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촌(中关村) 카페 거리를 아시나요?
1km 골목에는 한 곳 건너 한 곳이 Cafe
쨍한 햇살이 빳빳한 도시의 아스팔트를 데우는 베이징의 여름은 연일 뜨겁다. 그리고 40도를 오르내리는 6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차가운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질 때 찾아가기 좋은 카페 거리가 있다. 베이징 중심부에서 20km 떨어진 중관촌 카페거리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 거리 일대는 불과 4년 전까지는 ‘해정구 책방 골목’으로 더 큰 유명세를 얻었던 장소다. 남북으로 1km 가량 길게 뻗은 세련된 외관의 거리 곳곳에는 정가의 최대 90%까지 할인된 책을 파는 서점, 골동품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오래된 서적만 취급하는 책방, 밤에만 반짝 들어서는 보따리 장사꾼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곳이 지난 몇 년 사이 수 십여 곳에 달했던 크고 작은 서점은 자취를 감추고 청년 창업가들이 오고가는 창업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곳이 바로 수 십여 곳의 카페다.
현재 이 일대에 운영 중인 카페의 수는 20여 곳에 달한다. 불과 1km 불과한 거리에 카페가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그야말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모두 분위기 좋은 카페다.
덕분에 이른 아침 이 일대를 걸어가는 이라면 누구나 향긋한 커피 볶는 향에 취한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필자가 자주 찾는 곳은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DOT GEEK’이다. 1층부터 4층까지 제법 큰 규모로 운영되는 이 곳은 중국에서 맛보기 힘든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판매한다.
실제로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커피보다는 전통차를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아서 고급스러운 향을 가진 드립 커피가 보편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당일 로스팅 한 맛 좋은 드립 커피를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이동하는 수고스러움 쯤은 당연히 견뎌야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이 곳을 찾기 위해 필자 역시 종종 버스로 20여분을 달려오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곳의 드립 커피 한 잔의 가격은 28위안(약 5천 원). 드립을 내렸을 때의 첫 향은 중성적인 맛을 지녔으면서도 끝맛으로 갈수록 우직한 느낌이 드는 강한 신맛을 지녔다. 거기에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며 마시는 진한 커피 맛은 즐겨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타향살이에서 겪는 쓸쓸한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이 골목이 좋은 이유는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곳 외에도 다양한 특징이 있는 세련된 외관의 커피 전문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3W라고 불리는 카페다. 청년 창업가를 위한 테크놀로지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고객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이곳의 컨셉은 단연 ‘커피’이지만, 3W에 유명세를 준 가장 특별한 특징은 여기가 창업 컨설팅과 창업 연구를 위한 장소로도 기능한다는 점이다.
3W의 1~2층은 주로 카페로 운영된다. 커피는 주로 20위안대(약 3400원), 식사류는 30위안대(약 5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3~4층은 예비 창업인을 위한 장소로 활용된다. 매월 1400위안(약 23만원)을 지불한 청년들은 이 곳에서 자신만을 위한 창업 공간을 제공받는데, 일 년 동안 이 곳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수는 수백 명에 달한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주말에는 창업 컨설팅과 예비 창업자와 투자자를 이어주는 투자 상담회가 진행된다. 향긋한 커피맛도 으뜸이지만, 청년들이 이곳을 끊임없이 찾아오는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재밌는 이야기를 담은 카페 골목에는 비단 3W 뿐이 아니다.
골목으로 한 참 걸어 들어오면 눈에 띄는 노란색 간판의 ‘言几又(옌지우)’에서는 책과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book&coffee’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카페 한켠에 마련된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구매한 이들이 카페에 들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셈이다. 카페인지 서점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꽂힌 책꽂이 바닥에는 어김없이 푹신한 방석이 구비돼 있는데, 책을 구매하지 않고도 뽑아서 한가로이 읽다 갈 수 있도록 한 책방 주인의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책 읽기에 최적인 널찍한 크기의 테이블이 널린 카페에서 주로 판매되는 커피는 라떼 종류이다. 이 골목이 생겨났을 무렵부터 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는 중국인들의 가장 선호하는 라뗴류의 제품을 주로 판매해 왔다.
사실 많은 중국인은 달달한 라떼류의 커피를 즐기는데, 필자와 가까이 지내는 중국 친구들 역시 쓴 맛이 일품인 아메리카노 보다는 달달한 거품 맛이 좋은 카푸치노와 라떼의 맛을 좋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쓰디쓴 맛의 인생을 살아야 가야하는 처지라면 입맛 만큼이라도 달달한 맛에 길들이며 살고 싶다고”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쓰디쓴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담긴 고고한 맛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인생이 쓰다고 논할 자격이 없다”고.
인생이 쓴 것이야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점에서 달달한 라떼 한 잔으로 큰 위로를 받든, 쓴 맛의 아메리카노를 즐기든 그 누구나 중관촌 카페 골목에서 인생의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찾아가는 법
①지하철 4호선 중관촌역 하차 후 도보 10분.
②지하철 10호선 쑤조우지에역 하차 후 도보 10분.
→’INNO WAY’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가신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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