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테밀리옹은 보르도의 도르도뉴강 오른쪽에 위치한다. 그리고 강 오른쪽에 위치한 여러 와인 산지 중에서 뛰어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생테밀리옹은 메독보다 와인 역사가 훨씬 길다. 비록 19세기 이후 상업적으로는 훨씬 뒤처졌지만 말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생테밀리옹의 와인은 주로 프랑스 북부와 북유럽에 팔리고 주요 보르도 와인 거래는 오직 메독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생테밀리옹의 ‘가라지 와인’ (Garage wine), 즉 개인이 만드는 소량 생산 와인이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생테밀리옹은 고품질 와인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메독의 와이너리는 규모가 매우 큰 반면, 생테밀리옹의 400개 남짓한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다.
생테밀리옹의 토양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지역 중심부의 언덕은 석회 기반암에 진흙이 풍부한 이회토(Marl 혹은 Clay-Limestone)이며 대표 와이너리로는 샤토 오존, 샤토 파비, 샤토 앙젤뤼스가 있다. 포므롤과 인접한 북쪽은 자갈토양이 주를 이루고 샤토 슈발 블랑, 샤토 피작이 유명하다. 생테밀리옹의 그랑 크뤼 등급 체계는 1955년에 제정되었다. 그리고 여러 번 개정을 거쳐 2012년 마지막 개정을 끝으로 현재 82개의 그랑 크뤼 클라세, 그중 18개의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그중에서도 4개의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가 있다. 바로 샤토 오존, 샤토 슈발 블랑, 샤토 파비, 샤토 앙젤뤼스가 그 주인공.
와인은 메를로 위주에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한다. 진흙이 많이 포함된 차가운 성질의 토양은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메를로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블렌딩 비율은 메를로 70%, 카베르네 프랑 30% 이다. 자갈 토양의 샤토 피작만이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한다. 따라서 생테밀리옹의 와인은 메를로의 적은 타닌으로 인해 메독 와인보다 숙성 잠재력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는 뛰어난 숙성잠재력을 보이며 오랜 기간 셀러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