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제퍼드가 이 두 가지가 진정 양립할 수 없는지 묻는다.
RAW(2018년 런던 행사는 올해 3월에 치러졌고 베를린 행사는 이번 주말에 있을 예정이다)와 리얼 와인 페어(Real Wine Fair, 2018년에는 쉬지만, 내년에 다시 돌아온다)는 다들 가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적 시대정신을 갖춘 와인 드링커들이 다음으로 가보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 런던의 마인드풀니스 드링킹 페스티벌(Mindfulness Drinking Festival)은 어떨까. 작년에 두 차례 행사가 있었고 올해는 7월 28일 런던의 스피탈필즈 마켓에서 열릴 예정이다.
클럽 소다에서 운영하는 이 “마음챙김 음주 운동”과 축제에는 무알코올 음료가 등장한다. 실제로 클럽 소다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그들의 주된 목표는 젊은이들이 음주를 줄이거나 아예 금주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음챙김 음주는 8주짜리 온라인 강좌로서 음주량을 줄이고 싶어 하든, 잠시 멈추고 싶어 하든, 아예 술을 끊는 것이든, 당신의 음주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습니다. 많은 클럽 소다 회원들이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금주하고 있습니다.” 창립자의 말을 빌리면 이 축제의 목표는 ‘술을 마시지 않아 남들과 못 어울리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을 막는다는 건 칭찬할 만한 목표고, 당연히 누구도 원치 않을 때에는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선 안 된다. 나는 와인으로 가득 찬 날들뿐 아니라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날들도 즐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에서 마음챙김은 어디에 있는가? 마음챙김이라고 해서 반드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도 마음을 챙길 수는 없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마음챙김이란 대체 무엇인가?
삶의 전략이자 자기 계발의 기법으로서 마음챙김은 1970년대 발 매사추세츠 의학대학교에서 존 카밧-진 교수의 마음챙김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스 해소(MBSR) 프로그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고안된, 종교와 상관없는 과학 기반의 프로그램이었다. 중심에는 명상이 자리하고 있다. 카밧-진은 불교 스승들과 함께 명상을 연구한 사람이다.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려면 불교라는 학문과 가르침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일단 번역의 문제가 생긴다. 본래 팔리 말인 ‘사티(sati)’와 산스크리트어 ‘스므르티(smrti)’는 ‘주의력’, ‘인식’, ‘기억’, ‘유지’ 같은 다른 뜻들도 가지고 있다. 불교도들은 ‘올바른 마음챙김’이 8정도의 한 요소임을 알고 있다. 육체적 애착의 제거, 번뇌의 근원에 자리한 감정의 받아들임, 생각 자체가 비영구적이며 모든 현상들이 실체가 없음을 이해함을 바탕으로 한 정제적 사고 말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는 이것 말고도 ‘오계’를 따라야 하는데 이 중에는 ‘취하게 하는 것을 섭취하지 않는다’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불교 신자가 다 금주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티베트 불교 전통의 스승 중 한 명인 쵸걈 트룽파(1939-1987)는 승려 출신으로 과도한 음주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번역과 가르침은 여전히 존경받고 있다. 누가 보아도 술에 취한 채로 가르침을 내렸을 때조차 말이다. “트룽파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제단 가장자리에 앉아 발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수정처럼 맑게 이야기를 전달했고, 몇몇 사람들은 매우 훌륭한 이야기라고 여겼다. 다르마에 대해서뿐 아니라 그 자체가 다르마라고 말이다.” 그의 제자 중 한 명이 한 말이다. 한편 MBSR은 알코올 중독처럼 약물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데 주로 거론되지만, 그 자체로 약물 자제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1974년 처음 초월 명상을 배운 후 가끔 명상을 해왔는데, 명상 자체가 알코올을 조금이라도 섭취하기 전에 가장 잘 된다는 사실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사실 마음챙김이라는 것과 와인 테이스팅 사이에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원한다면 누구든 마음을 챙기는 와인 테이스터가 될 수 있다. 가장 섬세하고 보람 있는 와인 테이스팅 자체는 탁월한 ‘마음 챙김’ 활동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마음챙김의 중요한 주제 – 핵심 주제라고도 할 수 있다 – 는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추측에 불과하므로 현재야말로 유일하게 진정한 존재의 형태다. 하지만 우리 삶의 복잡함으로 인해 손에 넣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이기도 하다. 실패와 과거의 후회, 미래의 총체적인 불확실성과의 얽힘은 우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다. 단 하나의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공허한 과거와 미래로부터 벗어나 현재로 끌어들이는 한 가지 방법이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감각적으로나 지적으로 주의를 모두 와인 한 잔에 집중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이때 와인은 우리의 의식을 불러와 빛을 밝히는 촛불이다.
2. 마음챙김을 처음 배울 때에는 명상이 다른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반드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MBSR 프로그램에서 카밧-진이 처음으로 하는 것 중에 ‘건포도 명상’이라는 것이 있다. 건포도 한 알을 가져다가 마치 그것을 처음 보는 것인 양 뚫어져라 쳐다본다. 색깔과 질감을 관찰하고, 귓가에서 굴려보며 귀를 기울이고, 냄새를 맡고, 천천히 꼭꼭 씹어보고, 삼킨 다음 그것이 식도를 따라 내려가 위장으로 향하는 것을 느껴본다. 마음챙김 먹기, 이 또한 명상의 경험이다. 이러한 집중이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와인을 마시는 사람과 와인 테이스터를 나누는 기준이다.
3. 마음챙김에서는 반응하기보다 행동하기, 현재를 비판 없이 인식하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 역시 최고의 와인 테이스팅의 공식이나 다름없다. 자기 앞에 놓인 와인 잔 속의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잔 밖으로 흘러나오는 와인의 모든 접근에 개방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나쁜 와인 테이스팅(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와인을 대하는 것, 와인의 개성을 문제나 실패로 재빨리 치부해버리는 것 등을 말한다. 비판적인 항복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와인과의 적극적인(반응적인 것이 아니라) 교류 이후 그것을 속속들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4.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 이점 중 하나가 바로 부정적이거나 강한 감정의 해소다. (불교 신자들은 강한 감정은 모두 정신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하는 독이라고 믿는다) 와인 속 알코올이 이 점에서는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알코올의 효과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좋은 와인 혹은 고급 와인의 알코올은 와인이 전달하는 고유의 느낌과 잘 어우러져 있어 세상이나 자연을 향한 일종의 보편적 연민을 발생시키고, 그것은 다시 부정적이거나 강함 감정을 일으키는 사소한 걱정들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면 와인은 이런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다.
5. 마음챙김의 또 다른 이점은 그것이 자아 인식을 가져오고 스스로에게 관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고 낮은 자존감이나 지나치게 과한 자기비판을 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이점을 와인 테이스팅과 연관 짓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와인은 적당히 마실 경우 불쾌한 태도를 확실히 줄여주고, 와인을 테이스팅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문화적으로 어디에 동조하는지 조금 더 깨닫게 된다.
6. 마지막으로 마음챙김은 삶의 가장 소박한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즐김으로써 기쁨을 일깨워주고 현재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평온과 정신의 명료함을 가져다준다. 물론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면 평온과 정신의 명료함이 사라지겠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와인을 주의를 기울여 테이스팅하고 적당히 마시면 평온함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물론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된다. 핵심은 적당한 양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와인 테이스터는 이러한 활동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잘 안다. 게다가 와인 테이스터의 ‘올바른 마음챙김’이 있다면 복합적인 와인뿐 아니라 단순한 와인을 맛보는 데에서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