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대도시의 대형 유통 업체에서 눈에 띄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형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운 상품들이 과거와는 달리 ‘소형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뿌뿌까오(步步高)’, ‘메트로(Metro)’, ‘쨔르푸(家乐福)’ 등 중국 대륙에 입점해 큰 호응을 얻은 유통 업체들이 소형화된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1인 가구 소비자의 발길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 대형 마트를 통해 제법 큰 용량의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은 이제 중국 대도시에 입점한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오히려 소비력 있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초소형 크기의 제품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운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유통되는 초소형 제품들의 패키지는 과거 대용량 제품들과 비교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끄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소비력 있는 1인 가구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초소형 제품에 대한 열기는 중국의 주류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거주하는 중국 베이징 일대의 대형 마트에서는 최근 들어 소형화된 주류 제품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상품은 ‘장샤오바이(江小白)’로 불리는 바이주(白酒)다. 중국에서는 ‘국민 술’로 불리며 중국 경제를 이끈 주역인 50대 이상 노년층의 애용품으로 알려진 ‘바이주’가 소형화를 추구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과거 ‘올드’한 디자인을 벗고, 최근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끄는 세련된 외관으로 변모하면서 SNS를 활용한 입소문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장샤오바이’는 미혼, 비혼 등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 소비자의 발길을 잡기 위해 기존의 대형 유리병에 담겨 유통되었던 바이주를 단 ‘100ml’의 작은 소형화된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는 소형화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것.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바이주의 도수가 50~60도 이상이었던 반면, 최근 ‘장샤오바이’가 내놓은 신상품의 경우 비교적 낮은 40도로 젊은 세대의 입맛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낮아진 도수만큼 순수하고 깔끔한 뒷맛 덕분에 젊은 취향의 신세대가 즐기는 대표적인 바이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사각 패키징 병 모양에 세련되고 캐주얼한 캐릭터 디자인을 입히면서 다수의 중국 SNS를 통해 일명 ‘왕훙(网红)’ 바이주로 불리고 있다. SNS 속 왕훙을 활용한 일종의 마케팅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는데, 실제로 SNS에 등장하는 다수의 왕훙은 20~30대의 젊은 세대다. 이들은 과거 ‘아버지’의 술이었던 ‘장샤오바이’를 활용해 각종 음료와 혼합해 즐기는 모습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해오고 있는 것. SNS 속 쟝사오바이와 혼합할 수 있는 음료는 맥주, 와인과 같은 주류 외에도 사이다, 콜라, 오렌지 주스 등 향이 좋은 음료라면 무엇이든 음용하기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혼합 방식은 취향에 따라 상이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주로 알려진 것은 ‘장샤오바이’와 기타 음료를 1대 3의 비율로 음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40도의 ‘장샤오바이’는 기존의 바이주와 비교해 청향형의 맛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반 보드카와 진과 같이 칵테일 방식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평가다.
장샤오바이의 이 같은 제품의 ‘초소형화’ 마케팅은 곧장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중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은 채 ‘솔로’로 거주하는 1인 가구이기 때문. 실제로 최근 중국 정부가 공개한 ‘중국통계연감2018’에 따르면, 2017년 말 중국 전체 인구(13억9000만명)에서 15세 이상 싱글족(미혼·비혼·이혼·사별 인구)은 17.9%(2억49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순수 미혼·비혼 인구는 2억1500만명으로, 중국인 6명 중 1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중국인 6명 중 1명의 입맛만 사로잡아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장샤오바이’의 1가구이자 ‘혼술족’을 겨냥한 마케팅은 최근 중국 주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특히 중국 경제 중심지 상하이의 작년 결혼율은 0.44%로 전국 최저였다.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젊은 싱글족은 기업이 결코 놓쳐선 안 되는 소비집단이 된 셈이다. 이들은 충칭 지역의 대표 고량주인 장샤오바이 등 소형화된 주류를 주로 애용하며, 부담 없는 가격대에 혼술을 즐기는 젊은 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장샤오바이’에서 출시한 가장 소형화된 제품인 50~100mL의 소형 바이주의 지난해 매출 규모가 무려 10억 위안을 넘어섰다. 1인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소형화된 ‘장샤오바이’가 같은 기간 동안 3억 8천 병이 넘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2017년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타오바오(淘宝)’에서 바이주(白酒)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장샤오바이’의 성공 사례는 과거 ‘바이주는 배 나온 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던 인식을 보기 좋게 바꿔 놓은 사례로 꼽힌다.
더욱이 한층 세련된 외관으로 변신에 성공한 유리병 외관에는 ‘보람은 접어두고, 야근 수당을 주세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나이는 세월로 먹는 것이 아니라 고통으로 먹는다’, ‘청춘이라면 한 번쯤 실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주 오랫동안 너를 사랑한 사람이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줘’라는 등의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잡는 홍보 문구를 삽입해 꾸준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인기를 한 몸에 얻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부담 없는 가격대다. 과거 ‘고위 공무원의 전용 술’ 등 고급술이라는 인식을 넘어, 초소형화를 추구하는 장샤오바이의 1병(100ml)당 가격은 약 19위안대에 유통 중이다.
‘올드함’을 벗고, 젊은 세대에게 한층 친숙하게 다가온 쟝사오바이 패키지에는 이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배는 뚱뚱해졌지만, 어릴 적 꿈꿨던 이상은 점점 말라간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이유는 너와 내가 마음을 터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로 전하고 싶은 말은 네 눈 속에 다 들어 있다’ 등의 감성적인 문구들. 특히 이 같은 문구들은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업체 공식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직접 각인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과거와 달리 크게 낮아진 가격대와 도수의 매력으로 20~30대 젊은층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 ‘장샤오바이’의 모습은 최근 빠르게 젊어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과 일맥 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