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Highball)의 재발견이라 부를 정도로 정말 다양한 하이볼 레시피가 쏟아져 나왔다. 유리잔에 얼음 넣고 탄산수 넣고 증류주를 넣으면 완성되는 일종의 칵테일인데 여기에 레몬이나 라임 한 조각을 넣어 느낌까지 더하면 간단하지만 맛있는 한 잔이 탄생된다. 클래식한 방법 중 하나는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인 짐 빔(Jim Beam)을 활용하는 것인데 기호에 따라 탄산수, 토닉 워터 또는 우롱차를 넣어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얼 그레이 하이볼이 제일 맛있었는데 얼 그레이 시럽이 들어가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긴 하다. 직접 차를 우리고 설탕에 졸여서 시럽을 만드는 방법도 있고 시판용 홍차 시럽을 사용할 수도 있다. 짐 빔 이외에도 잭 다니엘스(Jack Daniel’s), 산토리 가쿠빈(Suntory Kakubin), 제임슨(Jameson), 조니 워커(Johnnie Walker) 등 사용할 수 있는 위스키는 다양하지만 너무 비싼 위스키는 하이볼에 사용하기에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든다. 좋고 비싼 위스키는 그 자체로 즐기는 걸로! 그럼에도 궁금한 마음에 (얼마나 들어가겠냐마는) 발베니 하이볼을 마셔본 적이 있는데 위알못(위스키를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나는 희석되는 게 어쩐지 아까운 마음. 조금 더 상큼한 맛을 즐기려면 유자청, 딸기청, 레몬청 등을 넣는 방법도 있고 봄베이 사파이어 드라이 진(Bombay Sapphire Dry Gin)이나 호세 쿠에르보(Jose Cuervo)와 같은 데킬라(Tequila)를 넣어 색다른 하이볼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하이볼을 얼마나 만들어 마실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위스키, 탄산수, 토닉 워터, 레몬 등 구입할 게 은근히 있어서 귀찮다는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진작에 한 기업들은 앞다퉈 하이볼 캔을 시장에 내놓았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사 마시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내 손에 들어온 건 짐 빔 하이볼 캔. 익숙한 레이블에 끌려 레몬 맛과 자몽 맛을 구입해 마셔봤는데 이미 방송에도 등장해 유명해진 듯했다. 위스키 맛은 살짝 덜 나지만 과실 향과 탄산이 올라오면서 제법 하이볼 느낌이 들었다.
얼음을 넣어서 조금 연하다고 느낀 것일 수 있고 과실 향과 약간의 단맛에 끌려 계속 마시면 제법 취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 5%를 무시할 순 없지…)
다음으로 고른 것은 코슈(Koshu) 하이볼. 위스키 함량이 20% 가까이 되는 하이볼이라고 해서 사서 마셔봤다. 일단, 단 주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합격이다. 위스키의 존재가 확실히 느껴지면서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게 괜찮았다. 일본에선 토닉 워터가 아니라 플레인 탄산수로 하이볼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게 좀 더 내 취향에 가까운 듯.
솔의 눈 하이볼과 실론티 하이볼까지 나오다니. 소주에 타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조합을 알고는 있었는데 실제로 하이볼 캔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난 솔의 눈을 즐겨 마시지는 않아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으나 희미해진 솔향에 단맛과 알코올이 살짝 더해지면서 나름 괜찮았다. 물론, 단맛 때문에 많이 마시지는 못할 거 같았지만. 실론티 하이볼은 연하게 우린 홍차에 레몬을 넣고 거기에 소주를 부은 맛인데 처음에는 홍차 음료라고 생각했다가 후폭풍으로 몰려오는 소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역시 알코올 7%.
편의점엔 정말 많은 종류의 하이볼 캔이 있다. 너무 많아서 선택 장애가 올 지경인데 냉장고 문 앞에서 서성이는 게 싫어서 편의점 앱을 사용한다. 그런데 매번 매실 하이볼이 품절이라 마셔보진 못했고 (이건 다음 기회에)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외관으로 유혹하는 하이볼 캔들을 물리치고 검은색 하이볼 캔을 선택했다. 쿠시마사 원모어(KUSHIMASA ONEMORE) 하이볼. 유자 소다 하이볼이 맛있더라. 국산 유자 원액에 설탕, 사케 향, 탄산 정도인데 나 단 술 좋아했네. 알코올 도수가 8.5%로 지금까지 마셔본 하이볼 캔 중에 가장 높은 도수를 자랑했지만 술술 넘어가는 게 역시 하이볼은 비율인가. (찾아보니 쿠시마사 원모어 하이볼은 황금 비율(?)로 만들어졌다 한다.)
오, 코냑(Cognac) 하이볼 캔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