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선호하는 회식 메뉴는 단연 고기다. 직장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외식업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깃집’은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과 함께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깃집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기존에 외식업을 하던 사람들에게도 고깃집으로의 성공은 선망의 대상이다. 공급이 많아지면 경쟁은 치열해지는 법, 고깃집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일반적인 방법만으로 경쟁력 있는 고깃집을 창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치열 경쟁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을 잇게 하는 고깃집의 비밀은 무엇일까?
k-bbq라 불리며 외국인들에게까지 한국 고유의 문화가 되어가는 한국의 고기구이문화의 유행은 사실 휴대용 버너의 대중화가 견인했다.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집, 마당 어디서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되며 고기구이는 자연스럽게 문화로 정착하게 되었고, 그것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고깃집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가 되었다. 고기구이 문화가 점점 고도화되고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집에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는 자연스레 외식업으로 흘러 들어갔고, 다른 고깃집과의 차별화는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다른 고깃집과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 봤다.
ㄱ. 부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과 목살이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면서 가장 익숙한 부위다. 하지만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는 것 역시 고깃집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특수부위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돼지고기 특수부위의 신드롬을 일으킨 갈매기살, 항정살, 가브리살이다. 이들이 처음 고깃집에서 취급될 때 상당한 메리트를 가지면서 등장했는데, 이유는 돼지 한 마리에서 많은 양이 나오지 않는 말 그대로의 특수한 부위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희소성에 특별함을 느낀다. 또 익숙한 부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절단하면서 특별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냉동 삼겹살을 얇게 대패로 밀어낸 듯한 대패삼겹살과 삼겹살을 둘둘 이불처럼 말아 동그랗게 썰어낸 ‘꽃삼겹’이다. 이들 역시 특이한 모양 하나로 냉동 삼겹살의 진부함을 탈피한 좋은 사례다.
최근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부위에 뼈를 붙여 사람들에게 더욱 보기 좋은 부위처럼 느껴지게 만든 부위들이 많은데, (뼈)본삼겹, 돈마호크(등심 쪽 살에 뼈를 떼지 않고 마치 소고기 토마호크 부위와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 역시 일반적일 수 있는 부위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낸 차별화 사례로 볼 수 있다.
ㄴ. 품종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돼지 품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고깃집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품종도 신경 써볼 수 있다. 서울 1등 고깃집 ‘금돼지식당’의 경우도 초반에는 품종의 차별화에 신경을 썼다. 국내 돼지의 경우 단일 품종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3원교배종을 사용하게 되는데,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3개의 돼지 품종을 서로 교배시켜 생산한 돼지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품종의 돼지고기를 교배해 생산하면 각 품종의 장점을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육효율(살이 찌는 효율)이 좋은 돼지와 생산량이 좋은 돼지, 육질이 좋은 돼지를 서로 교배해 3가지의 장점을 취하는 방법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돼지의 경우 ‘yld’로 요크셔, 랜드레이스, 듀록의 돼지 품종을 삼원교배한다. 하지만 소수의 고기구이집의 경우 ‘ybd’ 교배종을 사용하는데, 이는 랜드레이스 대신 버크셔 품종을 교배해 비교적 육질과 향이 좋은 고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일반인을 기준으로 이러한 품종의 차이가 맛으로 나타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금색의 ‘ybd’ 품종을 사용한 고깃집이 상호를 ’금돼지식당‘이라 짓고 잘나가는 고깃집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이외에도 다양한 돼지고기 품종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것들을 마케팅 포인트로 홍보하는 고깃집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ㄷ. 숙성
돼지고기인데 숙성을? 일반적으로 숙성육이라 하면 사실 소고기에 많이 사용한다. 이유는 소고기에 비해 숙성이 까다롭고 돼지고기를 비싼 가격에 사 먹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약간 추세가 바뀌고 있는데, 꽤 높은 가격대의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고깃집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고깃집들이 늘어나면서 숙성한 돼지고기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숙성 역시 다양한 방법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잡내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와인 숙성, 우유 숙성, 허브 숙성 등의 숙성 방법들이 인기를 얻었는데, 사실상 고기 맛을 좋게 하는 방법의 숙성이라기보단 향을 더하는 마리네이드에 가까웠다. 숙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고기에서의 숙성이라 하면 ‘드라이에이징‘을 가장 많이 생각한다. 수분을 날리고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고기의 감칠맛을 증폭시키는 원리다. 기본적으로 고기 표면의 부패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온 보관, 바람이 요구된다. 일부는 이로운 곰팡이를 번식시켜 다른 미생물들의 오염을 막기도 한다. 다만 숙성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사실상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 진입장벽이 높다.
ㄹ. 구이 방식
어디에 어떻게 고기를 구울 것인가에 대한 선택 역시 차별화에 중요한 요소이다. 다양한 불판과 열원이 있지만 어떤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우리 고깃집에 오는 고객에게 내가 어떤 고기를 제공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예를 들어 서울 3대 고깃집으로 알려진 몽탄, 금돼지식당, 남영돈도 불판과 열원이 모두 다르다. 몽탄의 경우 짚불을 이용해 고기를 초벌하고, 금돼지식당은 연탄과 무쇠 철판, 남영돈은 숯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준다. 이처럼 내가 어떠한 고기구이의 상태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구이 방식은 달라진다. 몽탄의 경우 짚불을 이용한 구이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브랜드로 잘 녹여내어 줄 서는 식당이 되었다.
이처럼 고깃집에서의 구이 방식은 상당히 중요하다. 고기를 굽는 것을 손님에게 하게 할 것인가 아님 직원들에게 하게 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손님들에게 고기를 굽게 하면 손님이 고기를 굽는 숙련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며, 일정한 구이 퀄리티를 위해 직원에게 고기구이를 맡기면 좋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함에 운영의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최근 대두가 되고 있는 외식업 인력 부족에 치명적일 수 있다.
잘나가는 고깃집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고깃집에서 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외식업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산업이라 정말 사소한 차별점이 큰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짧은 글에 대단한 인사이트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차별화에 고민이 많은 이에게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