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레이블에는 와인 이름이나 빈티지, 포도 품종, 포도밭 등 같은 정보 이외에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비에유 비뉴(Vieilles Vignes)’라 적힌 경우도 있는데 어떤 의미일까?
올드 바인(Old Vine)이라는 뜻으로 해당 와인을 양조할 때 사용한 포도가 심은 지 오래된 나무에서 수확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일까? 다시 말해 포도나무 수령(나이)이 어느 정도 되어야 이렇게 표기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호주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와 같은) 몇 곳을 제외하고는 비에뉴 비뉴 표기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와인 메이커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25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경우이든 60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경우이든 똑같이 비에유 비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포도나무는 3~25년은 되어야 와인을 양조할 수 있는 포도 생산이 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뿌리가 점점 심토까지 확장해 필요한 영양분이나 수분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양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와인 메이커는 가지치기를 비롯해 어떻게 하면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자신만의 와인 스타일을 완성해간다. 25년 이상이 되면 포도나무와 포도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해가 지날수록 포도 수확량은 줄어들지만, 포도의 아로마는 응축된다.
분명 한 해 포도 생산량은 감소했지만, 포도 한 송이가 지닌 가치는 올라간다. (제대로 관리했다는 전제하에) 포도의 타닌(tannin), 산도(acidity) 그리고 당도(sugar)가 최적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원재료인 포도가 좋으면 와인이 맛있을 가능성은 커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가 토양 깊은 부분까지 뻗어나가 와인에 풍미를 더해준다고 하니 이를 잘 활용하는 와인 메이커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비에유 비뉴 또는 올드 바인에 집중해 와인을 연구하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포도나무 나이가 많을수록 포도 생산량이 적을 것이고, 그러면 최종 산물인 와인 생산량도 많지 않을 것이기에 와인 가격에 대한 와인 메이커의 고민이 깊어진다. 또한, 언제 포도나무를 다시 식재해야 할지에 관한 결정도 내려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에유 비뉴(V.V.)는 뿌리가 깊게 뻗어 있기에 가뭄 등으로 물이 부족하더라도 필요한 만큼 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과실이 일정하게 숙성되는 경향이 있으며,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는 아로마가 잘 집중되어 있기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에유 비뉴’라는 문구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와인 메이커가 포도나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수확한 포도로 적합한 양조방식을 적용해 와인을 만들었는지 등 와인 양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의 조합이다.
’비에뉴 비뉴’가 와인 품질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찾고 있다면 비에유 비뉴 와인을 선택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