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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클래식 와인, 믿을 수 있는 와인

앤드루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클래식 와인, 믿을 수 있는 와인

Decanter Column 2017년 1월 16일

앤드루 제퍼드가 왜 어떤 와인은 다른 와인들에 비해 신뢰를 받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생산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랑그독의 마 드 도마 가삭 포도원 / 사진 제공: 도마 가삭

랑그독의 마 드 도마 가삭 포도원 / 사진 제공: 도마 가삭

역사학자들이 2016년을 돌아본다면 한 해 동안 온갖 정치적 혼란을 가져왔던 신뢰의 저하, 전문성에 대한, 경험에 대한, 제도에 대한, 심지어 객관적인 진실 자체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슬프지만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 같은 사태와 관련해 진지한 와인 애호가라면 잘 알 것이다. 와인 세계와 이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들을 살펴보아도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결정적인 증거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에게 와인이 그리도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 속에 든 알코올 때문이 아니다. 감각과 마시는 즐거움 면에서 일부 와인이 다른 와인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차이점을 뚜렷이 파악하고 나면 우월한 와인의 정체성은 강탈당하기 쉬워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월한 와인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치르는 사람들은 그 정체성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팔레르노 와인 한 동이를 싼값에 사고 미소 짓는 로마인에서 시작해 20세기 초반 저급한 샴페인 모방품을 거쳐, 언뜻 보기에 화려하기 그지없는 와인 위조범 루디 커니아완의 경매 물품들까지, 평범한 와인을 우수한 와인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언제나 유혹적일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이것이 와인 관련 법률이 원칙적으로 특정한 지역의 이름과 정체성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이유다. 복잡한 생산 조건을 가지고 가타부타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것은 모두 일시적이고 부차적이다. (우리는 와인 법률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데 맨 마지막에 첨부한 두셰 두제라는,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가르의 한 지역이 아펠라시옹을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공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와인 법률에 대해 그렇게 냉소적이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장은 부도덕한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기회를 창출해준다. 신시장이란 곧 경험이 부족하고 아무거나 덥석덥석 믿는 순진한 소비자들로 가득한 시장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현상의 가장 주목할 만한 예는 바로 중국이었다. 프랑스의 해외무역자문위원회는 지난 2015년에 중국에서 판매되는 ‘프랑스’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위조품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엄청난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런데 이 거대하게 팽창된 2차 와인 시장은 한 무리의 순진하고 미숙한 소비자들 말고도 잘 속아 넘어가는 중개자와 문지기들도 만들어냈다. 위조 와인 감별 전문가 모린 다우니는 홈페이지 와인프로드닷컴과 최근 출시한 차이 와인 볼트 시스템을 통해 이와 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은 앞으로 더 많은 전문가가 필요한 수많은 분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신뢰가 완전히 사라지면 시장은 붕괴하고 모두의 성공 역시 침해된다. 우리 모두 2007-2008년의 전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했던 신뢰의 상실로부터 받은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인 데다가 각자가 입은 손실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듣기로는 개인 한 명당 대략 16,000달러쯤 된다고 한다.)
신뢰라는 개념에 대해 마지막으로 글을 썼을 당시 나는 그것의 현실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런데 그 이후 나는 신뢰 자체가 클래식 와인의 특징 중 하나라고 믿게 되었다.
이것은 경매에 나온 와인의 감정 같은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여기에서 내가 생각하는 신뢰란 당신이 크리스마스 파티 때 쓰기 위해 레드 와인을 고를 때 거치는 과정과 같다. 와인을 고르기 위해 실험 같은 것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모험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당신이 잘 알고, 좋아하고, 그리고 신뢰하는 와인을 골랐을 것이다. 클래식 와인이란 사람들의 마음에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특정한 수준의 만족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익숙한 와인을 말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잘 팔리는 와인은 바로 사람들이 꾸준히, 반복해서 재구매하는 와인이다. 레오빌-바통일 수도 있고, 릿지일 수도 있고, 펜폴즈 그레인지일 수도 있고, 리오하 알타 890이나 904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마 드 도마 가삭이나 트라발리니 가티나라일 수도 있다. (수백 가지 다른 이름을 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하면 신뢰를 창조할 수 있는가?

원재료

좋은 포도원도 물론 전제 조건이겠지만 그것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잠재력이 가격에 반영되어 있고, 저렴한 가격의 와인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몬테 벨로는 레오빌-바통이 아니고, 마 드 도마도 그렇다. 펜폴즈 레드와 리오하 알타를 만드는 생산 출처는 매년 다르다. 중요한 건 포도 열매를 공급하는 포도원들이 그 목적에 적합한 경제적 경쟁력뿐 아니라 숙성과 발전 잠재력과 뚜렷한 미식학적 특징을 갖춘 와인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최고’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가끔은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 찬 생산자들이 조금 과도하거나 억지로 꾸며낸 듯한 와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클래식 와인의 창조자들이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노력하는 점이기도 하다.

진지한 목적의식

이 자리에서 포도 재배나 양조 방식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여기에는 일련의 전략이 관여되기 때문인데, 사실 신뢰를 창조하는 건 수확량이라든가 양조 기법이 아니라 특정한 미학적 비전에서부터 나오는 진지하고 진솔한 목적의식, 즉 균형과 기교를 갖추고, 음식과 잘 어울리며, 숙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마시기 좋은 와인을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와인 세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가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와인을 창조한다는 직업의 고결함, 호메로스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쭉 좋은 와인이 사람들에게 미쳤던 영향 그대로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하는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결의이고, 이것이 바로 클래식 와인의 기반이 된다.

시각적 고유 특징

고유한 시각적 특징, 특정한 라벨 색상과 디자인은 신뢰와 연관되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또 다른 요소다. 결국, 와인의 ‘얼굴’은 특정한 와인병의 시각적 외모가 아닌가. 방 반대편에서도 오랜 친구를 알아보는 것처럼 와인을 곧장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와인이 코와 입에 와 닿는 것처럼 라벨 역시 바로 눈에 들어와야 한다. 균형, 조화, 우아함 같은 것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이상적인 요소이지만 특히 비유럽 국가의 와인인 경우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리고 라벨 한 가지를 정하면 고수해라. 고유한 특징이란 자주 변하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일관성

일관성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과 와인 사이에 신뢰와 유대감을 쌓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빈티지별 특징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일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건 위에서 언급한 진지한 목적의식의 배반과 같기 때문이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과 와인 사이에는 서로 다른 빈티지가 서로 다른 기쁨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이 있다. 신뢰를 얻는 일관성은 매 빈티지를 관통하는 일정한 패턴과 공통점, 즉, 위에서 이야기한 시각적 고유 특징과 비슷한 아로마와 풍미다. 또한, 매년 특정한 수준의 품질을 약속하고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진정으로 형편없는 빈티지가 있다면 아예 와인을 생산하지 않거나 세컨드 라벨만 생산하는 것이 최고의 길이다.

인내

와인뿐 아니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오랜 세월을 이겨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들만이 클래식이라는 지위를 얻을 잠재력을 갖는다. 와인은 30번째 빈티지가 나올 즈음 상업적으로 박차를 얻고 안정적인 시장을 찾아낸다. 그래야 사람들이 잘 알고 믿는 와인이 되고 클래식 와인이라는 지위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므로 생산자들은 중간에 몰아치는 혁신의 물결에 맞서고, 특정 빈티지의 결과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스페셜 퀴베 같은 것들을 너무 많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의 흐름

결과적으로 신뢰와 클래식 와인이라는 지위로 가는 길에 와인 생산자가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다. 시간이 나름의 잣대를 제공해야 하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결국 축복을 내릴 것이다. 클래식 와인 중에는 여러 세대를 거쳐 창조된 것들이 많다.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며 40-50 빈티지를 보낸 사람들이 자신이 얻어낸 것을 다음 세대의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와인을 마시는 우리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와인 비평이 지난 30년 동안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비평가들의 보증이 신뢰의 획득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점수는 곧 ‘즉각적인 신뢰’를 의미한다. 그러나 즉각적인 신뢰는 모두 일시적인 영향만을 미쳐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진정한 와인 애호가들이 실제로 와인을 마셔보고 시장을 통해 내려지는 그들의 평가가 최종적인 진짜 판결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와인도 때로는 시장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하곤 한다. 진정한 클래식 와인은 누군가의 칭찬 없이도 신뢰를 받을 때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와인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신뢰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냉소주의가 이것을 파먹는다. 이것은 오늘날에 닥친 매우 거대한 위험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가 와인과 맺은 가장 심오하면서도 보람 있는 관계는 어떤 면에서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통행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해라는 긴밀한 관계가 더 깊은 유대감을 창조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특정 와인에 신뢰를 주어야 하고, 확신을 더해주어 각 빈티지가 시간을 거쳐 완벽한 상태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보람을 가져다주는 그 긴밀한 관계를 즐길 수 있다. 100점을 받은 와인들만 낱개로 가득 사 모은 셀러로는 불가능하다.

두셰 두제의 아펠라시옹을 향한 오랜 여정

1989: 뱅 드 페이 뒤 두셰 두제 탄생
1991: VDQS 등급을 받기 위한 지역 위원회 설립
1992: 생산 규정 작성
1995: 포도원 검사. 경작 지역이 122개 마을에서 132개 마을로 확장
2000: 지역 포도 생산자들이 INAO를 방문하여 서류 제출
2002: VDQS 파일 제출. 조사위원회 업무 시작
2003-2005: 조사위원회 업무 계속됨. 개별 전문가들이 의견 제공
2006: 개별 전문가들의 제안을 따라 조건에 맞는 마을의 수가 104개로 축소. 그해 말 INAO에서 추가 축소 요구. 마침내 11월 VDQS 등급을 주지 않기로 결정되며 모든 업무 중단
2007: INAO가 개혁됨. 생산자들이 AOC 등급을 얻기로 결심
2008: 마을의 수가 77개로 더욱 축소. 생산 규정 인가가 엄격해짐
2009: AOC 신청이 받아들여짐
2010-2011: 전문가들이 생산 지역을 자세히 규정하고 구획을 알아봄
2012-2013: 580헥타르에 달하는 약 694개 구획 결정
2013: 2012년 수확물이 적당한 수준임이 확인됨
2013년 7월 20일: 마침내 2012년 빈티지부터 AOC 등급이 수여됨. 그리고 이 모든 건 클래식 와인이라는 지위를 향해 올라가는 계단의 첫 칸에 불과함.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12.26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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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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