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남은 날보다 보낸 날이 더 많은 2023년이 됐다. 졸업이나 결혼, 누리호 3차 발사, 만 나이 등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년 동안 개개인의 일상을 포함한 여러 곳에서는 많은 현상과 변화가 일어났을 거라 본다. 그중에서도 전통주 시장은 어땠을까? 이번에는 2023년 상반기를 지내오면서 발견한 주류 시장의 두 가지 현상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하이볼
첫 번째는 하이볼의 열풍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하이볼이 인기다. 하이볼 전문바도 많이 생겼고, 하이볼 RTD 제품도 많이 출시됐다. 맛있게 &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저도수의 술에 대한 니즈가 이어진 거다. 넓은 의미에서 하이볼은 증류주에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의 일종이다. 숱한 증류주에서 하이볼과 짝꿍을 이룬 술은 위스키였으며, 그 중심엔 산토리 위스키가 있었다. 작년 하이볼 열풍과 동시에 산토리 위스키를 구할 수 없게 된 것만 봐도 하이볼 시장에서의 산토리 위스키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요즘 들어서는 마치 ‘하이볼은 위스키의 전유물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화요의 화요 하이볼과 어메이징 브루어리에서 출시한 안동 하이볼이 있다. 이 둘은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를 사용한 하이볼로, 기존의 하이볼 = 위스키 공식을 깬 것이 특징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가격이다. 화요 하이볼의 가격은 5,500원. 화요 17% 375ml가 1만 원 미만인 것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무척 떨어지는 가격대다. 이 사실은 화요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그런데도 출시한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자면 타깃 확장에 있을 것 같다. 화요와 화요 하이볼 중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도전할 수 있는 건 화요 하이볼이다. 동시에 하이볼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은 증류식 소주를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데, 만약 화요 하이볼의 경험이 좋았다면 화요로 넘어가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화요 하이볼이 비싸긴 해도 화요를 잘 즐기지 않는 혹은 즐기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볼 수 있는 셈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하이볼들을 보면 어떤 위스키를 사용했는지 쉽게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주정을 사용한 제품도 많아서, 소비자가 다음으로 넘어갈 시장이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장을 이끌어가는 공급자들이 한탕 벌고 빠지는 게 좋을지, 하이볼로부터 경험의 스타트를 끊고 더욱 뾰족한 주류 세계로까지 소비자를 끌어가는 게 좋을지, 화요의 사례를 보며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오프라인 행사
두 번째는 오프라인 행사다. 코로나를 피해 점차 활기를 찾고 있는 오프라인 행사들도 상반기에 눈에 띄는 현상들이다. 작년에 오픈런 현상을 일으켰던 원소주는 올해에도 디젤과의 콜라보, 원 투고 출시 등과 함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이어갔다. 수제 맥주 제조 기업인 제주 맥주 또한 광장시장에서 시장 바, 로컬 미식 여행이란 컨셉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3주 동안 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느린마을 막걸리로 유명한 배상면주가 또한 팝업의 성지 성수에서 연구소라는 컨셉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를 만나곤 했다.
과거에는 술 문화를 단순히 소주, 맥주, 회식 정도의 키워드로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편의점, 홈술, 전통주, 위스키, 와인, 동호회(커뮤니티), 박람회 등 셀 수 없는 키워드로 우리의 술 문화를 나타낼 수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 현재로선 쪼개진 취향의 시장 규모가 무척이나 작아 모두가 성장할 수 있겠으나, 언젠가는 결국 어정쩡한 것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프라인 행사는 앞으로도 성행하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최전선으로서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 취향을 제공하기 전에 취향을 알아갈 수 있는 최고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주류 업계에서는 소비자와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올해에는 제로 슈가와 유명인들과의 주류 콜라보, 아사히 생맥주 등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다. 주류에 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만큼 새로운 고객을 이끌어 오기 위한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매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주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참고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