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힘겹게 올라탄 지하철. 빡빡하게 들어선 승객만큼이나 범벅이 된 온갖 향들이 멍한 머리를 후려칩니다. 거기에 독감에라도 걸린 것인지 아니면 샤워기가 고장인지, 향수를 병째 뒤집어 쓴듯한 사람, 고등어구이에 김치, 청국장의 옹골찬 아침밥에 양치질은 까먹은듯한 이가 주변에 ...
난 종로를 좋아한다. 진짜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한 종로. 종묘 근처로 해서 귀금속 시장과 청계천, 철물 상가로 이어지는 그 낯설고 오래된 건물들. 비 오는 날이면 쾨쾨한 냄새가 슬쩍 묻어나고, 해가 쨍쨍 내려치는 날이면 ...
여름날, 비가 온 다음 날 오후는 축축하다. 촉촉이 아닌 축축이 지배하는 어둑한 오후는 사람을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땀이 많은 나인데, 그런 날이면 손수건이 젖을 정도로 땀을 닦아 내기 바쁘다. 유난히 무더웠던 작년 여름은 동생과 ...
데킬라에 질색하는 동년배 친구들, 그러니까 삼십 대 중반의 친구들이 주변에 꽤 있다. 데킬라? 그 싸구려 술? 좋은 술 많은데 그걸 왜 마셔. 숙취도 지독하고. 다음 날 머리 아파 죽는다고.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이 칵테일에는 데킬라가 들어가는데요, ...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쉽게는 사진을 찍어 남길 수도 있고, 순간의 감정을 글로 남길 수도 있으며, 기타 특정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개인적인 자극도 무수히 많다. 전에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를 냄새로 기억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