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한 샤토(Chateau), 동일한 빈티지의 와인 가격이 생산국인 프랑스와 소비국 중 하나인 일본에서 같을 수 없는 이유는 수출된 와인에 운송료와 관세가 붙기 때문임을 와인을 즐겨 마시는 여러분이라면 쉽게 추측해볼 수 있겠지요.
맥주, 와인, 위스키 등 이 시각에도 세계의 여러 곳에서 판매되고 소비되는 주류는 참으로 다양한 가격에 팔리는데, 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국가별 달리 적용되는 주류 소비세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계시나요?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의 유해한 사용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전략”(WHO 보고서, 2010)을 작성해 많은 국가에서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을 채택하도록 강력히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음주 및 운전 금지 정책, 마케팅 제한, 세금 인상, 최저 가격 정책, 알코올 가용성 제한, 모니터링 등이 그 세부 전략이었고, 그중에서도 주류의 세금 인상은 과도한 음주를 줄이기 위한 알코올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개입으로 인정받았지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류 소비세가 높은 고소득 국가는 알코올 소비가 적고 폭음 발생률이 낮습니다. 또한, 알코올 관련 교통사고가 적고 알코올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다양한 주류를 맛보고 즐기는 것이 우리들의 큰 기쁨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국제적으로 개인의 건강과 국가 경제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에, 각국의 환경과 문화, 주류의 소비량에 따라 주류 소비세와 관련된 법규가 다양하게 결정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담배에 부과하는 소비세는 판매 가격의 70% 이상에 해당할 만큼 매우 높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대부분의 나라에서 명확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류는 그 다양성과 이점을 고려해 좀 더 관용적인 세금 부과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예로 OECD 국가에서 담배 판매가격의 70% 이상을 소비세가 차지하는 것이 흔하지만, 주류에 부과되는 소비세에 있어선 매우 저가의 리큐르에 76%의 소비세를 부과한 스웨덴의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가격 대비 백분율로 측정된 맥주와 와인에 대한 세금 부담은 30% 미만입니다. 아래 2003년에서 2018년까지 OECD에 가입한 세계 26여 개의 국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케이스들을 살펴봅니다.
* OECD 36개국 중 표본에 포함된 국가는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공화국,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및 미국입니다.
맥주와 와인 판매 가격에서 세금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 아이슬란드
26개 OECD 국가의 최종 맥주 소매 가격에서 소비세 비율과 2003-2018년 추세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맥주 가격의 소비세 비율은 10% 미만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간의 추이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세의 비율은 프랑스, 일본, 폴란드 및 미국에서 모두 1% 미만입니다. 소비세의 비율을 나라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룩셈부르크에서 맥주 소비자 가격의 5%에 해당하는 낮은 세금을 붙이는 반면, 아이슬란드는 59%라는 믿기 힘들 만큼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편이지요.
진 한 병을 구입하기 위해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나라, 스웨덴
스웨덴에서 한 병의 코냑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세금은 무려 구매 금액의 41%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소비자 권장 가격의 19%를 지불하면 되는 진은 스웨덴에 도착해 역시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그 이유는 67%에 해당하는 소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지요.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러 주류에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10-20% 내외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반면, 호주에서 진을 구입하려면 63%에 해당하는 금액의 소비세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술을 훨씬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칵테일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는 쿠앵트로 리큐르를 사기 위해 76%의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스웨덴 국민들의 주종 선호도가 궁금해집니다.
와인에 호의적이고 증류주에 비협조적인 북유럽의 소비세 정책?
와인 가격에 대한 소비세 비율은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거나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와인의 소비세 비율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 일본, 폴란드, 미국에서는 소비세가 와인 가격의 1% 내외를 차지하지만, 2003년에서 2018년까지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영국에서는 소비세가 와인 가격의 40~60%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와인의 최대 생산국이며 소비국 중의 하나인 프랑스에서 와인에 붙이는 소비세는 0%에 가까울 정도로 와인 소비와 판매에 유연한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아이슬란드는 판매가격의 26%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비세로 부과합니다.
주류소비세를 양이나 수량에 따라 부과하는 나라는, 고가의 주류제품보다 저가 상품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더 높이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세금은 특히 저가 제품의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
북유럽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지난 15년간 주류에 붙여진 소비세의 비율에 아주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와인에 붙여진 소비세는 낮은 반면, 다른 증류주나 리큐르는 꽤 많은 세금이 부과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북유럽 일부 국가의 세금 정책이 꽤 공격적임을 감안하더라도 OECD 국가에서 주류에 부과된 소비세의 비율은 꽤 낮은 편이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장려하고 사회보장 비용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이제까지 상대적인 혜택을 받아온 맥주와 와인의 소비세는 인상될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프 및 정보 출처 : Alcohol excise taxes as a percentage of retail alcohol prices in 26 OECD countries
<Drug and Alcohol Dependence> Volume 219, 1 February 2021, 108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