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고속 열차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위성도시이자 공업 특구인 ‘톈진시’.
이곳은 근대화 시기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의 조차지이자, 베이징에 인접한 최대 항구를 가진 무역 도시로 이름을 알린 곳이었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오가야 하는 무역상이라면 누구나 이곳을 통해야 할 정도로 무역과 상업이 발달했던 톈진은 오가는 이들의 다양한 사연만큼이나 서양 세력에 의해 지배를 받아야 하는 등 부침의 세월을 견뎌낸 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톈진 중심지에는 지금도 여전히 지난 1902년 당시 부침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그 모습을 간직한 ‘이태리 거리’가 있다. 먹고 마시는 이탈리아식 문화를 톈진에 그대로 가져다 놓은 서양인들이 남긴 그곳을 찾았다.
◇ 조용히 흐르는 ‘하이허(海河)’ 운하, 그리고 이태리 거리
톈진시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이 일대에 대한 전면 보수 공사를 실시, ‘과거 모습 그대로’라는 모토 하에 근대화 시기 당시의 모습을 보존하는데 안간힘을 다했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의 풍경 속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외국계 회사에 근무 중인 서양인들까지 더해지면서 ‘정말 이곳이 중국인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유럽풍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의 규모로는 이 일대가 아시아 최대라고 한다. 거리마다 입점해 운영되고 있는 레스토랑 역시 서양식이 주된 메뉴다.
더욱이 톈진 중심을 통과하는 강이 인접한 탓에 낮과 밤 할 것 없이 동서남북 방향으로 길게 뻗은 형태로 조성된 이 거리 일대에 입점한 레스토랑과 커피숍 등의 운치는 글로 다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특히 정오부터 영업을 개시하기 시작하는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커피전문점 등에서는 정오부터 2시까지는 대체로 파스타, 스파게티, 피자 또는 간단한 요기가 가능한 샌드위치, 수제 햄버거 등의 종류를 판매하고, 오후 5시 이후에는 맥주와 와인 등을 판매하는 술집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다.
판매되는 주류는 유럽에서 공수해왔다는 파울라너(paulaner), 비라 모레티(birra moretti), 페로니(peroni) 등이 대부분이다. 가격대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제품은 비교적 고가로, 정식 수입 라인을 통해 들여온 제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특산품인 칭따오, 옌징, 설화 등 비교적 익숙한 중국산 맥주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가격대는 10위안대.
이들 두 가지 종류의 주류의 가격대는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는 주류 물가를 고려한다면 결코 ‘싸다’고 좋아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그런데도 이 일대를 찾아오는 젊은이들과 여행객들은 유럽에서나 즐길 수 있는 운치 있는 풍경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값비싼 비용을 선뜻 지불한다.
이 거리 상점들의 특징은 외부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대부분 좌석이 상점 밖에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상점 외부 거리의 조망권이 훌륭하다는 뜻.
이태리 거리에는 스타벅스, 코스타 커피, 하겐다즈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지인이 운영하는 베네치아, RHINE, 청년찬팅(青年餐厅), 이태리인찬팅(意大利人餐厅) 등 이 일대에서 ‘맛집’으로 통하는 레스토랑을 추천하고 싶다.
◇ 중국 전통 풍경이 그대로, 고문화거리
이태리 풍경구에서 진한 유럽풍 양식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중국 전통 양식을 그대로 담아낸 고문화 거리를 찾아갈 차례다.
톈진을 찾아온 이라면 짧은 여행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럽풍경과 중국전통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데, 이는 이태리 바거리와 고문화 거리가 지척에 자리 잡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택시 탑승 후 기본요금, 도보로 약 15~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날씨가 선선한 봄, 초여름 또는 가을에는 택시 대신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손에는 진한 커피 향을 담은 현지 커피 한 잔을 들고 걷는다면 두말할 것 없이 ‘금상첨화’다.
고문화 거리는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골동품을 판매하는 전통 시장과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우리의 인사동과 유사한 형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 양식을 즐기려고 몰려드는 국내외 여행자들을 위한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면서, 치파오를 구매 또는 대여해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곳과 중국 전통 도자기, 미술품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상점 등이 즐비한 거리로 조금씩 변모해가고 있다.
치파오는 대여 시 시간당 100위안(약 1만 7천 원) 이하, 구매 시에는 가격대가 천차만별로 다르다. 단, 이곳 역시 정가보다는 흥정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흥정은 필수, 구매는 선택이다.
◇걸어서 15분, 톈진 ‘EYE’ 속으로
이태리 거리에서 도보로 15분 즈음 직선거리로 걸어가면 ‘톈진의 눈’이라 불리는 대형 관람차가 자리 잡고 있다. 주말에는 최소 1시간 30분 이상 긴 줄을 선 뒤에야 탑승이 가능할 정도로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관광 명소다.
입장료는 70위안(약 1만 3천 원). 톈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긴 줄을 감내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바쁜 여행 일정을 가진 이들에게는 비추. 긴 줄을 감수한 후에도 다른 일행과 함께 8명의 정원을 채운 뒤 탑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탑승하기 꺼리는 이라면 240위안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관람차 1대를 통째로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선선한 초여름 날씨를 즐기기에 이태리 거리→고문화 거리→톈진의 눈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최고의 코스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