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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방법에 대한 생각

[와인바 Talk]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방법에 대한 생각

Emma Yang 2020년 3월 23일

여섯 번째 와인바 Talk,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방법에 대한 생각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먹을 음식을 판매한다. 간단한 올리브 절임부터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 식사류, 그리고 여러 가지 치즈와 말린 소시지 같은 와인과 어울릴 만한 음식을 갖춰놓고 있다.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며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면 손님은 이내 음식과 와인을 맛본다. 그런데 가끔 음식에 대한 설명이 끝났는데도 음식을 쳐다만 보고 먹지 않는 손님들이 있다. 그리고는 나에게 한참 만에 묻는다.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냐고 묻는 말에 처음에는 쉽사리 대답해줄 수 없었다.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되묻는 나의 질문에 손님은 음식을 먹고 와인을 먹어야 하는지, 와인을 먹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질문의 의미를 확인 시켜 주었다.

와인도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는 순서와 법칙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소주 혹은 맥주나 막걸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술과 음식을 먹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사실, 순서를 생각한 적도 없을 만큼 아주 자연스럽게 음식과 술을 섞어 먹는다. 술과 음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구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그냥 먹는다. 그런데 그 술이 와인으로 바뀌면 왜 어려워지는 걸까. 와인은 규칙이 있고 예절이 있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에 꼭 맞는 음식을 찾아야 할 것 같고, 그래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먹고 마시는 순서도 정해져 있을 것 같다. 이 법칙을 어기면 무식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아서 저절로 움츠러든다.

말린 고기는 레드 와인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기에 조화가 좋다.

손님이 궁금해했던 질문을 되돌아보면, 그 손님은 하몽 플레이트(하몽 Jamon: 스페인 돼지를 염장 숙성시킨 생햄의 일종으로 살을 얇게 썰어 먹는다.)를 앞에 두고 고민을 했다. 이 얇은 고기 한 점을 와인을 먹기 전에 집어 먹어야 할지, 아니면 와인을 마시고 소주처럼 ‘카~’ 소리는 아니더라도 ‘음~’ 소리 정도는 내면서 입가심으로 한 점을 먹어야 할지 말이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모범적인 답안을 골라 손님에게 안내한다. 먼저 하몽을 한 점 입에 넣어 꼭꼭 씹어 하몽의 맛과 향을 음미한 후에 입안에 남아있는 고기 맛과 기름을 와인으로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방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고기와 와인을 동시에 씹어 그 조화와 느낌도 맛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계속 고기와 와인을 먹고 마시다 보면 이 순서가 먼저인지 저 순서가 먼저인지 헷갈려 결국엔 의미 없는 순서가 되어버리겠지만 말이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과 재료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해 사실 쓸데없는 집착을 하고 있다. 와인 관련 책을 보면 가장 많이 나와 있는 이야기인 화이트 와인엔 흰 살 생선류, 레드 와인엔 붉은 고기류라는 이야기,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흰살생선과 붉은 고기 외에 먹을 것이 너무 많은데, 그럼 다른 음식들과 와인의 매칭은 어떻게 하면 될까? 정말 흰 살 생선은 절대로 레드 와인하고 먹을 수 없는 걸까? 와인을 처음 배울 때부터 이런 것들이 참 어려웠다. 실제로 이런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듯, 일부에서는 와인과 음식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예가 있다. 레드 와인과 생선의 성분을 분석해 화학적 결합을 살펴본 결과, 서로의 어떤 성분이 만나 와인의 쓴 맛을 부각시키거나 생선을 비리게 한다는 결과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모든 경우의 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토마토의 산도 때문에 와인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곁들이는 소스나 다른 재료와 함께라면 토마토도 좋은 와인 안주가 된다.

와인을 알면 알게 될수록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더 어려워진다. 와인은 크게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스위트 정도로 나뉘는데, 이 네 가지로의 분류만으로는 절대 와인에 알맞은 음식을 찾을 수 없다. 더 세세하게 분류해 와인의 산도, 당도, 알코올, 타닌의 정도를 분석하고, 음식의 재료, 조리 방법, 소스 등과도 맞춰봐야 하는데, 이건 정말이지 밥을 먹으러 가서 메뉴를 고르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그날의 날씨, 나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입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와인과 음식의 완벽한 매칭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우리는 손님들에게 ‘최악의 매칭’만 피하고 ‘음식과 와인의 균형’을 맞추라고 이야기한다. 서로를 잘 보안해주어 조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를 들면, 달콤한 음식엔 단맛을 부드럽게 감싸줄 수 있는 단맛이 도는 와인을 매칭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생선의 종류에 따라 타닌이 적은 가벼운 레드 와인을 매칭해도 좋다.

가끔 와인바 손님들은 자신들이 먹었던 음식과 와인의 환상적인 궁합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부대찌개와 칠레의 시라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었다. 몇 번을 먹어도 이런 조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꼭 시도해보리라 결심했다.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와인과 식자재로 만든 음식이 궁합이 좋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함께 먹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식자재와 음식을 와인과 함께 먹기 위해 많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흰 살 생선도 생선의 종류나 조리의 방법, 소스에 따라서 얼마든지 레드 와인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한계를 정하지 말고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면서 나만의 레시피를 찾아 보는 재미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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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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