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북부의 빛

앤드루 제퍼드가 크로즈를 여행하며 기대 이상의 것을 발견한다.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다. 크로즈-에르미타주의 공동 회장인 포도 재배자 얀 샤브와 델라의 네고시앙 자크 그랑주의 말에 따르면(엄밀히 말하면 얀 샤브가 한 말이다) 판매 가능한 와인 재고가 얼마나 부족한가로 따졌을 때 이곳이 “론 북부와 남부를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아펠라시옹”이다. 레드 와인은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수확하고 단 6개월 만에 품절되고 만다. “이제 크로즈에서는 포도를 직접 재배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화이트 와인 한 방울도, 화이트 품종 포도 1킬로그램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와우! 어떻게 이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첫째, ‘크로즈’라는 이름을 발음하거나 기억하기 힘들어할 사람이 없고, 그것이 론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와 하이픈(-)으로 연결되어 있다. (크로즈가 에르미타주를 3면에서 둘러싸고 있다.) 이 마을이 이 이름으로 AOC를 받은 것은 1937년이었으나 주된 변화가 일어난 건 1952년 10곳의 다른 코뮌들이 합류했을 때였다. (에르미타주 생산자들이 느꼈을지 모를 불만은 옆 동네 땅을 몇 헥타르씩 사들이면서 금세 무마되었다.)

그리고 둘째, 북부 론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크로즈는 덩치가 크다. 현재 1,633헥타르로 연간 약 1,000만 병을 생산하고 있다. 샤브는 2017년이면 1,700헥타르가 넘을 것이고, 2,000헥타르에 도달하는 것도 머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랑주도 크로즈에 포도나무를 심지 않은 진정으로 질이 좋은 땅이 최소한 1,000헥타르는 더 있으니 이곳을 카브 드 탱의 다비드 킬랭의 시각에서 “북부의 샤토네프”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공의 세 번째 이유는 크로즈가(이웃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가성비 면에서 매우 훌륭하다는 점이다. 고급 와인의 경우 최고로 훌륭한 30유로짜리 크로즈 레드와 화이트 와인은 질이 떨어지는 40유로짜리 에르미타주나 코트 로티 와인보다 낫고, 북부 와인의 위엄에 쉽게 닿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지름길을 선사한다. 그리고 품질 좋은 저렴한 크로즈의 경우 과일 풍미에 흠뻑 빠지게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일관성 있는 아펠라시옹은 아니니 이곳 와인을 고를 때에는 믿음이 가는 와인상이나 생산자를 고수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빈티지에 따라 품질이 크게 달라지는 아펠라시옹이기도 하다. (그러니 2015와 2016 빈티지를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그리고 네 번째, 조금 덜 명백하지만 그만큼 매우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복숭아와 살구나무로 눈을 돌려보도록 하자.

이 지역에서 경작을 할 수 있는 농지는 거의 대부분 한때 과일 나무가 심겨 있었다. 북쪽에는 살구 나무가, 남쪽에는 복숭아 나무가 있었다. 이곳에서 과일나무는 여전히 중요하다. 카브 드 탱의 300곳의 재배자들 중 277곳은 포도나무 말고도 복숭아나 살구나무를 기르고 있는데, 이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자두곰보병 바이러스(프랑스어로 샤르카라고 한다)가 그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복숭아나무는 어마어마한 양의 질소와 칼륨을 필요로 하고, 크로즈-에르미타주에서 가장 널리 포도가 재배되는 곳인 (칼륨 성분이 많은) 남쪽의 샤시 평원에서는 북부 론보다 일반적으로 pH가 높은 와인을 생산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생 조셉 같은 다른 아펠라시옹보다 훨씬 덜 딱딱한 스타일이죠.” 얀 샤브의 말이다.

크로즈의 샤시 토양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모두가 딱딱하고 산도 높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샤시 지구 와인은 그렇지 않죠. 남부 크로즈에서 균형은 산도보다는 타닌, 과일 풍미, 짭짤한 풍미, 그 밖의 다른 요소와 더 관련되어 있어요.” 그랑주도 덧붙인다. 높은 산도를 그리 즐기지 않고 타닌을 좋아하는 입맛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 역시 이에 동의하는 바다. (또한 다비드 킬랭은 무른 과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포도나무도 매우 잘 기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 생산한 열매의 상태와 품질에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그들은 사소한 것까지 세심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데 이상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샤시 평원이 전부는 아니다. 존 리빙스턴-리어먼스는 (2005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북부 론의 와인들The Wines of the Northern Rhône』을 통해) 이 아펠라시옹을 구성하고 있는 11개 빌라주 포도원들의 차이점을 정확히 짚어주고, 각 빌라주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세르브-쉬르-론, 에롬, 게르방, 이 세 곳의 ‘북쪽’ 빌라주와 크로즈-에르미타주 빌라주 일부는 아르데슈 화강암 고지대에서 분리된 조각으로서, 에르미타주의 레르미트와 베사르처럼 강의 ‘안 좋은 쪽’에 위치해 있다.

 

크로즈 라르나주의 가파른 언덕 위 포도원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라르나주 빌라주는 고령토가 풍부한 점토(포도나무를 기르는 것 말고도 르 파뇰 장작 오븐을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토양의 가파른 언덕 위 포도원으로 유명한 반면, 메르큐롤에는 그 유명한 코토 데 팡 포도원 산마루가 있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의 화이트 와인이 화이트 에르미타주와 같은 가격에 판매되던 1930년대에 그곳만의 아펠라시옹을 제안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안락하면서도 방대한 샤시 평원(탱, 메르큐롤, 샤노-퀴르송, 보몽-몽퇴, 퐁 드 리세르, 라 로슈 드 글륑 코뮌으로 나뉘어 있다)도 실은 자갈과 토양 구성이 론(붉은 토양)에서 왔느냐, 혹은 이세르(갈색 토양)에서 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모든 다양성은 다양한 지명에 반영되고, 이 중 상당수가 와인 라벨에 쓰이기 시작했다. 반면, 빌라주 이름 자체는 라벨에 쓰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카브 드 탱은 2012년 이래로 생산해온 하위 지역 혹은 ‘빌라주’ 와인 시리즈에 BM(보몽-몽퇴), LA(라르나주), Nord(게르방과 그 주변 지역) 같은 암호명을 쓰고 있다.

게르방의 가파른 화강암 토양 포도원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크로즈는 앞으로 포도나무를 기르는 것뿐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 드넓은 땅이 해적의 보물함 속 보물섬의 지도처럼 비밀로 품고 있는 다양한 차이점들을 조금씩 끌어내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반 세기가 지나면 이곳의 최고급 와인들은 북부 론의 다른 와인들의 맞수로 인정받는 것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 가장 큰 고품질 아펠라시옹 중 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디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기 바란다.

테이스팅

최근 방문을 통해 훌륭한 2015 빈티지 크로즈-에르미타주 레드 와인 60종을 블라인드로 테이스팅 하였고, 후에 블로그를 통해 테이스팅 노트를 정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2015 빈티지의 화이트 크로즈-에르미타주 10종(블라인드테이스팅한 24종 와인 중에서 고른 것이다)을 소개한다. 화이트 크로즈-에르미타주는 전통적으로 마르산느에 루산느를 소량 블렌딩한 것인데, 과거에는 일종의 트랜스젠더 레드로서 어딘가 어색하거나 무겁게 느껴지곤 했었다. 최근에는 루산느의 신선함을 강조하고 아몬드와 비슷한 마르산느의 풍미를 뼈대로 삼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마르산느의 신선함을 강조하고 씁쓸한 풍미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오크는 점점 더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생산자는 유산 발효를 막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유산 발효를 거치는 경우 와인이 더 발달하고 여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2015 화이트 크로즈-에르미타주 와인 10종

도멘 알레오판(Domaine Aléophane)
나타샤 샤브가 만든 마르산느 50퍼센트, 루산느 50퍼센트의 이 와인은 향기롭고 달콤한 향기를 내고, 입안에서는 진하고 파삭파삭하며, 희미한 바닷물의 짭짤함과 함께 초콜릿을 입힌 누가와 오렌지 껍질 풍미를 낸다. 크고 두꺼운 데미-무이드에서 절반쯤 발효시켜 오크 풍미가 섬세하며, 유산 발효되어 여운이 좋다. 89점

얀 샤브(Yann Chave)
아펠라시옹 남부에서 자란 마르산느와 루산느를 블렌딩한 이 와인은 헤더 꽃과 꿀 향기에 화이트 아몬드, 누가, 순한 살구 풍미가 아름답다. 아로마 면에서 섬세하고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동시에 구조와 힘 또한 풍부하다. 92점

도멘 뒤 콜롱비에, 퀴베 가비(Domaine du Colombier, Cuvée Gaby)
코토 데 팡에서 자라는 오래된 마르산느 나무 열매로 만든 훌륭한 화이트 크로즈다. 달콤하고 풍부한 잘 익은 여름 과일과 인동덩굴 향에 촉촉하고 풍부하며 달콤한 풍미 역시 과일과 꽃이 결합되어 있다. 길고 순수하며 스타일리시한 여운이 좋다. 93점

파욜 피 제 피으, 레 퐁테(Fayolle Fils et Fille, Les Pontaix)
크로즈-에르미타주 마을 바로 북쪽에 있는 이곳은 복합적이고 이것, 저것이 섞인 토양을 가지고 있는데, 로랑 파욜과 그의 누이 셀린 노댕은 화강암 분해 토양에서 오래된 마르산느 나무를 키우고 있다. 20퍼센트 정도를 오크 발효시켜 과일에 꿀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듯한 효과를 낸다. 포도원 토양 자체에서 나온 신선하고 촉촉한 풍미 덕택에 균형이 아주 잘 잡힌 화이트 와인이 되었다. 92점

도멘 뒤 멜로디, 카오스(Domaine du Melody, Chaos)
라르나주에서 자란 루산느 70퍼센트와 에르미타주 언덕 뒤에서 자란 마르산느 30퍼센트를 블렌딩하여 숙련된 솜씨로 오크 숙성한 이 화이트 와인은 복숭아와 산사나무 꽃에 크림이 섞인 듯한 향에 이것을 말랑한 살구, 아몬드, 캐슈넛으로 바꾸어주는 깊은 풍미가 좋다. 91점

도멘 뮈생, 레 샤르뫼즈(Domaine Mucyn, Les Charmeuses)
새로 이주해온 헬렌과 장-피에르 뮈생 부부가 만든 화이트 와인은 진토와 황토에서 자란 마르산느 60퍼센트에 루산느를 블렌딩한 것이다. 아로마틱한 스타일이 매우 향기롭고 남부스러운데, 용담초와 아니스 열매 향이 느껴진다. 귀엽고 당돌한 가벼운 레몬과 복숭아 풍미가 좋다.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어릴 때 마시는 것이 좋다. 88점

도멘 레 카트르 방, 라 라주(Domaine Les Quatre Vents, La Rage)
특이한 이름(라 라주란 광견병을 뜻한다)이지만 전통적인 잘 익은 마르산느 스타일의 금빛 풍성함을 찾는 사람이라면 마셔볼 만하다. 포동포동하고, 풍부하고, 만족스러우며, 샤시 평원에서 나온 와인에서 가끔 느낄 수 있는 짭짤한 특징도 갖추고 있다. 와인 이름 말고는 얼굴을 찌푸릴 일이 전혀 없다. 88점

도멘 드 레미지에르, 퀴베 파티퀼리에르(Domaine de Remizières, Cuvée Particulière)
석회와 찰흙 토양에서 자란 이 순수한 마르산느 와인은 전통적인 의미로 산뜻하다. 코끝에서는 흰꽃이, 입안에서는 화이트 아몬드가 느껴지고, 순수한 힘을 갖추고 있다. 이 빈티지의 경우 더 오래 된 포도나무 열매(15퍼센트 루산느 포함)로 만들어 오크 통에서 발효시킨 더 묵직한 퀴베 크리스토프보다 이 와인이 더 마음에 든다. 89점

도멘 루세(Domaine Rousset)
이 마르산느 위주의 와인은 에롬과 게르방의 가파른 화강암 언덕 지대에서 자란다. 신선한 화이트 아몬드 향에다가 긴장되면서 팽팽하고 우아한 풍미에 상당한 균형과 강한 산성 구조가 더해져 강 건너 생 조지프에서 온 화이트 크로즈라 생각하기 쉽다. 늘씬하고 촉촉한 풍미가 과일뿐 아니라 길쭉한 호박과 펜넬도 떠올리게 한다. 90점

카브 드 탱, 그랑 클라시크(Cave de Tain, Grand Classique)
카브 드 탱에서 크로즈-에르미타주 아펠라시옹 전체 생산량 중 거의 절반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들이 매우 능숙하고 유능하다는 사실은 축하할 일이다. 이 100퍼센트 마르산느 와인은 비슷한 다른 와인보다 더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카브 드 탱의 손에서는 그마저도 그리 제한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코에서는 향긋한 꽃 향기가 피어오르고, 입안에서는 레몬과 함께 톡 쏘는 흰색 여름 과일들이 느껴진다. 촉촉하고 신선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씁쓸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90점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2.27

        • 원문기사

          링크바로가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Tags:

You Might also Like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