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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기행 1편 _ 포도밭의 역사가 숨 쉬는 곳, 부르고뉴

프랑스 와인기행 1편 _ 포도밭의 역사가 숨 쉬는 곳, 부르고뉴

양정아 2018년 10월 4일

설렘 가득한 부르고뉴의 포도밭으로 떠나는 길 / 사진 제공: 양정아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매년 우리나라 인구에 버금가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도시, ‘파리’. 1950년 헤밍웨이가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파리는 헤밍웨이 같은 유명 작가뿐 아니라, 샤갈, 피카소, 드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고 머물렀던 아지트였다. 파리라는 도시가 사랑받는 이유는, 도시 자체가 주는 매력과 낭만적인 분위기도 한몫하겠지만 수많은 영화와 소설, 그리고 명화의 배경이 되었던 파리를 직접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와인 라벨에서만 보던 포도밭에 가서 부르고뉴의 떼루아를 느껴보자 / 사진 제공: 양정아

어느 지역의 어떤 와이너리를 방문할지 결정하는 일도,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처음 프랑스 포도밭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건 우연히 발견한 예쁜 라벨의 와인 맛에 감동했고, 몇 번을 다시 마셔도 언제나 감동적인 그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가 누군지 직접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내가 가고 싶은 와이너리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와인 패키지 투어를 신청하지 않고 지도를 보며 포도밭을 가로질러 직접 찾아 나섰다. 여행을 떠나기 전, 와인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개인이 부르고뉴를 방문하면 쉽게 허락하지 않는 도멘이 많을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불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듯, 떠나기 전 들었던 이야기와 떠난 후 내 앞에 펼쳐진 상황은 달랐다. 와인 한 병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프랑스 포도밭 여행 그 첫 번째, 부르고뉴 와이너리로 떠나보자.

포도밭의 역사가 숨 쉬는 곳, 부르고뉴(Bourgogne)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와 같이 강한 포도들의 도움 없이, 오로지 다루기 까다롭고 연약한 피노 누아 하나로 세계 최고의 와인들이 만들어지는 곳. 바로 부르고뉴이다. 부르고뉴 와이너리의 여행 특징을 장르로 정의한다면 ‘다큐멘터리’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부르고뉴에서는 3대, 4대, 100년을 넘게 이어온 전통 있는 도멘을 방문해 밭 단위로 비교해가며 와인을 시음할 수 있고, 생산자들의 와인에 대한 양조 철학과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부르고뉴를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는 미국 피노 누아에 비해 산도가 살아있고 뉴질랜드 피노 누아 보다는 섬세함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는데, 부르고뉴에서 마신 피노 누아는 한가지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몇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밭에서 나는 피노 누아라고 해도 와인을 누가 만드냐에 따라 그 차이는 확연했다.

프랑스의 고속철도 떼제베(TGV)를 타고 본(Beaune)으로 와서 렌트한 차를 타고 다시 본 로마네(Vosne-Romanee) 마을로 향했다. 나를 와인을 좋아하던 단계에서 와인 없인 살 수 없는 단계로 업그레이드시킨 장본인, 안느 그로(Anne Gros)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안느 그로는 부르고뉴에서 떠오르는 여성 와인 생산자이다. 그로(Gros) 가문에서 프랑수아 그로(Francois Gros)의 외동딸인 안느는 1988년 아버지로부터 도멘을 물려받아 Domaine Anne and Francois Gros 운영하기 시작했고 1995년, Domaine Anne Gros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와인을 완성했다.

도멘 안느그로의 첫 번째 라벨 1995 와 2001년부터 변경된 현재의 안느그로 라벨 / 사진 제공: 양정아

안느 그로의 집은 와인을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RC)의 옆에 위치해 있다. 도멘 안느 그로 홈페이지에서 그룹당 100유로의 포도밭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3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Richebourg, Echezeaux, Clos Vougeot)을 직접 걸어 다니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포도밭 워킹 투어가 끝나면 시음이 시작된다. 본 로마네에 자리를 잡은 안느 그로 와이너리에서는 그녀의 부르고뉴 와인들뿐 아니라 남편 장 폴 톨로(Jean paul Tollot)와 함께 랑그독(Languedoc)의 미네르부아(Minervois) 지역에서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생소(Cinsaut) 등으로 만든 와인들을 함께 시음할 수 있다.

훌륭한 와인을 만든 생산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 사진 제공: 양정아

사춘기 시절 동경하던 연예인을 처음 만났을 때 기분이랄까. 투어가 끝나고 사진에서만 보던 안느 그로를 기다리는 시간 두근거리던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가 7월이었기에 안느그로는 한참 동안 포도밭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스타 생산자이니만큼 도도할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7월에 만난 안느그로는 포도 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대로 등은 굽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지닌,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같은 모습이었다. 도멘에서 직접 구매한 2001년 빈티지의 안느 그로 리쉬브르에 그녀가 메시지를 적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홈페이지: www.anne-gros.com/

*예약메일: domaine-annegros@orange.fr

 

“별 아래 있으면 우리는 모두 스타야”

부르고뉴에서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놀라웠다. 우연히 알게 된 포도밭에서 일하는 프랑스인의 도움으로 와인 생산자 알랑 부르게(Domaine Alain Burgeuet)의 아들 Jean Luc의 집에 초대받았다. 주브레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의 포도밭 한 가운데 위치한 그의 집 테라스에서 그가 직접 준비해 준 바베큐와 와인을 마셨다. 생김새도 성격도 마초 그 자체였던 장뤽이 만든 와인은 그를 닮아 피노 누아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느껴졌다.

별이 쏟아 질 것 같은 밤하늘 아래 오후 6시 반이 넘어 샴페인과 함께 파티가 시작됐다. “별 아래 있으면 우리는 스타”라며 철학적인 말을 계속 내뱉는 마초남 장뤽의 입담과 조금 취한 친구들의 악기연주와 댄스 공연들이 이어져 파티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났다. 여름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나를 위해 코알라만 먹는 줄 알았던 유칼립투스 100%로 만든 사탕과 유기농 티를 내어준 장뤽의 아내 마리안느. 좋은 와인은 곧 약이라며 자신이 만든 본 로마네 프리미에 크뤼를 내준 장뤽의 호의 덕에 프랑스 부르고뉴의 포도밭 라이프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부르고뉴 포도밭에서의 행복했던 시간 / 사진 제공: 양정아

부르고뉴에서 가고 싶은 와이너리가 있다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거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로 호텔 프런트 데스크나 숙소의 주인에게 프랑어로 예약을 부탁하면 조금 더 빠른 예약이 가능하다. 보통은 30유로 정도의 와인을 한 병 구매하면 5~7종류의 와인 시음은 무료이다. 몇몇 와이너리의 경우 예약 없이 방문해도 와인 시음 및 투어가 가능하다.

 

추천 와인 바 Le Bist’roch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프리에르 로크 (Domaine du Prieure Roch)에서 운영하는 자연주의 와인바가 있다. 본의 시내에서 차를 타고 15분~20분정도 가면 나오는 Le Bist’roch는 프리에르 로크 의 와인뿐 아니라 다양한 내추럴 와인들을 맛볼 수 있다. 10유로면 바구니가 넘치도록 담아주는 살라미와 바게트는 와인 한 병과 함께하기에 안성맞춤.

테이블보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두근. 코스터를 판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사진 제공: 양정아

*주소: 22 rue du General de Gaulle Nuits-Saint-Georges

*전화번호: +33 3 80 62 00 08

 

부르고뉴의 본(Beaune) 지역 airbnb

본의 노트르담 성당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집은 와인 만화책으로 유명한 신의 물방울 프랑스어 번역본과 함께 와인 향을 감지하기 위한 테스트 용도로 쓰이는 아로마 키트도 갖춰져 있다. 친구들이 모두 포도밭에서 일하고 있어 생년 빈티지 와인처럼 특별한 와인을 구하고 싶다면 이 가족에게 문의하면 도움을 준다.

*예약: https://www.airbnb.co.kr/rooms/12329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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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로맨스를 꿈꾸고 뉴욕의 화려함을 동경하는 현실적 낭만주의자 #퐁당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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