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앤슨이 프로방스로 향한 사샤 리신의 발자취를 따라 로제가 어떻게 새로이 탄생했는지 알아본다.
사샤 리신이 199년 샤토 프리외레 리신의 열쇠를 다른 이에게 넘겼을 때도 그는 여전히 알렉시스 리신의 아들이자, 마고의 샤토에서 마이클 케인과 찰턴 헤스턴(특별히 시끌벅적했던 1999의 한 파티에서 그랬던 모양이다)을 만날 수 있는 고급 파티를 여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점잖은 메독에서 그의 행보는 늘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샀지만 프로방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그저 평범한 화요일 밤 이야기일 뿐이다.
그건 리신이 2006년에 프로방스의 라 모트라는 마을 바로 외곽에 1,300만 유로를 주고 구입한 그만의 작은 낙원, 650에이커에 달하는 대 정원과 숲, 쭈글쭈글한 오래된 포도나무로 둘러싸인 19세기 저택에 푹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
“프로방스의 로제 생산자가 되니 삶을 즐기기가 조금 더 쉬워진 건 사실입니다.” 며칠 전 사샤 리신이 전화선 너머로도 분명히 느껴지는 미소와 함께해준 말이다.
작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그의 작은 낙원은 계속해서 커져가는 중세 시대 봉토와도 같다. 리신이 구입했을 당시 샤토 데스클랑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흔한 프로방스 포도원 중 하나로 100에이커의 땅에서 수확하는 포도 대부분은 이웃의 와인메이커에게 보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위스퍼링 엔젤’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인 로제와인의 첫 번째 빈티지 16만 병을 출시했다.
사실 이곳의 주인공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 최고급 로제로 80년 된 그르나슈 나무만 사용하고 부르고뉴 배럴에서 숙성하여 가격이 100달러에 육박하는, 로제 와인 중 역사상 최고의 가격을 자랑하는 가루스였다. 하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건 다름 아닌 위스퍼링 엔젤이었다. 2016년 빈티지는 주변의 500헥타르에 달하는 포도원으로부터 사들인 포도를 총 동원해 그 양이 460만 병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리신은 그 양을 더욱 늘리기 위해 라 모트에 있는 또 다른 생산 시설을 매입하는 과정 중에 있다.
리신이 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앉아있는 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이 어찌 보면 참 어울리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이 그의 성공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맨 처음부터 그는 로제를 재포지셔닝하려면 기존의 프랑스, 그중에서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을 넘어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날 프로방스 전체로 보았을 때 총 생산량의 16퍼센트가 해외로 수출되는 반면에 이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무려 92퍼센트가 수출된다.(자체로 지난 10년 대비 4배가 증가한 양이다.) 매년 80만 상자의 프로방스 로제를 수입하는 미국에서 리신의 와인은 그곳에서 소비되는 모든 프로방스 로제 와인 대비 20퍼센트, 가치로는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위스퍼링 엔젤은 현재 “햄프턴의 물”이라고 불리고 있다. 2014년 8월 말 「뉴욕 포스트」 6면의 가십 칼럼에 “여름을 맞아 햄프턴에 몰린 피서객들이 내내 쉼 없이 로제를 마셔대고 있기 때문에 로제 보유고가 위험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빈정대는 투의 글이 실렸을 때 만들어진 별명이다. 샤토 데스클랑은 단순히 로제 붐을 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 붐을 일으켰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기 위해 나는 2007년 초, 그러니까 그 역사적인 빈티지가 출시되기 바로 직전에 샤토 데스클랑에 방문했을 당시 적어두었던 기록을 다시 찾아보았다. 리신이 로제 시장 속 틈새를 알아보았다는 것은 그 당시에도 확실했고 그건 오늘날 더욱 명백하다. 그는 2001년 로제 와인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원하는 포도원을 찾는 데 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내게 말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1994년에 처음 구매를 생각했다 포기한 바로 그 샤토로 돌아갔다.
“로제는 전 세계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어요. 우리가 조금 진지한 버전의 로제를 만들 수 있을까 시험해 보기에 아주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세상에 레드 와인은 이미 많지만 이건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기회입니다. 도멘 도트에 도전장을 던질 무언가가 있을 것이 분명해요.” 그가 당시에 한 말이다.
위스퍼링 엔젤의 영국 시장 판매를 맡고 있는 콴텀 빈트너스의 앤서니 러셀은 그들의 성공의 비결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은 로제 시장을 다른 누구보다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로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곧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에요. 오늘날 샤토 데스클랑은 거대한 상업적 기업이 되었지만 여전히 즐거움과 재미를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들이 큰 규격의 제품을 주기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곧 그 와인을 파티의 일부로 포지셔닝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특수 규격 제품을 사려면 미리 주문을 해야 합니다. 샹파뉴 지역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샤토 데스클랑밖에 없어요.”
하지만 일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리신은 위스퍼링 엔젤이 이 샤토의 포도나무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여 사기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불려간 적도 있고(“절대 그런 주장한 적 없습니다”) 이웃 샤토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수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로제 시장의 크게 부상하다 보니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주만 해도 미국의 와인 전문 칼럼니스트 존 보네는 위스퍼링 엔젤로 대표되는 매우 연한 스타일의 로제(비록 많은 생산자를 거론하면서도 샤토 데스클랑은 쏙 빼놓았지만)가 “새로운 보졸레 누보”라면서 그것의 성공으로 인해 생산자들이 현실에 안주하게 되어 다른 스타일의 와인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나 역시 더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아 마땅한 프랑스 다른 지역들이 있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그 중에서도 카시스의 화이트 와인과 방돌 레드 와인이 곧장 머리에, 그리고 혀끝에 떠오른다. – 하지만 프로방스 로제의 성공을 두고 입방아를 찧는 건 샹파뉴 지방이 스파클링 와인만으로 유명해진 것에 대해 투덜대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들보다 뛰어난 전문 제품을 갖추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는가? 그리고 10년 전만 해도 로제 와인이 포화 시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앞으로도 얼마나 더 확장할 수 있을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을 성공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그리 칭할 수 있을까 싶다.
샤토 데스클랑 퀴베 데스 아스트리 AOC 코트 드 프로방스 블랑 2014
낮은 산도에 허브, 바닷물 같은 풍미, 거의 쓰다시피 한 마무리는 프랑스 남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론 화이트 와인과 매우 흡사하다. 개성이 뚜렷하고 가리그(지중해 지역 석회질 토양의 황무지-옮긴이) 지평선의 뜨거운 햇살을 머금은 듯한 이 와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제에서 사용되기도 하는 롤(rolle) 포도(이 지역에서는 베르멘티노라고도 부른다)를 썼다. 꿀 같은 질감에 강한 레몬 껍질과 살구를 느낄 수 있다. 90점
위스퍼링 엔젤 AOC 코트 드 프로방스 2015
맨 처음부터 무통 로실드 출신 와인메이커 파트리크 레옹은 더 가벼운 스타일의 로제를 만들었다. 이 와인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선하고, 깨끗하고, 무기물 풍미를 풍기며 백도 향이 강하다. 포도를 공급하는 곳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도 이 스타일은 지난 10년간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오크 처리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양조하며, 양조 과정 내내 냉각 처리한다. 모두 손으로 수확한 그르나슈, 롤, 생소, 시라 블렌딩으로 만들어진다. 한 번 맛보면 왜 그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91점
샤토 데스클랑 록 엔젤 AOC 코트 드 프로방스 2015
록 엔젤부터 100퍼센트 이 포도원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는 임대되었지만 여전히 샤토에서 전체 관리하고 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로제 중에서 제일 풀바디로 느껴졌지만 오늘날에는 위스퍼링 엔젤보다 개성이 뚜렷하도록 개선되었다. 연하고,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분홍색에, 순수하고 어린 향이지만 입안에서는 신선한 동시에 강렬하다. 그르나슈와 롤에서 비롯된 가벼운 시트러스와 레드커런트 향이 좋다. 600리터 배럴에서 숙성했지만 오크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92점
샤토 데스클랑 레 클랑 AOC 코트 드 프로방스 2014
여기에서부터 가격대가 확 올라가고, 오래된 그르나슈와 롤 포도나무의 프리런 주스 90퍼센트, 첫 번째 압착 주스 10퍼센트에다가 시라가 약간 더해졌다. 좋은 화이트 부르고뉴와 비슷한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생각에 뫼르소까진 아니어도 페르낭-베르줄레스 수준은 된다. 강도 또한 높아지지만 오크가 느껴질 만한 풍미를 더해주진 않고 대신 가벼운 브리오슈의 무게감과 뚜렷한 지속성, 매끄러운 힘이 있다. 경험상 레 클랑은 바람만큼 잘 숙성되진 않고 로제라는 현실을 벗어나지도 못한다. 하지만 처음 몇 년 정도라면 로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95점
샤토 데스클랑 가루스 AOC 코트 드 프로방스 2014
80년 이상 된 그르나슈 나무 포도에 약간의 롤 포도가 더해진다. 가루스와 레 클랑 모두 냉각 튜브가 배럴로 직접 연결되어 양조 속도가 모두 느려지기 때문에 최대 4개월의 시간 동안 복합성이 더해진다. 입안에서는 점판암, 무기질, 섬세한 기교가 느껴지고, 1년에 걸친 배럴 발효와 숙성으로 더욱 깊어진 부드러운 레몬과 붉은 과일을 아주 가볍게 맛볼 수 있다. 여운에서 느껴지는 훌륭한 염분은 이 와인을 조금만 더 맛보고 싶게 만든다. 로제치고 점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와인이 가져다주는 즐거움만으로 판단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97점
샤토 데스클랑 퀴베 데스 레드 2012
시장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리신이 지난 10년 동안 생산량을 늘리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품질을 대략 눈치를 챌 수 있겠지만 의외로 매끄러운 검은 과일과 가리그 특유의 톡 쏘는 풍미로 파티와 즐거움을 중시하는 이 샤토 특유의 개성을 지키고 있는 사랑스러운 와인이다. 시라와 무베드르 블렌딩에 10개월 배럴 숙성으로 만들어진다. 90점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6.05.12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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