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와이의 알코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파라다이스’라는 점에서 주류 취급 정책은 매우 엄격하게 다뤄지는 민감한 문제다.
알코올 전문 취급 ‘펍(Pub)’에서 조차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단 한 모금도 제공되지 않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내국인은 id 카드, 외국인은 여권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을 경우 함께 온 일행들이 맛난 주류 만찬을 하는 동안 콜라로 외로이 목을 축여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또 하나, 와이키키 해변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고자 하는 소망은 한낮 꿈에 지나지 않는 것도 이곳의 현실이다. 바다를 즐기는 더 많은 수의 여행자 배려를 위해 해변 인근 어디에서도 주류를 소지할 수가 없는 것이 현지 정책이기 때문. 관광객이 주로 몰리는 와이키키(Waikiki) 해변부터 알라모아나(Alamoana) 비치까지 이어지는 해변 입구에는 여지없이 알코올 소지 금지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다.
만일의 경우 알코올 소지자는 최대 99달러의 벌금 또는 구금형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올 초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기내에서 소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았던 여행자 a씨는 곧장 하와이주 법원에 소환돼 구금형에 처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기내에서 소란을 일으켰던 a씨는 만취 상태였는데, 현지 주 법에 따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a씨에게는 구금형 외에도 최대 2억 원이 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뉴스 속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인 하와이에서는 유독 주류에 대한 취급이 매우 엄격하게 다뤄진다.
관광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류 판매 및 유통은 곧장 현지 치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최근 호놀룰루 시 중심에 소재한 다운타운 인근의 주류 전문판매소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허가증 갱신 여부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공고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번 주류 유통 및 판매 분야에 정부가 고삐를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주류 판매 전문점 중 일부에 대해 정부가 허가한 판매허가증 취소 위기에 처한 것.
특히 최근 공개적으로 진행된 호놀룰루 주류위원회 청문회에는 이례적으로 커크 콜드웰 시장이 직접 증인석에 출두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커크 콜드웰(Kirk Caldwell) 호놀룰루 시장은 얼마 전 열린 호놀룰루 주류위원회(Honolulu Liquor Commission)에 출석, 차이나타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리커스토아, 마우나케아 리커 앤 그로서리(Maunakea Liquor & Grocery) 등 일부 주류 판매 전문점의 판매 허가증을 취소해 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문회에 참석한 소식통에 따르면 문제가 된 주류 판매 전문점 중 일부에서 인근에 거주하는 홈리스 등에게 무단으로 술 등을 불법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은 호놀룰루 시에서 가장 치안 문제가 심각한 지역으로,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홈리스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거리 생활을 지속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 같은 불안정한 치안 속에서 이 지역 일부 주류 판매소 측은 기존의 법안대로라면 자정까지만 주류를 판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 실제로는 24시간 내내 주류를 판매함으로써 인근 홈리스들의 만취로 인한 사건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힐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 대륙에서 여행 온 일부 미성년자 여행자들이 이 일대의 주류 판매소를 통해 알코올을 구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이 모든 판매행위는 하와이 주 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이들로 인해 인근 거리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불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문제가 된 주류 판매소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인근 이웃 주민들의 주장이다.
반면 이 같은 의혹과 혐의들에 대해 문제가 된 주류 판매소 소유자들은 “지나치게 불공평한 조치”라는 목소리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향후 문제의 소지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매일 오후 11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가게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이는 기존 오후 12시(자정)까지 주류 판매가 허가된 기준 시간보다 30분 단축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다소 간의 논쟁은 남아있지만, 주류 판매소 측이 인근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노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호놀룰루 주류위원회 측은 주류판매 허가증 취소를 검토하는 한편 허가증 취소 조치가 내려질 경우 논란이 된 주류 판매소 소유자들은 일제히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하와이 오아후 섬의 호놀룰루 시에는 ‘알코올’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8개의 섬에 거주하는 약 150만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주요 경제가 관광업이라는 점에서, 여행자들에게 낭만적인 하와이를 선사하는데 ‘알코올’은 빠질 수 없는 주요한 요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지 치안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 탓에 하와이 8개 섬 어디서나 동일하게 주류를 구매하고 맛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매자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요구된다.
여행자들은 물론, 현지인들이 주로 알코올을 구매하는 곳은 주택가마다 하나둘씩 운영 중인 소규모 주류 판매 전문점과 365일 할인행사를 진행 중인 주류 할인 판매점, 그리고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되는 주류 등이 대표적이다.
여행자들은 주로 대형 마트 또는 편의점 등을 통해 6개 묶음 세트를 구매해 호텔에서 만찬을 즐기고, 현지인들 역시 마트 또는 집 인근에 소재한 주류 전문 판매소에서 원하는 알코올을 구매해 즐기는 식이다. 그마저도 주류 구매 시에는 마트마다 따로 마련된 주류 취급 섹션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경하고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만약의 도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항시 주류 섹션 인근에는 제법 덩치가 큰 보디가드가 대기하고 있는 곳도 상당하다. 또 계산 시 주류 섹션마다 작은 부스 형식으로 마련된 계산대에서 따로 계산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행자이면서 올해로 두 해째 하와이 섬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필자의 경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알코올을 즐긴다.
필자의 경우에는 주로 할인이 진행 중인 저렴한 맥주와 와인을 대형 마트에서 구매해 차가운 얼음과 함께 즐기거나, 발렌타인데이, 생일, 휴가 기간 등에는 제법 가격이 나갈 법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좋은 한 잔을 맛보길 좋아한다.
안전한 주류 구매 방식과 구매한 제품을 즐기는 것은 여행자나 현지인 두 쪽 모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다만 관광업이 주요 지역 산업 기반인 하와이에서 알코올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의 대두는 여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역 풍토상 점점 알코올 구매와 취급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두 해 동안의 섬 생활 동안 배운 것은 알코올이 사람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술을 욕되게 한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단 하나, 명쾌한 깨달음이 있었다면, 바로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그것 본연의 유쾌함과 인생의 낙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알코올의 위대한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