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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고 있는 보르도 네고시앙 시스템

몇몇 보르도 와인상이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앙 프리뫼르 가격 인상과 출시 전략을 두고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에 이르렀다.

보르도 2016 앙 프리뫼르 테이스팅을 위해 와인을 따를 준비를 하는 소믈리에들 / 사진 제공: 디캔터

야심찬 샤토들이 ‘재포지셔닝’을 꾀하는 가운데 보르도 2016 앙 프리뫼르가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이야기는 또 다른 보르도 네고시앙이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난 주의 발표로 요약될 수 있다. 30여 년 전 이반 크루즈에 의해 설립되고 오늘날 프레데릭 베르나르가 운영하는 보르도 트라디시옹(Bordeaux Tradition)이 구리, 납, 아연 등을 30여 국에 유통하고 있는 스위스-프랑스 기업 아다미앙으로부터 50퍼센트 투자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곳은 규모가 작은 네고시앙이 아니다. 보르도 트라디시옹은 그랑 크뤼 와인으로 총매출 중 60퍼센트를 올리고, 매년 앙 프리뫼르 와인을 2만 케이스 이상 매입하며, 그 중 70퍼센트를 해외로 수출하여 프랑스 잡지인 「주르날 데 장테르프리스(Journal des Enterprises)」에 의하면 총매출액이 1,200만 유로에 달하는 기업이다.

베르나르는 지난 2년 동안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었음을 인정하며 이번 일로 “매우 기쁘다. 이제 프리미어 리그에 올라간 느낌이다”라고 답했고, 공식 성명을 통해서는 “이 파트너십을 통해 보르도 트라디시옹은 매우 훌륭한 이번 2016 앙 프리뫼르부터 시작해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5-6년 후 회사 전체를 매각할 의도를 밝히며 튼튼한 자금원을 갖출 필요가 있는 사업을 하려면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러한 일들은 보르도 주변에서 점점 더 자주 벌어지고 있다. 네고시앙 매각 소식은 샤토 매각만큼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지만, 보르도 시스템의 건전성과 진화에 대해서만큼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분명 항해가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이 확실하다.

규모가 작은 곳도 물론 많지만 일단은 지난 몇 년 동안 벌어졌던 대규모 매각을 살펴보자. 2011년 필립 라우가 중국에 유통망을 세울 의도를 명확히 밝히며 자신의 네고시앙을 COFCO 차이나(라랑드 드 포메롤의 샤토 비오와 함께)에 매각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2년에는 DIVA가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식품 기업인 브라이트 푸드에 주식의 70퍼센트를 팔았다.

2년 뒤인 2014년에는 필립 카스테야가 이끄는 10위권 내 보르도 와인상인 보리 마노가 말러 베스(1892년 설립)를 매입했다. 2011년에 그랑 뱅 드 지롱드 와인상을 사들인 후 두 번째 매입이었다. 그리고 이보다 최근에는 2015년에 또 다른 오래된 보르도 기업인 코르디에 메스트레자가 대규모 프랑스 농업협동조합인 인 비보로 넘어갔다. 그리고 작년인 2016년, 네고시앙 GRM과 샤토 소유주이자 와인상인 라 기예누아즈가 메종 르 스타(프랑스인 기욤 브로샤르 소유로 그는 바로 상하이에 사무실을 열었다)로 넘어갔다.

2017년 지금까지는 계속 이런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3월 LD 뱅에서 재키 로렌제티(페데스클로와 릴리앙-라두이의 소유주)의 투자를 받았다. 자산 규모 5억 7000만 유로에 달하는 로렌제티는 분명 앙 프리뫼르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할 수 있고,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현재의 시스템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샤토를 재건하는 것 말고도 2015년 경매에서 ‘1855’라는 브랜드를 구입한 뒤 그것을 공짜로 그랑 크뤼 클라세 협회에 넘긴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4월에는 크리스토프 레불-살즈가 세운 더 와인 머천트가 스위스의 개인 투자자 도나 베르타렐리, 얀 기샤르, 얀 보르그스테드 세 명에게 넘어갔다. 레불-살즈는 이사로 남을 예정이지만 지난 주 보르도 트라디시옹의 발효와 함께 상황이 매우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서너 개 매각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2012년으로 돌아가 DIVA의 관리 이사 장-피에르 루소는 네고시앙의 일에서 점점 더 자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가려면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2016 앙 프리뫼르를 보면 상황이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비유 샤토 세르탕은 네고시앙 가격 병당 192유로로 지난 해 대비 28퍼센트(파운드 화 하락으로 영국에서는 43퍼센트 인상)가 올랐고, 피작은 보르도 가격 병당 150유로로 2015년 대비 47퍼센트나 상승했으며 2014년과 비교하면 세 배나 된다. 몽로즈와 코스 데스투르넬 같은 곳들이 2015년 가격을 유지하긴 했지만(그나마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앙 프리뫼르가 계속되면서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다.

그러나 마지막 몇 주 동안 가격세는 전반적으로 2010년과 매우 흡사했다. 시장에 출시된 양이 적어 네고시앙이 인기 있는 와인을 구입했더라도 충분한 양을 판매하지 못해 장기적인 고객들의 애를 태웠다. 그리고 동시에 그랑 크뤼 클라세에서 자본을 모두 휩쓸어감으로써 중간 규모의 샤토들은 곤란을 겪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네고시앙들은 조력자 역할을 해왔고 그 덕분에 가격 인상에 재미를 붙인 샤토들도 지역 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정 샤토들(소수이긴 하지만 대규모 샤토들)이 처음으로 네고시앙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중국과 보르도의 관계를 다룬 『목마른 용(Thirsty Dragon)』에서 저자 수잔 머스타식은 더 와인 머천트의 레불-살즈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보르도가 도박판과 같다고 말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어제의 일이다. 이제 비싸게 사서 팔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닥칠지도 모른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샤토들이 보관해두던 오래된 빈티지 와인들을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면서 재고를 보관하는 네고시앙의 역할도 겸하게 되었고, 이렇게 되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도 조금 더 노출될 것이다. 제아무리 열성적인 와인 애호가라도 이렇게 매년 롤러코스터 타듯 요동치는 앙 프리뫼르를 납득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재고 보관자의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 네고시앙의 경우, 앙 프리뫼르가 부호들의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리스크를 부담하려 나서는 은행들이 줄어들면서 외부의 개인 투자자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물론 단 한 번의 앙 프리뫼르로 장기적인 예측을 하기는 어렵지만 2016년이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샤토들의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네고시앙은 그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이번 조사를 하면서 메독의 한 샤토 소유주로부터 훌륭한 요령을 얻었다. 연례 네고시앙 디렉토리에서 총 매출 중 그랑 크뤼 클라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표시된 주요 네고시앙들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본래 의도는 그들의 성공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앙 프리뫼르가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그들의 아킬레스 건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CREDIT

        • 작성자

          Jane Anson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6.15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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