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面요리의 大家, 란저우 라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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面요리의 大家, 란저우 라미엔

임지연 2017년 1월 13일

9년 전, 중국으로 연수를 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아파트를 쉐어했던 통우(同友) ‘大S’는 우루무치(乌鲁木齐) 출신자로, 바다 건너 한국이라는 작은 국가에서 온 이방인에게 꽤 친절하고, 다정했다. 주말이면 베이징의 유명한 맛 집을 함께 찾아다녔고, 중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의 필자에게 진짜 중국의 모습을 알려주길 좋아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친절함 이면에는 중국문화의 유구성과 중화사상이라고 불리는 자국 문화 제일주의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을 필자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중국에 왔다면, 이것을 반드시 먹어봐야한다’며 맛 집을 소개해 줄 적마다, 필자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제조법과 한국에서 공수해온 ‘엄마표’ 김치에 흰 밥을 고슬 하게 볶아낸 김치볶음밥, 달달한 커피의 원조 ‘믹스 커피’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적하곤 했다.

그리고 그녀는 필자가 제조한 ‘소맥’ 한 잔에 몸을 겨누기도 힘들어하며, “한국인은 정말 이런 독한 술을 마시느냐”고 되물었고, 나는 그저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고 허세를 부렸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당시 한 방을 나눠 사용했던 그녀와 나는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소개하길 좋아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자국의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인정받길 원했던 것이라 기억된다.

허름해 보이는 중국의 로컬 식당, ‘란저우 라미엔’. 그러나 맛은 결코 허름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들어가자!

허름해 보이는 중국의 로컬 식당, ‘란저우 라미엔’. 그러나 맛은 결코 허름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들어가자!

그때의 그녀가 ‘면(面)’ 요리라면 반드시 이 곳이 최고라고 엄치를 높게 치켜세웠던 곳이 바로 ‘란저우 라미엔(兰州拉面)’이다.

란저우 라미엔은 쇠고기 육수에 손으로 뽑은 굵은 면을 말아 파와 고기, 향채(香菜), 고추기름을 얹어 먹는 이 국수는 장터 국밥처럼 소박한 서민 음식이다. 중국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13세기 경 마르코 폴로가 란저우 라면 맛이 너무 좋아 실크로드를 따라 로마까지 가지고 들어가 이탈리아에 전했다는데 그때의 란저우 라면이 현재 유럽식 스파게티의 원조가 됐다고 한다.

◇“라면 먹고 갈래?”

그 유명세가 얼마나 큰지 베이징은 물론 허베이, 허난, 후난, 광동, 산동 등 필자가 지금껏 여행지로 찾았던 중국 각 성과 성도마다 ‘란저우(兰州)’ 지역의 전통 라면으로 조리했다는 면 요리 집 간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베이징 내에서 ‘란저우 라면’이라는 간판으로 운영하고 있는 로컬 식당의 수만 1만 곳에 달하니, 그 유명세를 예측할 수 있을 만도 하다.

그 때마다, 필자는 “여기도 란저우 라면이 있네”라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지역에 상관없이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보편적인 맛을 낼 수 있는 라면이 바로 란저우 라면인 것이다.


란조우 라미엔에 고추기름을 넣어 섞으면 빨간 국물의 칼칼한 맛으로 변신한다. 고추기름은 기호에 따라 넣어 드시면 좋다.

고추기름

소고기 국물, 양고기 국물 두 가지 종류 중 선택할 수 있다. 단, 할랄 푸드점인 탓에 돼지 뼈를 우려낸 국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양고기를 볶아낸 기름에 고슬한 밥을 섞어 내어주는 볶음밥의 불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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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란저우 라면은 가격적인 면에서 한 그릇에 든든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서민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음식이다.

더욱이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란저우 지역의 ‘할랄(Halar)’ 풍습이 라면 한 그릇에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탓에, 이 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육수는 소고기와 양고기를 혼합한 국물이 주로 사용된다.

‘총’이라고 불리는 얇은 파를 썰어 넣은 소고기 육수에 도톰한 수타면을 넣어 끓인 라면 한 그릇에는 란저우 지역의 오랜 역사와 풍습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셈이다.

란저우 라미엔 집에서 판매되는 국수 요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태리 식의 전통 스파게티와 그 맛이 매우 유사한 볶음면 10여 가지부터 불 맛이 어우러진 볶음밥까지 간단해 보이지만, 맛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 지역 전통 할랄 음식 40여 가지를 판매 중이다.

이들 모두 가격대는 10~20위안 남짓의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에서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들에게는 두 말 할 것 없이 ‘착한 식당’이다.

◇ 대표적 서민 음식, ‘니우러우면’

소고기 국물에 청경채를 넉넉하게 넣고 끓여낸 ‘니우러우 라미엔’과 중국식 칼국수인 ‘도삭면’.

소고기 국물에 청경채를 넉넉하게 넣고 끓여낸 ‘니우러우 라미엔’과 중국식 칼국수인 ‘도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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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유명하게 한 또 다른 음식은 바로 ‘니우러우 라미엔(소고기면)’이다. 소고기를 끓여낸 육수에 빨간 고추기름과 청경채를 섞고, 그 위에 중국의 전통적인 향신료 ‘쯔란(孜然)’을 적당히 섞어 냈다는 점에서 맑은 갈비탕을 연상시키는 란저우 라미엔과는 외관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유명한 대만식 요리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니우러우면과 그 맛에서는 매우 유사하지만, 이곳 현지에서는 한 그릇에 10위안 남짓의 저렴한 서민 음식이라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는 그 맛을 보기 위해서는 한 그릇에 1만원씩 하는 고급 식당을 찾아야 하지만, 사실 니우러우면의 본산지 중국에서는 서민들이 간편하게 한 그릇 사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음식 중의 하나인 것이다. 잠시 서울에 들어갔을 당시, 대만식 요리전문점이라며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레스토랑에서 니우러우면 한 그릇의 가격을 보고 심각하게 놀랐던 적이 있다. 현지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평가받는 해당 식당에서 판매되는 국수 한 그릇의 가격과 현지 가격이 적어도 6배 이상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란저우 식당에서 판매되는 니우러우면의 가격은 그 양에 따라 일반 국수는 10위안, 곱빼기는 12위안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중국이라는 광활한 땅은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에게 여행을 하기에도, 공부를 하기에도 그리고 다채로운 맛을 느끼며 살아가기에도 ‘은혜로운 곳’임에 틀림이 없다. 혹, 향후 언제든 중국 곳곳을 여행하게 될 때 ‘란저우 라미엔’ 간판을 마주치게 되거든,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서 한 그릇 든든히 채우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찾아가시는 방법

:베이징 지하철 15호선 리우다코우짠 하차 후 농업대학교(農業大學校) 방향으로 도보 5분
。가격대
:10~20위안(약 1800~3600원)
。먹는 방법
:향채로 불리는 고수 풀향이 강한 야채를 잘게 썰어 올려 먹거나, 매운 국물이 당기는 날에는 ‘라찌아오요우(辣椒油)’로 불리는 고추기름을 한 스푼 둘러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물론 고수 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지만, 필자는 란조우 라면을 제대로 맛보길 원한다면, 고수풀을 반드시 첨가하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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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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