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스 카카비아토스가 2020년에 등급 체계로 돌아가기로 한 계획을 살펴보고 왜 보르도에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지 알아본다.
10년 넘게 보르도의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순위 없이 그대로였다.
이 범주를 세 개의 품질 등급으로 나누고자 했던 마지막 시도 – 지난 2003년 – 는 4년 만에 끝났다.
그런데 올해 초 프랑스 당국에서 새로운 크뤼 부르주아 뒤 메독 분류 체계를 위한 구체적인 사양과 인증 절차를 승인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부 와인상들은 강력한 브랜드 명이 공식적인 프랑스 명칭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고객이 크뤼 부르주아나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을 달라고 요청했던 기억은 단 한 차례도 – 나의 영업사원 스무 명도 –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브랜드와 가격이지요.” 영국 와인상 베리 브러더스 앤 러드의 사이먼 스테이플스의 말이다.
등급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오늘날 250가지에 달하는 와인들 – 모두가 차별화되지 않은 크뤼 부르주아 와인들로 메독, 오 메독, 리스트락, 물리, 마고, 포이약, 생쥘리앙, 생테스테프, 총 여덟 곳의 아펠라시옹에서 나온다 – 에 실용적인 판매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크뤼 부르주아”라는 용어는 높은 품질과 좋은 가성비를 제공하는 와인들을 뜻하기 위해 보르도에서 수 세기에 걸쳐 사용되었다. “유명한 아펠라시옹을 대표하긴 하지만 크뤼 부르주아는 단순히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훌륭한 빈티지에도 말이죠.” 메독 크뤼 부르주아 연합 디렉터 프레데리크 드 라모트의 말이다.
그녀는 2010년부터 크뤼 부르주아라는 라벨이 “엄격한 연간 품질 관리 절차”를 반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연합에는 메독 내 모든 와인 생산자의 4분의 1 정도가 가입되어 있다. 포도밭 면적은 5,500ha 정도다. 모든 메독 에스테이트는 심사에 참여할 수 있고, 심사 – 신청자마다 회계감사와 함께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매년 생산품 평가 – 는 수확 후 2년 뒤에 실시된다. 그러니 예를 들어 2014 빈티지는 2016년에, 2015 빈티지는 2017년에 심사를 받았다.
이미지 문제
그런데 크뤼 부르주아의 이미지는 얼마나 명확한가? “크뤼 부르주아를 떠올리면 소시안도-말레(Sociando-Mallet), 푸조(Poujeaux), 오름 드 페즈(Ormes de Pez), 시랑(Siran), 샤스-스플린(Chasse-Spleen), 펠랑 세귀르(Phelan Segur) 같은 브랜드들이 생각납니다.” 워싱턴 DC의 와인 수입상 맥아서의 마크 웨셀스의 말이다.
그런데 그가 언급한 와인 중 단 하나도 오늘날 크뤼 부르주아에 속해 있지 않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웨셀스가 말을 이었다. 그는 현재 공식 크뤼 부르주아 와인 중 최대 25퍼센트만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샤스 스플린을 포함해 웨셀스가 언급한 일부 에스테이트들은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 크뤼 부르주아 수페리외르, 크뤼 부르주아라는 범주가 처음 프랑스 상공회의소에 등록되었던 1932년부터 “최상급” 크뤼 부르주아로 간주되었다. 공식 분류가 아님에도 1932년 명단은 70년 넘게 참고서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중 공식 등급이 인정을 받은 것은 2003년이나 되어서였고, 이때 490곳의 후보 중 총 247곳이 등록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4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명단에서 빠진 에스테이트들이 결정 과정을 놓고 이의를 제기해 그것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법원에서 심사 과정의 부당성을 인정했다. 그렇게 하여 2007년에는 ‘크뤼 부르주아’라는 용어 자체가 금지됐다.
2009년 프랑스 당국이 그 용어의 사용을 다시 허용한 뒤 순위가 빠진 크뤼 부르주아를 홍보하기 위해 연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중 여덟 개 샤토(드 페즈, 오름 드 페즈, 샤스 스플린, 푸조, 시랑, 오-마르부제, 포탕삭, 지금은 존재하지 않고 후에 샤토 라베고르스에 합병된 라베고르스 제데)를 상위에 둔 2003년 등급의 그늘이 아직도 남았다.
1등급 샤토들이 1855년의 등급 샤토들에 빛을 내주듯 이 샤토들이 크뤼 부르주아의 동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엇갈린 시각
첫 번째 등급 분류 시도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전 ‘엑셉시오넬’ 샤토들 대부분은 두 번째 시도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샤스 스플린과 펠랑 세귀르는 이 기사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와인의 평가를 받는 것도 거부했다.
이 기사를 위한 테이스팅에 참여한 전 엑셉시오넬 샤토들 중에서도 오직 한 곳 – 샤토 드 페즈 – 만이 이 기사 작성 시점에서 두 번째 등급 분류에 신청서를 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이 되기 위해 다시 한번 신청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곳의 CEO이자 와인메이커 니콜라 글루미노가 말했다.
다른 샤토들은 새로운 등급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으나 이 기사에 인용되는 것은 반겼다.
샤토 푸조의 디렉터 크리스토프 라벤은 2007년의 안타까운 경험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크뤼 부르주아라는 개념을 “흐려 놓았다”고 믿는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푸조가 크뤼 부르주아와 별개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해냈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이 에스테이트는 새로운 등급 분류 과정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샤토 시랑의 에두아르 미아일은 당시에는 해당 샤토가 엑셉시오넬로 분류된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다르다. “우리 샤토는 1855 등급 분류가 개정된다면 마고 아펠라시옹의 크뤼 이미지로 더 큰 이득을 볼 겁니다.”
전 「워싱턴 포스트」 와인 칼럼니스트로서 현재 워싱턴 DC에서 와인 수입상 캘버트 우들리의 와인 교육 디렉터를 맡고 있는 벤 길리버티도 이와 생각을 같이한다.
“30년 전이라면 소시안도 말레, 푸조, 오름 드 페즈, 시랑, 샤스-스플린, 펠랑 세귀르, 오 마르부제, 드 페즈를 크뤼 부르주아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곳들이 그 수준에서도 위에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은 그곳들을 사실상의 5등급 와인으로 여깁니다. 해당 아펠라시옹 중에서도 최고의 밭에서 자라 등급 와인의 수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그의 말이다.
샤토 포탕삭의 디렉터 피에르 그라푸이는 해당 에스테이트가 새로운 등급 분류에 참여를 “고려할 수도 있으나” 그것도 엑셉시오넬이 소수의 에스테이트에만 한정될 경우에 한해서라고 말했다. “최고 와인의 수가 25개나 된다면 우리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의 말이다. 또한 그는 에스테이트의 로비와 와인 관광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평가하는 일부 기준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것이 “와인의 품질과 관련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절차
드 라모트의 말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후보들이 엑셉시오넬로 선정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 밀려들어올 소송이 두렵지는 않을까? “등급을 조직하는 데 있어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쓸 것입니다. 후보자들과 관련이 없는 유명 와인 전문가들을 찾을 예정이에요.”
등급 분류를 5년에 한 번씩 수정할 것이라는 점도 새롭다. “어느 샤토든 순위에 불만이 있거나 아예 분류가 되지 않은 경우라면 첫 번째 분류에 반대하기보다는 두 번째 분류(2025년에 발표 예정)에 참여하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드 라모트의 말이다.
현재 회원들은 전 엑셉시오넬의 귀환을 반길 것이다. “크뤼 부르주아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리스트락의 샤토 퐁로와 레스타주의 로익 샹프로가 말했다. 그는 엄격한 신청 절차와 선정 기준, 그리고 독립적인 테이스팅 심사위원이 사람들에게 확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크뤼 부르주아 등급 후보 신청은 2018년 3월에 시작되었고 기한은 9월 30일까지다. 수페리외르나 엑셉시오넬 등급에 신청하는 샤토들은 2019년 2월까지 50쪽에 달하는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것은 독립적인 심사위원이 검토한다. 그 신청서에는 포도 재배 방식과 양조 방법은 물론 홍보, 유통, 손님 맞이 시설 등도 포함된다.
신청서상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예고 없이 정기 점검이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한창 채용 중인 독립적인 와인 전문가 심사위원들은 엑셉시오넬 수준에서 서류가 통과된 후보 샤토들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다.
드 라 모트의 말에 따르면 인증 조직의 감시를 받는 심사위원과 테이스터들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후에 들려올 수 있는 잡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용적인 목적
일부는 기존의 엑셉시오넬이 없는 경우 새로운 순위가 더 이치에 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덜 알려진 크뤼 부르주아들이 최고 등급으로 뽑히면 더 흥미로울 겁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레스토랑이 미슐랭 별을 받을 때처럼요. 그러면 와인 수집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확신이 생길 겁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보르도 와인 수입상 마이클 그림의 말이다.
“펠랑 세귀르, 메네이, 라베고르스가 크뤼 부르주아라는 이유로 그것을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비평가와 소비자들이 그런 샤토들을 5등급이나 4등급 샤토로 인식한다면 크뤼 부르주아라는 용어는 그 샤토들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의 말이다.
스트라스부르의 비노 스트라다 소유주 스테판 모르도 동의한다. “유명한 브랜드들을 크뤼 부르주아로 소개해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등급 분류는 오늘날 많은 크뤼 부르주아 가운데서 몇 가지를 차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와인 교육가이자 심사위원, 케세이 퍼시픽 홍콩 인터내셔널 와인 앤드 스피리트 컴퍼티션의 창립자 데브라 마이버그 MW에 의하면 이러한 논리는 프랑스 등급을 발음하기 힘들어하는 시장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단서로 판단되는 시장입니다. 상, 등급, 점수 같은 것들은 당연히 중요하지요.” 홍콩에서 마이버그가 힘주어 말한다. 그녀는 또한 크뤼 부르주아 연합이 아시아에서 “품질 명칭”을 계속해서 홍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는 의사소통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등급 분류에 대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홍콩에서 가장 큰 보르도 수입상인데 전 이 소식을 모르고 있었어요.” 홍콩 왓슨스 와인의 제너럴 매니저 제레미 스톡먼의 말이다.
순위가 어떻게 정해지든 이 기사를 쓰기 위한 테이스팅에는 2003년에 수페리외르로 선정된 곳들과 대부분의 엑셉시오넬 와인이 포함되어 있다. 2003년 등급에서 제외되었지만 소시안도 말레도 포함되었다.
와인은 모두 2015 빈티지인데 일반적으로 남부 메독 와인이 북부보다 선호된다. 따라서 오름 드 페즈(2003년에 엑셉시오넬)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고 파베이 드 루즈(2003년에 수페리외르)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양조와 재배 능력뿐 아니라 빈티지 특성과도 큰 연관이 있다.
테이스팅 결과는 보르도에서 새삼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켰다.
크뤼 부르주아 연대표
1740년: 중세부터 알려져 있긴 했으나 메독 크뤼 부르주아의 명단과 가격이 처음으로 문서화되다.
1858년: 248개의 크뤼 부르주아가 34개 부르주아 수페리외르, 64개 봉 부르주아, 150개 부르주아 오디네르로 분류되다.
1932년: 보르도 와인 중개상들이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444개 크뤼 부르주아를 지정하고 1966년과 1978년에 내부 개정이 이루어지다.
2000년: 농림부장관 지시로 크뤼 부르주아를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 크뤼 부르주아 수페리외르, 크뤼 부르주아, 세 범주로 나누다.
2003년: 최초의 공식 크뤼 부르주아 뒤 메독에 총 490개 후보 중 247개 샤토가 등록되다.
2007년: 보르도 항소법원에서 2003년 등급 분류를 무효화 하다.
2009년: 순위는 없는 질적 선정 절차가 허용되다. 크뤼 부르주아 뒤 메독 오피시알 셀렉시옹이 2010년 9월부터 매년 발표되다.
2018년: 프랑스 당국에서 새로운 등급이 2020년 초에 발표되고 20205년에 다시 개정될 것을 승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