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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지도를 바꾸는 기후 변화, 기회인가 위기인가?

와인 지도를 바꾸는 기후 변화, 기회인가 위기인가?

임지연 2022년 9월 1일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영국은 오는 2040년을 기점으로 최고급 와인 생산량이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전망이 제기됐다.

영국의 기온이 매년 빠르게 상승하면서 최고급 와인 생산지로 불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과 매우 유사한 기온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덕분에 영국에서도 프랑스의 대표 레드 품종인 피노 누아를 사용한 고급 와인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는 등 예상치 못한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영국의 분위기는 기존의 와인 명가로 군림해왔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기상 이변으로 된서리를 맞아 포도 수확량이 급감한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더욱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지난해 기준 포도주 생산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고, 이 일로 인해 와인의 생명인 맛과 향마저 변화할 조짐이라 와이너리의 시름이 깊어졌다는 현지 언론 매체의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릴 만큼 기온에 민감한 와인용 포도는 기후 변화로 인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상 고온으로 이탈리아 남부에선 포도 수확이 일주일 이상 빨리 시작된 반면 폭우가 쏟아진 북부는 열흘가량 성장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잇따랐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마주한 영국의 상황은 이들과 크게 다르다. 오히려 기온 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 탓에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최고급 와인 포도 품종의 대량 생산이 영국에서도 용이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후 변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평가하려는 시각도 제기된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와 런던경제대학교(LSE)와 그랜섬 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 등은 최근 영국의 기온이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와인 생산에 최적화된 기후로 변화, 향후 20년 동안 영국 포도 농장에서 생산된 최고급 포도 생산량으로 영국 와인 시장의 파이가 역사상 최대치로 확대될 것이라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잉글랜드 중남부와 북동부 웨일스, 잉글랜드 남부 해안지역 등 다수 지역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구한 결과 보고서로, 잉글랜드와 웨일스 주요 지역이 오는 2040년까지 1.4도 이상 기온이 상승해 포도 농장과 와이너리 성장에 최적화된 기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이 이전의 영국 와인 생산 지도를 완전히 바꿔 새로운 와인 지도를 그려야 할 정도로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자란 것이 최상품으로 꼽히는 피노 누아 포도 품종이 영국에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은 연일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피노 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외에 미국 오리건(Oregon), 카네로스(Caneros),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 남아공의 워커 베이(Walker Bay)와 엘긴(Elgin), 뉴질랜드의 마틴보로(Martinborough) 등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단연 최고품은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꼽힌다.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최고의 레드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 샤르도네, 피노 뫼니에와 함께 클래식 샹파뉴를 만드는 3대 포도 품종 중 가장 섬세하다 품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피노 누아의 재배 및 양조는 그 명성에 버금갈 만큼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적합한 기후와 자연조건(특히 석회질 토양)이 뒷받침되는 환경에서 가장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의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만큼 완성된 와인을 찾는 수요는 많지만, 최고급이라고 평가받는 와인은 소수다. 가격이 치솟아도 이를 찾는 와인 마니아들의 수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기후 변화와 관련해 극단적인 날씨 변화에 대해 영국 와인 산업은 마냥 관망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특히 포도 농장 운영 등 농업 분야에서 기후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무수한 도전이 도사리고 있으리라 전망했다.

연구에 참여했던 담당 연구원들은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면서 “만약 예상치 못한 높은 기온 변화가 있을 경우 포도 농장은 봄 서리에 취약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피해가 지난해 프랑스 포도 농장을 휩쓸어 큰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는 사회,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영국이 기후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해 빠른 시일 내에 와인 생산과 관련한 최적화된 지역과 품종을 허가하는 등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이스트앵글리아대 스티븐 돌링 환경과학과 교수는 “영국의 와인 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매우 흥미로운 시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때 영국은 국산 와인의 정체성과 브랜드의 위치를 전 세계적으로 확립시키는 도전을 강행해야 한다. 특히 따뜻해진 기후 변화 속에서 가장 적합한 포도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해,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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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logan@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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