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공원에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로 붐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4조 원대를 돌파하더니 이제는 6조 원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 시장이 재빠르게 반응한 것이고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 다시 말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위해 지갑을 여는 일이 많아졌다. 애견 동반 카페는 꽤 쉽게 찾을 수 있고 특히 강아지 전용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도 많아졌다. 나의 반려동물과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
얼마 전 방문한 파스타집은 애견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레스토랑 안에는 얌전한 대형견이 자리 잡고 있고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뒤섞여 있지만 분명한 건 모두 강아지가 있어도 전혀 불편하다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옆 테이블에 있는 강아지와 눈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음식이 나오니 강아지들은 코로 킁킁거리며 관심을 보였지만 곧 자기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차분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다음에도 같이 와야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서버분들의 세심한 배려도 있었고 특별히 말썽을 피우는 강아지들도 없었고 개가 짖어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애견 동반이 가능한 카페는 정말 많아졌다. 집 근처에도 여러 개가 있는데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할 정도다. 강아지를 위한 배변 패드가 준비되어 있거나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폭신한 방석을 주는 곳도 있다. 강아지 전용 간식과 물을 서비스로 제공해 주는 곳도 있으니, 애견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카페나 음식점은 함께 가본 적이 꽤 있지만 애견 동반이 가능한 와인바가 있다는 사실에 궁금해졌다. 하긴 안 될 것도 없다. 견종이나 몸무게 등을 제한하는 곳도 있고 강아지 전용 유모차나 이동 가방에 넣어 입장해야 하는 곳도 있다. 나의 소중한 반려동물과 함께 와인 한잔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느 대형 마트는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과 함께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안내 포스터를 붙여 두었다. 몸무게 제한이 있어 소형견만 입장이 가능하고 머리가 가방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장을 볼 때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강아지로 인해 벌어질 소란을 방지할 수 있고 강아지가 냄새를 맡다가 식재료가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식사하는 푸드코트 등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강아지와 여행 중 장을 볼 때나 분리불안이 있는 강아지를 둔 견주라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애견 동반 캠핑장, 호텔, 쇼핑몰 등 반려인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펫티켓(petiquette, pet과 etiquette의 합성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목줄이나 가슴줄을 사용하고 목줄 길이를 2미터 내로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이 붐비거나 특정 장소 내 규정에 따라 줄을 더 짧게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실내에 들어가기 전에 산책을 통해 배변을 유도하고 강아지가 배변하면 배변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예민한 강아지라면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목줄에 표시하거나 안전하게 가방에 넣어 이동하면 좋다. 강아지가 아무리 귀여워도 타인은 반려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만지지 않아야 한다. 개는 쉽게 놀랄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손길이나 소리에 공격할 수 있다.
나의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아졌나 싶다. 펫티켓을 지키며 서로 배려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