상세르의 석회암으로 굳건히 돌아온다. 맑고, 군침을 돌게 하고, 끈질기며, 매력적인 금욕 상태를 통해 장기적인 관대함을 약속한다. 95점

 

루이-벵자맹 다그노, 상세르, 르 몽 담네 2015(Louis-Benjamin Dagueneau, Sancerre, Le Mont Damné 2015)

루이-벵자맹 다그노의 몽 담네(저명한 상세르 언덕의 작은 0.8헥타르 구획에서 나온다)와 이 가문의 전형적인 푸이 퓌메 실렉스(규조토) 퀴베를 비교해보면 유익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이 와인은 아로마 면에서 더 산뜻하고, 이파리가 많은 듯하고, 가벼우며, 꽃과 시트러스 과일 같은 풍미가 폭포처럼 길게 이어진다. 물론 풍미의 조화와 매끄러운 연결이 다그노의 특징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동적으로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와인에서는 실렉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돌의 딱딱한 껍질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믿음직스럽고 묘한 매력이 있는 상세르다. 93점

 

디디에 다그노, 푸이 퓌메, 실렉스 2015(Didier Dagueneau, Pouilly-Fumé, Silex 2015)

생 앙들랭의 언덕 주변, 부싯돌이 흩어져 분포한 점토 토양 4헥타르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연한 금색을 띠고, 녹색 식물과 부드러운 봄 이파리 향기가 곱게 엮인 듯 서늘한 잡목림 향기로 가득하다. 입안에서는 같은 녹색 식물과 이파리 향기가 이음새 없이 어우러지다가 조용한 녹색 과수원과 시트러스 과일로 이어진다. 품종의 유명세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절대 현란하지 않고, 잘 드러내지 않고, 잠행하는 듯한 와인이다. 서늘한 점토가 이 모든 것을 자제시킨다. 디캔터나 잔, 입안에서 약간의 시간을 주면 조금씩 향과 풍미가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94점

 

알퐁스 멜로, 상세르, 레 로맹 2016(Alphonse Mellot, Sancerre, Les Romains 2016)

표면은 부싯돌 점토에 그 아래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레 로맹 구획에서 나왔다. 색상은 밝은 금색에 미묘하고 부드러운 라임 향을 낸다. 입안에서는 신선하고, 우아하고, 선명하고, 길며, 라임 풍미와 봄 잎의 신선함이 더 느껴진다. 92점 (13%)

 

알퐁스 멜로, 상세르, 사텔리트 2016(Alphonse Mellot, Sancerre, Satellite 2016)

샤비뇰의 오래된 포도밭에서 난 이 와인은 레 로맹보다 더 견고하고 팽팽하며, 조용한 삼림지 꽃향기 아래로 배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길고, 우아하고, 아주 깨끗하며, 향기에서 느끼는 것보다 조금 더 풍요롭다. 미묘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과일 풍미가 균형과 섬세함을 유지한다. 93점 (13%)

 

샤토 드 트라시, 푸이 퓌메, 마드무아젤 드 트라시 2016(Ch de Tracy, Pouilly-Fumé, Mademoiselle de Tracy 2016)

이 주니어 퀴베는 부싯돌보다는 석회암 지대에서 나왔다. (푸이 퓌메는 상세르처럼 두 가지 토양을 모두 가지고 있다.) 차가운 금빛에 아주 신선한 꽃향기, 그리고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풍미가 선명한 파스텔 녹색을 띠는 듯한 산도 속에 가려져 있다. 자매 퀴베들보다는 덜 복합적이지만 순수함과 자제력만은 거의 무결점에 가깝다. 가성비가 매우 좋다. 92점 (13%)

 

샤토 드 트라시, 푸이 퓌메 2016(Ch de Tracy, Pouilly-Fumé 2016)

연한 은-금색에 차오르는 빛이 그늘진 토양을 덥히기 시작하는 순간의 봄 새싹으로 가득 찬 숲 향기가 난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모든 풍미는 강렬한 녹색 산도로 모인다. 투명하고, 맑고, 수정 같다. 품위와 신념을 가진 푸이 퓌메다. 93점 (13%)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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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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