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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 사시카이아(Sassicaia)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 사시카이아(Sassicaia)

Decanter Column 2015년 12월 21일

앤드루 제퍼드가 런던의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사시카이아와의 특별한 저녁 식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슈퍼투스칸 포도원의 2012, 2014, 1998년 빈티지를 비롯해 그곳에서 맛본 와인들의 테이스팅 결과를 소개한다.

테누타 산 귀도(San Guido) (사이카이아) 포도원 / 사진 제공: 테누타 산 귀도 사시카이아

테누타 산 귀도(San Guido) (사이카이아) 포도원 / 사진 제공: 테누타 산 귀도 사시카이아

사시카이아와 함께 한 저녁 식사

이런 경험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와인을 생산해온 유럽에서 겪어선 안 되는 것이다. 지금 내 머릿속을 채운 것은 지난 20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 뉴질랜드 말버러 지역에서 벌어졌던 일들이다.
포도라고는 재배해보지 않은 처녀 지역에 실험 삼아 소비뇽 블랑을 길러보았더니, 짜잔! 발군의 새로운 인기 품종의 세계적 표준이라 부를 수 있는 와인이 탄생했다. 쇼비농 블랑에 이어 피노 누아를 재배해 보았더니 뉴질랜드 남섬의 말버러라는 조그만 지역이 남반구에서 가장 훌륭한 테루아를 갖춘 곳 중 하나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신대륙’의 포도원 개척자라면 누구나 탐낸 법한 잭팟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당연히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단, 예외는 있다. 지난 세기 중반 이후 이탈리아에서 그러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에몬테의 마리오라는 이름의 귀족(인치사 델라 로케타Incisa della Rocchetta)과 클라리스라는 이름의 토스카나 지역 귀족(델라 게라르데스카della Gherardesca)이 결혼한 것이다. 그녀는 마침 마렘마라는 지역에 수천 헥타르의 토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토스카나의 이 해안 지대는 프랑스의 카마르그 지역과 비슷하게 가축 방목과 모기, 말라리아로 유명했다.
그리고 메독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때 황량한 습지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디치부터 무솔리니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의 통치자들이 주도한 배수 작업을 통해 이곳의 자갈땅이 점차 작물을 기르는 데 적합하게 바뀌었다. 마리오는 보르도의 고급 레드와인을 좋아했기에, 아내와 함께 포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버려진 농장(테누타 산 귀도)에 정착한 뒤 카베르네 포도나무를 몇 그루 심어보기로 했다. 그것이 1941년의 일이다. 그 이후 1948년부터 1967년까지 약 20년 간 생산된 와인은 그들 집안에서만 소비할 정도로 적었지만 클라렛을 좋아하던 마리오의 입맛과 수준에는 꽤 잘 맞았다. 그리고 숙성을 시켜도 상당히 좋은 맛이 났다.
이것이 사시카이아(“돌투성이 땅”)에 대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마리오의 손녀 프리실라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그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괴짜에 다방면에 걸쳐 취미가 다양했고 동시에 심지가 아주 굳었죠.” 안티노리라는 이름의 사촌이 관심을 보이며 약간의 조언을 제공했고, 마리오의 아들 니콜로가 1968년 빈티지부터 이 와인을 시장에 선보인 이후, 1970년대 비 보르도 카베르네 소비뇽을 대상으로 한 디캔텅의 와인 테이스팅 대화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이 브랜드는 볼게리라는 지역을 세계무대에 당당히 소개했고(오늘날 1,000헥타르의 땅에서 50명의 생산자가 보르도 품종과 블렌딩 방식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대 이탈리아의 상징적 고급 와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초기에는 비노 다 타볼라 슈퍼투스칸이라 불렸지만, 1994년 볼게리의 DOC가 레드와인까지 확장되면서 사시카이아는 볼게리-사시카이아라는 ‘모노폴’ DOC까지 따냈다.
“그 과정이 힘들었나요?” 내가 물었다. 길고 긴 서류 작업, 끝없는 기다림과 적대적인 관료들을 상대로 한 마라톤 말씨름 같은 것들을 상상하며 바로 동조할 태세를 갖추고 말이다. 하지만 “아니요. 그냥 연락이 오더니 ‘사시카이아만의 DOC를 드릴까요?’라고 묻던데요.” 프리실라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런던의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개최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났다. 이탈리아 대사가 이달 초 사시카이아를 사랑하는 영국 소비자 몇 명을 초대한 자리였다. 그것만 하더라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품종 선택에 있어 이탈리아의 일반적 통념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브랜드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다니 말이다. 당시 나는 친구들과 함께(그 중 한 명이 이탈리아인이었다) 런던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내가 거기에 간다고 했더니 나를 런던에 초대한 소믈리에인 친구가 카베르네 소비뇽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는 듯 농담조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식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탈리아 대사 테라치아노 씨는 촛불이 밝혀진 기다란 식탁을 둘러보며 자신 있게 선언했다. “우리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와인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없었다면 프랑스 와인도 없었겠죠.” 흠. 프랑스의 최고 레드와인 품종을 가지고 성공을 거둔 것을 프랑스인들의 뒤늦은 감사표시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식사 자리 이전만 하더라도 사시카이아와 그 형제들(기달베르토Guidalberto와 레 디페제Le Difese)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어서 정확히 어떤 맛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단순한 ‘카베르네 품종 와인’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한 것만은 확실했다. 또한 그렇다 할 세컨드 와인이 없고(현재 약 20-22만 병이 생산되는데 85헥타르가 이 세 가지 와인에 모두 쓰이고 있다고 들었다) 조금 오래된 테이스팅 평가를 보았더니 1997, 1999, 2000, 2001년 빈티지가 농축된 맛이 부족하다면서 평범한 점수를 받았었다.
우리는 2012년산 말고도 2004, 1999, 1988년산 사시카이아와 2013년산 기달베르토와 레 디페제를 맛보았다. 테이스팅 노트는 모두 아래에 기록되어 있다.
사시카이아의 전형적인 특징은 신선한 활력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균형과 마시기 쉬운 특징을 갖게 된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숙성 효과가 좋다. 1998년산은 잘 숙성되었지만 절대 연하거나 빈약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빈티지의 키안티라면 분명 그렇게 되었을 텐데 말이다. 겉으로 표 나게 ‘밀도’나 ‘농축도’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긴 숙성 가능성을 더욱 더 인상적으로 만든다. 포도가 재배된 해안의 자갈 지역의 공이 크지 않았나 본다. 개인적으로는 1999년산에서도 농축된 맛이 부족하다는 건 전혀 느끼지 못했고, 이 와인들은 고유의 복합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앤서니 바튼의 흉내를 내보자면 좋은 면에서 구식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아하고, 위로가 되면서 편안하다. 테이스팅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직접 마시는 쪽에 더 적합하다. 식사와 함께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드라이하고 타닌을 갖추고 있으며, 표현이 화려하지 않고, 소화하기 좋으며, 만족스럽다.
달리 말하자면 많은 이들이 희화하여 생각하는 슈퍼투스칸 와인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파스텔 빛의 블랙커런트와 자두를 연상시키지만 1988년산을 제외하고는 보르도보다 토스카나 와인에 가깝고, 세련된 연필과 삼나무 대신에 조용한 가을 느낌이 강하다. 프리실라에게 와인 생산 과정에 대해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버지께서는 와이너리에서 무언가 많이 조작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와인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거라면서요.”
그리고 식사(셰프 다닐로 코르텔리니의 지휘 아래 이탈리아 대사관 주방에서 준비)는 훌륭했다. 특히 첫 번째 코스 — 화이트 트러플을 곁들인 조린 토끼 토르텔리와 향이 풍부한 묽은 소스, 작게 조리한 호박 – 는 내가 2015년에 맛본 요리 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런던의 미국 대사관은 그로브너 광장 끝에 이탈리아 대사관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미국 대사관도 비슷한 식사를 대접할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이너리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식사를 마친 나는 이탈리아와 카베르네를 향한 더 큰 사랑을 품고 밤거리로 나섰다.

사시카이아와 형제들 테이스팅 결과

2013 레 디페제
이 와인은 직접 재배한 카베르네 70퍼센트와 이웃 포도원에서 기른 산지오베제 30퍼센트를 블렌딩한 것으로, 2003년 프리실라의 결혼식(자인-비트겐슈타인-자인의 하인리히 대공과 결혼했다)을 준비할 당시 가지고 있던 사시카이아가 부족할까 걱정한 그녀의 아버지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맑고 색이 연하며, 커런트, 사과, 월계수, 오크 향과 함께 소박한 풍미를 자랑하며, 살집이 있는 느낌이지만 야생 자두와 쓴 허브, 대황 풍미가 더해져 위엄을 잃지 않게 한다. 영국에서 20파운드 미만에 살 수 있어 값어치가 있다. 91점

2013 기달베르토
카베르네 60퍼센트, 메를로 40퍼센트를 블렌딩한 이 와인은 레 디페제보다 진하고 향이 더 부드럽다. 풀바디라기보다 중간 정도에 가깝지만 품격 있고, 순수한 과일 향에다 풍부한 타닌과 향기로운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 레 디페제가 더 개성 있게 느껴지지만 사시카이아를 좋아한다면 평상시에 마시기에 기달베르토가 더 매력적일 것이다. 90점

사시카이아 2012
원칙적으로 사시카이아는 85퍼센트 카베르네 소비뇽과 15퍼센트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들어진다. 어린 와인은 색상이 깊지 않으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래된 빈티지는 훌륭한 색상을 낸다. 2012년산의 향은 매우 고급스럽다. 호화로운 자두에 고급 장갑 가죽과 스웨이드 향을 느낄 수 있다. 미각적으로는 구조가 잘 잡혀 있고 진지하며, 질감이 풍부하면서도 수월하다. 과일 향에는 바다의 따뜻함이 스며 있고, 단단한 기교로 마무리된다. 조용하고 뽐내지 않는 권위를 자랑하는 와인이다. 95점

사시카이아 2004
2012년산과 비교해 색상이 연해진 것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자두 향은 아직 신선하지만 숲 향기가 조금씩 생겨남을 알 수 있다(오크 역시 조금 더 또렷이 느껴진다). 매우 잘 균형 잡힌 빈티지로서 풍성한 산도와 넉넉한 타닌이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한참 더 숙성이 가능하다. 마지막에는 따뜻한 산들바람과 가을 낙엽을 느낄 수 있다. 94점

사시카이아 1999
색상은 여전하다. 더 정제되고 내성적인 향이 나고 전면에서 고급 가죽향을 느낄 수 있다. 미각적으로는 순수한 커런트와 당돌한 타닌과 함께 선명하고, 신선하고, 우아하며, 거의 단호하기까지 하다. 산도는 거의 발삼의 느낌을 보이지만 마무리할 때 향냄새도 느낄 수 있다(잘 숙성된 고급 레드와인의 특징인 경우가 많다). 92점

사시카이아 1988
드디어 색상이 조금 연해졌지만 벽돌색보다는 석류석에 가깝다. 향은 매력적이고 잘 진화된, 진정한 보르도 같은 향을 느낄 수 있고 맛은 따뜻한 피와 돌을 연상시킨다. 산도가 마치 라즈베리 식초를 떠올리게 하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전혀 과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환하게 밝혀진 부드러움의 효과를 낸다. 아로마가 복합적이면서도(바이올렛) 타닌이 풍부해 포도 줄기가 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들어가지 않았다). 멘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여전히 기쁘게 마실 수 있다. 93점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5.12.21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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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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