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는 차례상부터 명절 음식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추석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작년에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에서 공개한 추석의 연관 검색어들의 검색량을 보면 ‘추석 선물’이 17만 3,700건으로 검색량이 가장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뒤로는 기차표 예매, 추석 연휴, 추석 재난지원금, 추석 차례상 등이 차지했다.
추석 선물을 떠올렸을 때의 기분은 정답이 없는 수많은 것들에서의 선택이기 때문에 고민에 가까울 것이다. 건강식품, 고기, 생필품, 과일 등 추석에 선물하기 좋은 큰 카테고리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선물이라는 게 아무래도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보니 이 정도의 정보로는 선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소고기 모둠 세트나 과일 종합 세트를 고르자니, 그 앞에서조차 선물 세트 1호가 좋을지 2호가 좋을지 망설이게 된다.
진정 보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추석 선물에는 건강식품이나 고기, 생필품, 과일밖에 없는 걸까?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정말 모둠 세트뿐인 걸까?
[추석 선물의 다크호스: 전통주]
전통주 큐레이터로서 한 가지 대안을 공유하자면, 역시 전통주 큐레이터답게 ‘전통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들어 추석 선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통주다. 실제로 전통주 업계에서 명절은 큰 대목에 해당하며 설날보다도 추석에 더욱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왜 명절선물로 ‘전통주’가 주목받는 것일까?
1) 한국적인 미
한복이나 한식, 한과처럼 명절에는 아무래도 한국적인 요소를 찾기 마련이다. 온갖 선물 꾸러미를 모두 다 보자기로 감싸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통주는 이름 석 자에서부터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이 이름만으로 추석 선물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은 아니다. 모든 전통주가 추석에 다 잘 나가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선물은 자고로 시각적으로 먼저 매혹할 수 있는 것들로 선택해야 한다. 그만큼 비주얼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로 예쁜 도자기에 담겨 한국적인 미를 내뿜는 전통주를 많이 찾게 된다고 볼 수 있다.
2) 좋은 접근성
너무나 선물하기 좋은 상품일지라도 방식 측면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다면 결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전통주는 문제없다.
2017년 이후부터는 전자상거래가 허용됨에 따라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과 같은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돼서 전통주를 찾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3) 많은 활용성
꼭 선물용으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결국엔 준비하게 되는 게 바로 술이다. 술을 좋아하는 집안이라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척들이 반가워 반주라도 한 잔 들 테니 말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문제없다. 우리는 명절에 조상님에게 차례상을 올리기도 하며, 그 차례상 위엔 술이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명절선물로 전통주를 구매해야 할 명분이 충분히 확보되었다면, 지금부터는 용도에 맞춰 술을 고르기 좋은 조건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여기서부터는 나에게, 우리 식구에게 선물을 주는 것까지 포함하여 넓게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
1) 선물
선물용 전통주를 고를 땐 쉽게 볼 수 없는 유리병과 포장 박스를 사용하여 고급스러움을 나타냈거나, 도자기 병에 담겨있는 술들을 추천한다. 선물을 고를 때에는 ‘정성’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마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2) 음식 페어링
음식을 먹으며 한 잔씩 마시길 좋아하는 분이라면 도수가 좀 있는 증류주나 산미가 있는 술들을 추천한다. 대체로 명절 음식은 기름지기 마련인데, 기름진 맛으로부터 오는 느끼함을 높은 도수나 산미가 말끔하게 씻어주기 때문이다. 만약 배가 쉽게 불러 명절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면 막걸리보단 증류주 혹은 약주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3) 차례주
차례주로는 주로 도수가 낮은 막걸리나 약주와 같은 발효주를 사용하는 편이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엔 온 가족이 음복으로 마시기 때문에 구성원을 고려하여 용량을 선택하면 좋다. 또한, 음복의 의미를 담아 ‘응원, 위로, 발전, 바램’ 등 삶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명의 술이라면 더욱 의미가 깊어질 수 있다.
4) 언제든
마을 사람을 맞이할 때든, 고스톱을 칠 때든, 식사할 때든. 언제든지 술이 필요한 집안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전통주는 가격이 어느 정도는 나가는 편이기에, 그런 집안에서는 희석식 소주를 준비하는 게 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통주를 한번 경험하고 싶다면 전통주 중에서도 가성비 좋은 술들이 있으므로 이들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명절에는 전통주도 함께하여 더욱 풍요로운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